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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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008회
#방랑시인 김삿갓-008화 [오애청산도수래(吾愛靑山倒水來) : 나는 본래 청산유수를 사랑한다오] 금강산까지 팔십 리 남았다는 말을 들은 김삿갓은 모호했다. 비로봉까지 팔십 리란 말인지 내금강 입구까지 팔십 리 남았다는 말인지 도통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떠랴, 어차피 세상을 떠도는 몸이거늘 팔십 리든 팔백 리든 남은 거리가 문제되진 않았다. 김삿갓은 한가로운 여름 구름 같이 유유자적한 터라 하루 삼십여 리만 걸어도 하루해가 지나갔다. 날이 다시 저물기 시작했다. 산골의 저녁은 빠른 법이다. 이렇게 날이 저물 때면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잠자리였다. “허~ 날아다니는 새도 밤이 되면 찾아갈 둥지가 있건만, 나는 또 뉘 집 문 앞을 기웃거려야 한단 말인가?” 김삿갓은 탄식이 절로 났다. 두어 고개를 넘..
2020.08.20 -
김삿갓006화
#방랑시인김삿갓-006화 [선비와의 언문풍월 대결] “아니 뭐가 딱하단 말이오?” 중이 험악한 대꾸를 하는데, 그의 말에는 칼과 같은 날카로움이 있었다. “스님, 긴요한 이야기라면 뒷켠 승방에서 나눌 일이지 어찌 부처님 앞에서 나눈단 말씀이오. 앉아 계셔도 구만리를 내다보시는 부처님은 두렵지 않고, 한낱 지나가는 이 과객은 두렵단 말이오?” “뭣이?” 선비와 중은 동시에 입을 딱 벌리며 기막혀했다. 말을 듣고 보니 이치에 닿는 말이었다. 인간은 속일 수 있을지언정, 부처님은 못 속이는 법, 지금까지 부처님 앞에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잘 것 없는 나그네 하나를 물리치려던 자신들이 부끄러웠다. 선비는 이 낯선 과객의 말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마침내 한 꾀를 생각했다. 그것은 어려운 글 겨루..
2020.08.16 -
방랑시인김삿갓 005회
#방랑시인김삿갓-005화 [김삿갓 눈 앞에 우뚝 솟은 금강산] 청운의 큰 뜻이 이루어져 청루거각에 누워 있어야 할 몸이 멍석이 깔려 있는 낯선 사랑방에 누워 있다니 대체 어느 쪽이 잘못되어 있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모두 뜬 구름이야, 뜬 구름...” “아니 이 양반이 잠꼬대는... 웬 잠꼬대?” 더벅머리 머슴놈이 부지 중에 김삿갓이 내뱉은 말을 잠꼬대로 들었던지 툭툭 발길질을 한다. “총각, 내 잠세.” 김삿갓은 이렇게 말하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다음 날도, 또 다음날도 김삿갓은 계속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절은 벌써 오월이었고 집을 떠난 지 어언 한 달이나 되었다. 봄도 지금은 다 지나가고 신록과 더불어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삿갓은 양구를 거쳐 금강산의 관문인 단발령에 도착하였으니 집..
2020.08.16 -
김삿갓 해학시 모음 詠笠 (영립)
김삿갓 해학시 모음 詠笠 (영립)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부부아립등허주 일착평생사십추 牧堅輕裝隨野犢 漁翁本色伴沙鷗 목수경장수야독 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취래탈괘간화수 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속자의관개외식 만천풍우독무수 내삿갓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색을 나타냈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자신의 조부를 탄핵하고 시작한 방랑 생활. 언제나 벗이 되어 주며 비바람에도 몸을 보호해 주는 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
20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