수호지(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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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86 편
★ 수호지(水湖誌) - 86 제9장 강주성의 불길 제37편 모함의 명수 37-1 강주 땅 언덕에 무위군(無爲軍)이라는 성 하나가 있다. 그 성에는 황문병(黃文炳)이라는 이름의 통판(通判)을 지내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경서를 읽었다고는 하지만 원래 권세 있는 자에게 붙어서 아첨이나 하고, 소견이 좁아서 어진 사람을 질투하며 저보다 나은 자를 해치려 들고, 자기보다 못한 자는 농락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고향에서는 그를 황봉자(黃蜂刺)라 불렀다. 채구(蔡九)가 강주의 부윤이 되어 부임하자 황문병은 이미 그가 당조 채태사의 아들 임을 알고 혹시 벼슬자리나 하나 얻을까 해서 온갖 아첨을 다 떨었다. 그는 어느 날 몇 가지 예물을 마련하여 배에 싣고 강을 건넜다. 그때 관부 내에서는 한창 잔치가 벌어져 있었다...
2024.11.05 -
수호지 85 편
★ 수호지(水湖誌) - 85제9장 강주성의 불길제36편 심양루의 반시 36-3다락 안의 한쪽 난간에 의지하여 둘러보니 앉아서 술 마시기 아주 좋은 자리였다.독수리의 발은 햇빛을 받아 빛나고, 용마루의 그림은 구름 위에 높이 떴다.푸른 난간은 나직하게 추녀에 달려있고, 발은 높은 벽 위에 걸려 있다.첩첩 싸인 구름 산에 강물은 옅은 안개를 두르고, 흰 개구리밥 풀잎이 강어귀에 걸려 있고, 때때로 어부는 새소리를 듣는다.여울에는 고기 낚는 노인네의 낚싯배가 떠 있을 뿐이다.물가에는 새가 울고 버드나무는 꽃을 머금었다.그때 술집 주인이 올라와서 묻는다.“관인께서는 손님을 기다리십니까, 아니면 혼자 나들이 나오셨습니까?”“혼자 나왔네. 술과 안주를 좀 주게. 생선은 빼 주시게.”주인이 내려가더니 쟁반을 두 손에..
2024.11.04 -
수호지 84 편
★ 수호지(水湖誌) - 84제9장 강주성의 불길제36편 심양루의 반시 36-2“여보, 장형! 우리는 백씨장의 편지를 갖고 온 사람들이오. 그자를 그만 용서해주고 어서 나오시오.”그 말을 듣고 장순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다 죽어가는 이규의 한쪽 팔을 잡아끌고 나왔다.구경꾼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이규는 물에서 나오자 그대로 모래밭에 쓰러져 물을 토했다.이윽고 장순은 대종의 말을 받아들여 이규와 화해를 하게 되었다.이어 대종은 장순에게 송강을 인사시켰다.“그럼 산동의 급시우 운성현의 송압사란 말이오?”“맞소. 이 어른이 송공명이오.”장순은 자리에서 일어나 넙죽 절을 올렸다.송강은 여기 오는 길에 심양강에서 만난 장횡의 편지를 그에게 전해 주었다.장순은 곧 강으로 나가더니 커다란 금색 잉어 네 마리를 버들가지..
2024.11.01 -
수호지 83 편
★ 수호지(水湖誌) - 83제9장 강주성의 불길제36편 심양루의 반시 36-1이규가 강변으로 나와 보니 어선 90여 척이 강가 녹양수(綠楊樹) 아래 늘어섰는데, 어부들이 배 꽁무니에 누워 잠을 자거나 뱃머리에 쪼그리고 앉아 그물을 엮고 있거나 물속으로 자맥질하면서 멱을 감는 모습이 보였다.때는 5월 중순, 붉은 해가 막 서산으로 지고 있는데, 주인이 아직 나오지 않아 배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이규는 배 댄 곳에 가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여보슈, 펄펄 뛰는 생선 두 마리만 삽시다.”어부가 대답한다.“주인이 아직 안 나와 못 팔아요. 장사꾼들도 모두 저러고 앉아 기다리잖소.”“주인을 언제 기다립니까, 어서 두 마리만 파쇼.”아무리 청해도 어부들은 듣지 않았다.이규는 그대로 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원..
2024.10.31 -
수호지 82 편
★ 수호지(水湖誌) - 82제9장 강주성의 불길제35편 유배지의 송강 35-2두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다락 아래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인이 뛰어 들어와서 대종에게 하소연했다.“원장어른, 좀 내려가셔야겠습니다. 그 양반이 또 와서 야료를 부립니다.”대종이 잠시 내려갔다가 한 사내를 데리고 올라왔다.얼굴이 검고 눈이 부리부리하고 체격이 늠름한 사내였다.대종이 송강에게 그를 소개시켰다.“이 사람은 제 밑에서 일하는 기주 기수현 백장촌(百丈村) 태생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입니다.사람을 때려죽이고 피해 다니다가 강주로 굴러들어 왔는데 사면을 받고도 고향으로 안 돌아가고 여기서 삽니다.주벽이 심해서 누구나 꺼리지만 쌍 도끼를 잘 쓰고 권술과 봉술도 뛰어납니다.”이규는 아까부터 송강의 얼굴만 ..
2024.10.30 -
수호지 81 편
★ 수호지(水湖誌) - 81제9장 강주성의 불길제35편 유배지의 송강 35-1강주 부윤 채득장(蔡得章)은 당조태사(當朝太師) 채경의 아홉째 아들로 강주 사람들은 그를 채구(蔡九)라 불렀다.강주는 식량과 인구가 많고 물량이 풍부한 지역이었다.채구는 천성적으로 탐욕적이고 사치를 즐기는 사람이었다.채태사가 그 아들을 강주로 보낸 것은 그의 성격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부윤의 명령으로 강주성 밖 노성궁에 압송된 송강은 우선 여러 사람의 환심을 사두려고 간수에게는 은자 열 냥, 관리에게는 은자 스무 냥을 주었고, 관가의 사무원과 심지어는 사환과 군관에게도 모조리 은자를 집어주었다.그 때문인지 관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송강에게 호의적이었다.먼저 송강은 청상 앞에 끌려갔다.“새로 유배온 송강은 듣거라. 선조태조무덕..
202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