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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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水湖誌) - 235
★ 수호지(水湖誌) - 235왕경이 무슨 일일까 의심하고 있는데, 얼마 후에 또 한 사람이 사립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물었다.“범원장 계십니까? 당신이 이대랑이오?”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며 각기 생각했다.“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인사를 마치고 물어보려고 하는데, 마침 범전이 돌아왔다.세 사람이 좌정하고서 범전이 말했다.“이 선생은 무슨 일로 오셨소?”왕경은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났다.“점쟁이 이조였구나.”이조도 생각이 났다.“이 사람은 동경의 왕씨로서 내게 점을 친 적이 있었지.”이조가 범전에게 말했다.“한동안 원장님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친척 중에 이대랑이라는 사람이 있습니까?”범전이 왕경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이 제 아우 이대랑입니다.”왕경이 그 말을 받아서 말했다.“본래 ..
2025.02.17 -
★ 수호지(水湖誌) - 234
★ 수호지(水湖誌) - 234정산보는 5,6백 가호가 있는 마을이었는데, 무대는 보리밭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이때 기생들은 아직 무대 위에 오르지 않았고, 무대 아래 사방에 3~40개의 탁자가 놓여 있는데, 사람들이 둘러앉아 주사위 노름을 하고 있었다.주사위로 하는 노름도 한 가지가 아니라 육풍아(六風兒)·오요자(五么子)·화요모(火燎毛)·주와아(朱窩兒) 등이 있었다.또 20여 명이 땅에 웅크리고 앉아 동전 던지기도 하고 있었는데, 동전을 던져 하는 노름도 혼순아(渾純兒)·삼배간(三背間)·팔차아(八叉兒) 등이 있었다.주사위를 던지는 곳에서는 ‘요’를 외치거나 ‘육’을 외치고, 동전을 던지는 곳에서는 ‘글자’를 외치거나 ‘뒷면’를 외치고 있었다.혹은 웃기도 하고 혹은 욕하기도 하고, 혹은 진지하기도 하고 혹..
2025.02.17 -
★ 수호지(水湖誌) - 233
★ 수호지(水湖誌) - 233수호지 제103회-2왕경은 영중의 사람들이 모두 잠들 때까지 두어 시간을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안채 뒤쪽으로 돌아가 담을 기어 넘어갔다.조용히 뒷문 빗장을 열고 한쪽 구석에 숨었다.희미한 별빛 아래에서 보니 담장 안쪽 동편에 마구간이 있고, 서편에는 작은 집이 하나 있는데 측간이었다.왕경은 마구간의 나무 울타리를 뜯어내 중문 담장에 기대놓고, 그걸 타고 담장을 기어 올라갔다.담장 위에서 울타리를 끌어올려 안쪽으로 기대놓고 가만히 밑으로 내려왔다.먼저 중문의 빗장을 열어놓고 울타리를 치워 놓았다.안쪽에 또 담장이 있었는데, 담장 안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왕경은 담장 가까이 다가가서 바닥에 엎드려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들었다.장세개의 목소리가 들리고, 또 한 여인과 다른 한..
2025.02.16 -
★ 수호지(水湖誌) - 232
★ 수호지(水湖誌) - 232수호지 제103회-1사내는 상투를 튼 맨머리에 두건도 쓰지 않았고, 올이 가는 짧은 베옷 적삼을 입고 세모꼴의 부들부채를 들고 있었다.얼굴을 쳐들고 뒷짐을 진 채 팔자걸음으로 걸어왔다.그는 어제 저자거리에서 유배 가는 자가 창봉 쓰는 자를 이겼다는 것을 듣고, 공단 형제가 그에게 무술을 배울까 봐 훼방 놓으려는 것이었다.사내가 왕경을 꾸짖었다.“너는 죄수로서 어찌하여 도중에 길을 벗어나 여기서 남의 집 자제를 속이고 있는 것이냐?”왕경은 그가 공씨 친척인 줄 알고 감히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바로 동촌의 황달이었다.아침에 선선할 때 공가촌 서쪽 끝에 사는 유대랑에게 노름빚을 받으려고 가는 길이었는데, 공단의 장원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그는 평소에 공단 형제..
2025.02.16 -
★ 수호지(水湖誌) - 231
★ 수호지(水湖誌) - 231수호지 제102회-2한편, 개봉부윤은 채태사가 보낸 심복을 통해 밀명을 받고, 즉시 대청에 올랐다.그날은 신유일(辛酉日) 즉 닭의 날이었다.부윤은 왕경을 감옥에서 끌어내 칼을 벗기고 곤장 20대를 때린 다음 얼굴에 문신을 새겼다.가장 먼 곳을 골라 서경 관할의 섬주 뇌성으로 유배 보내기로 하였다.왕경에게 열 근 반짜리 쇠칼을 목에 씌우고 봉인을 한 다음 손림과 하길이라는 두 압송관이 왕경을 압송하여 길을 떠났다.세 사람이 개봉부를 나서자 왕경의 장인 우대호가 맞이하여 세 사람을 관아 앞 남쪽 거리에 있는 주점으로 데리고 갔다.우대호는 점원을 불러 술과 고기를 주문하였다.술을 두세 잔 마신 후에 우대호가 은자 한 보자기를 꺼내 왕경에게 주면서 말했다.“백은 20냥이네. 도중에 ..
2025.02.15 -
★ 수호지(水湖誌) - 230
★ 수호지(水湖誌) - 230수호지 제102회-1왕경은 걸상이 네 다리로 걸어오는 기괴한 일을 보고 오른발로 걸상을 걷어찼는데, 힘을 갑자기 많이 쓴 탓에 옆구리가 결려 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다.“아이고!”그러고는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왕경의 아내가 비명을 듣고 달려 나와 보니 걸상은 한쪽에 쓰러져 있고, 남편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아내는 왕경의 뺨을 한 대 때리고서 말했다.“쓸모없는 괴물아! 종일 바깥으로만 나돌고 집안은 돌아보지 않더니 오늘 늦게야 겨우 들어와서는 또 이게 무슨 짓거리야?”왕경이 말했다.“여보! 장난이 아니야. 옆구리가 결려서 움직이지도 못하겠어!”그제야 아내는 왕경을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왕경은 아내의 어깨에 기대어 일어나다가 머리를 흔들고 이를 악물면서 비..
2025.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