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278)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30회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30회제30회 기생 소백주수원의 어느 관기의 딸로 태어난 소백주는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이 결정지어져 버렸다.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기생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 소위 이 나라의 잘나가는 관리나 양반이라는 부류에게 술을 팔고 웃음을 팔고 몸을 팔아야 하는 운명이었다.어려서부터 가야금 튕기는 법을 배우고, 춤을 배우고, 노래를 배우고, 글줄에 시문(詩文)을 익히면서 사내들의 눈과 마음을 홀려 그들의 환심을 사서 돈을 얻어 살림을 꾸려야 했다.또 어린 기생들을 길러 그들의 그늘 아래서 꽃피우는 뒤울안의 향기롭고 아리따운 정원이어야 했다.결국 사랑도 없고, 꿈도 없고, 오직 그들을 위한 가무와 쾌락을 선사하고 돌아서면 허전한 눈물만 있어야 했다.소백주도 기생(妓生)이라는 그런 ..
08:57:29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9회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9회제29회 식자우환그 선비의 이야기인즉, 글 잘하고, 춤 잘 추고, 노래 잘하고, 재산 많은 아름다운 절세미인(絶世美人) 수원 최고의 기생 소백주가 글 잘 짓는 선비를 찾아 남편으로 삼겠다고 그새 2년도 넘게 저 방을 붙여놓고 수많은 글 잘하는 선비들을 제 집으로 불러들여 지은 글을 본다는 것이었다.이 나라에 소문난 수많은 선비들이 기생 소백주의 미모와 재주와 재산을 보고 그녀의 남편이 되겠다고, 그 앞에 나아가 글을 지어 올렸으나 지금껏 죄다 떨어졌다는 것이었다.“실은 우리도 지금 그 소백주 집에 다녀온다오. 죄다 떨어졌지만 아무튼 거기 가면 안주로 나온 수육 한 접시에 술 한 잔은 그냥 얻어먹을 수 있다오. 당신도 한번 가보시구려!”“으음!.......”그 선..
2025.04.17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8회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8회제28회 기이한 방그렇다면 지금 김 선비 자신은 또 어떠한가천운도 지운도 인운도 모두 가득한가?아니었다.그렇다면 시운은 어떠한가?작금의 실정은 이 정승 같은 외척이 온갖 권세를 누리는 시대였다.호랑이 없는 산에는 여우가 왕 노릇 한다더니 틀림없이 그런 시대였다.그런 시대의 선비는 힘이 없어 불의의 세상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초야에 묻혀 학문을 벗 삼아 욕심 없이 자신의 청정한 가슴에 품은 굳센 뜻 하나 우뚝 지키고 고단하게 사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야 하는데, 김 선비는 그 간악한 여우에게 모든 집안의 재물을 탈탈 털어 뇌물로 바치고 벼슬을 구걸하려고 했으니 인생의 최하위 밑바닥까지 가버렸지 않은가!천운에 벼슬자리가 없는 것을 뇌물을 바쳐 사려한 것이 아닌가!천..
2025.04.17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7회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7회제27회 천명(天命)그렇다면 공자가 흠모했던 주나라 주공 단도 촉나라의 재상 제갈량도 모두 천운과 지운과 인운을 다 잘 타고났던 존재들인가?그렇다면 시운은 어떠한가?주공 단은 스스로 어린 조카를 대신하여 왕위에 오를 것을 사양했고, 제갈량 또한 황제에 오르라는 유비현덕의 말을 거절했다.주공은 예도에 따라 형의 아들 어린 조카 성왕을 보필하는 것을 천명(天命)으로 여겼고, 제갈량은 황제 자리가 아니라 백성의 안위와 평화를 천명으로 알았던 것이다.그들에게는 이미 그러한 하찮은 인간에게 하늘이 부여해 준 운이란 것을 뛰어넘어버린 깊은 경지가 있었던 것이다.그러기에 황제라는 권력을 뛰어넘은 현자(賢者)로 대대로 칭송받고 숭앙받지 아니한가!그러나 조선의 세조 수양대군은 어떠한..
2025.04.15 -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6회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6회제26회 시운(時運)그 이야기를 들은 김 선비는 무슨 진기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머릿속에 간직하고 오래도록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이 정승의 집에서 사랑방 식객 노릇을 하던 3년 동안 김 선비는 같이 지내던 여러 곳에서 올라온 선비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인생사와 세상사를 깊이 통찰할 수 있는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혼란한 난세를 평정할 인물은 하늘이 낸다고 하더니 인생사도 모든 게 시운(時運)이 적절히 맞아야 했다.세상에 쓸 만한 훌륭한 인물이 나오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김 선비는 오래전부터 속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첫째는 천운(天運)이 좋아야 했다.조상 대대로 착한 일을 해서 덕을 많이 쌓아 인심을 얻고 ..
2025.04.14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5회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5회제25회 성사재천(成事在天)“사람이 하는 일이 선량한 이치로 하늘과 땅에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그것이 어울려 생명이 봄날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었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탐욕으로 사악하게 어긋난다면 가을날 된서리를 맞고 죽어가는 초목의 신세가 되고 말지 않겠는가!뿌린 대로 거두는 것 그게 우주 자연의 이치로다. 사람이 바르지 못하면 결국 하늘도 땅도 모든 것을 되돌리고 마는 것 아니겠는가! 어허! 내가 그 까닭을 아직 깨달아 알지 못하였구나!”도선은 하늘을 우러르며 혼잣소리로 크게 외치고는 버리려던 나침반을 다시 품안에 넣으며 먼 허공을 바라보는 것이었다.「삼국지연의」 촉나라의 제갈량이 위나라의 사마중달을 표주박 지형의 호로곡(胡盧谷)으로 유인하여 화공(火攻)으..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