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190)
-
김삿갓 방 랑기 200화 마지막회
★ 시인 김삿갓 방랑기 200화(마지막 회) [乘彼白雲 羽化登仙(승피백운 우화등선) 돌이켜보면 기구하기 짝이 없었던 50 평생이었다. 그러기에 혼미한 의식 속에서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김삿갓은 다음과 같은 마지막 시를 읊기 시작하였다. 鳥巢獸穴皆有居(조소수혈개유거) : 날짐승도 길짐승도 제집이 있건만, 顧我平生獨自傷(고아평생독자상) : 내 평생을 돌아보니 혼자만 슬프게 살아왔노라. 芒鞋竹杖路千里(망혜죽장로천리) : 짚신에 지팡이 끌고 천릿길 떠돌며, 水性雲心家四方(수성운심가사방) : 물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었다. 尤人不可怨天難(우인불가원천난) : 뛰어난 사람은 하늘이 준 고난을 원망할 수 없어 歲暮悲懷餘寸腸(세모비회여촌장) : 죽을 때가 되니 슬픔이 마디마디 창자에 남는다. 初年有謂得樂地(초..
2021.03.02 -
김삿갓 방랑기 199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99화 [歸天(귀천)] 보은산은 남향이어서 산속이 유난히 따뜻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산속에서는 어느새 진달래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김삿갓은 진달래꽃 봉오리가 터진 것을 발견하자, 오랫동안 몸속에 잠재해 있던 방랑벽이 별안간 가슴이 설레도록 용솟음쳐 올라왔다. ‘아아, 나도 모르게 어느새 대지에는 봄이 왔구나. 나도 이제는 방랑의 길을 떠나야 할 때가 왔구나!’ 김삿갓은 무의식중에 그런 충동이 느껴져 진달래꽃을 그윽이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안 진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봄이 왔으니 나도 이제는 길을 떠나야 하겠소이다.” 그리고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작별시를 한 수 써 보였다. 遠客悠悠 任病身(원객유유 임병신) 君家蒙恩 且逢春(군가몽은 차봉춘) 春來各自 東西去(춘래각자 동서거) 此地..
2021.03.01 -
김삿갓 방랑기 198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98화 [연년납월 십오야, 헌관집사 개고알] ‘유천’이라는 주막에서 우국지사와 마지막 작별을 나눈 김삿갓은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강진에 있는 안복경이라는 사람을 찾아가기로 결심하였다. 진주에서 강진 고을까지는 몇 백 리가 되는지 김삿갓은 정확한 거리를 모르지만, 마음 놓고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아무리 멀더라도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병이 워낙 심상치 않은데다가 우국지사를 만나 밤샘을 해가며 폭음을 한 탓인지 몸이 천근같이 무거웠다. 게다가 날씨조차 갑자기 추워져서 사지가 오그라들 지경이었다. ‘이거 큰일 났구나. 몸이 이래 가지고야 하루에 10 리인들 걷겠나?’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김삿갓은 날이 갈수록 몸이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
2021.02.28 -
김삿갓 방랑기197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97화 [男兒何處 不相逢(남아하처 불상봉 : 살다 보면 어디선가 다시 만나는 운명)] 어느덧 진주에 도착한 김삿갓은 우선 촉석루(矗石樓)부터 찾아갔다. 진주성 남쪽 벼랑 위에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촉석루는 그 아래로 남강물이 도도하게 흐르고, 강 건너편 우거진 대나무 숲은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대나무 숲이 끝나는 강가에는 하얀 모래밭이 길게 연결되어 있어 자연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살아 있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은 왜적과 우리 관군이 피아간에 운명을 걸고 싸운 가장 치열했던 격전장이었다. 왜적이 총력을 기울여 공격해 왔었지만 전라 병사 황진(黃進)과 경상 병사 최경회(崔慶會), 의병장 김천일(金千鎰) 등이 전력을 기울여 방어해오..
2021.02.27 -
김삿갓 방랑기 196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96화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김삿갓이 물에 빠져 죽은 스님을 형식적으로나마 장사까지 지내주고, 첩첩산중으로 또다시 걸어가고 있노라니 이번에는 어디선가 늙은이가 대성통곡하는 곡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아이고~ 이 무정한 친구야,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던 자네가 나를 내버려 둔 채 혼자만 가버렸으니 이 무슨 기가 막힌 일이란 말인가!” ‘응? 이게 무슨 소릴까?’ 김삿갓은 길을 가다 말고, 귀를 유심히 기울여 보았다. 저편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넋두리는 분명 사람의 소리였다. 김삿갓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부랴부랴 달려가다가 너무도 뜻밖의 광경에 기절초풍을 할 듯이 놀랐다. 높다란 벼랑 아래 풀밭에는 뼈와 가죽뿐인 호호백발 노인이 하나..
2021.02.26 -
김삿갓 방랑기195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95화 [김삿갓의 기행] 지리산은 전라도와 경상도에 걸쳐있는 엄청난 산으로 둘레에는 크고 작은 10여 개의 고을들이 산재해 있다. 남원은 서쪽에 해당하고, 함양(咸陽)은 북쪽 고을이고, 진주(晉州)는 남쪽 고을에 해당한다. 이렇듯 크고 넓은 산을 넘자니 다리가 불편한 김삿갓으로선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리하여 산허리를 걸어 넘어 진주 방향으로 길을 접어들었다. 그 옛날 진시황제 시절 중국 사람들은 ‘영생불사(永生不死)’의 명약 장생불로초(長生不老草)를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童男童女) 5백 쌍을 동방에 있는 삼신산(三神山)으로 보낸 일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삼신산의 하나였던 방장산(方丈山)이 바로 지금의 지리산인 것이다. 지리산은 산이 높고 ..
202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