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97 편

2024. 11. 20. 08:21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97

제10장 무위군 공격

제40편 귀향 40-2

“저는 낭랑(娘娘)의 말씀을 받들어 성주를 모시러 왔습니다.”
송강은 감히 대답을 못하고, 신주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가 목소리가 남자가 아닌 것을 알고, 신주 속에서 기어 나왔다.

밖에는 푸른 옷을 입은 어린 여자 둘이 서 있었다.
두 나계(귀신)는 송강에게 머리를 숙여 예를 드린다.

“두 분은 어디서 오셨소?”
“낭랑의 법지를 받들어 성주를 궁으로 모셔 가려고 왔나이다.”
“잘못 아셨소이다. 나는 성주가 아니라 송강이란 사람이오.”
“저희가 잘못 알 리가 있사오리까, 어서 가시지요.”
송강은 마지못해 그들을 따라갔다.

전각에서 내려가 후원의 장각문(牆角門)을 지나자 별빛과 달빛이 하늘에 가득 차 있고, 향기로운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고 사방이 대나무 숲이었다.

‘묘 뒤에 이런 곳이 있다니, 진작 알았다면 여기 숨을 걸 그랬구나.’
송강이 걷고 있는데 문득 거북이 등같이 편편한 큰 길이 나타나고, 아름다운 마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쭈욱 늘어서 있었다.

잠시 후에는 잔잔한 냇물소리가 들렸다.
앞을 바라보니 청석교(靑石橋)가 놓여 있는데 양쪽에는 붉은 난간이 있었다.

언덕 위에는 각종 진기한 꽃들이 피어있고, 소나무며 대나무가 울창하고, 버드나무와 복숭아나무가 자라 있었다.
아래로는 옥 같은 물이 잔잔히 흘러서 석동(石洞) 안으로 사라졌다.

다리를 지나니 붉은 주홍빛 영성문이 있었다.
문 안이 궁전이었다.

궁전은 눈부시게 호화로웠다.
벽에는 금 못을 박았으며 푸른 기와와 독수리 모양의 처마, 용이 날아가는 그림이며 밝은 구슬들이 번쩍거리고 담장 위로는 두 마리의 봉황새가 날아간다.

그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강변의 담장에는 버드나무와 꽃들이 우거져 있고, 누각에는 물총새와 아지랑이가 밝은 빛을 띄고 있다.

만약 신선의 마을이 아니라면 인간 제왕의 집이 틀림없었다.
송강이 놀랍고 두려워 감히 앞으로 걷지 못하자 동자가 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후에 왕의 섬돌이 나왔고, 양편 복도에 붉은 기둥이 서 있는데, 모두가 발을 내려놓았다.
동자를 따라 댓돌 위로 올라갔다.

“성주님, 낭랑께서 어서 올라오시라는 분부십니다.”
송강은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대전에 올랐다.
동자가 왕에게 말했다.

“송성주를 청하여 왔나이다.”
송강은 왕 앞에 두 번 절하고 땅에 엎드렸다.
그러자 발 안에서 옥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성주에게 자리를 주라.”
네 명의 여 동자가 송강을 부축하여 비단 방석에 앉혔다.
이어 낭랑은 발을 걷어 올리고 말했다.

“성주는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송강은 몸을 일으켜 다시 두 번 절을 하고 아뢰었다.

“신(臣)은 서민이어서 감히 우러러 성용(聖容)을 뵈옵지 못하옵니다.”
낭랑이 말한다.

“이미 오셨으니 너무 예의만 차리지 마시오.”
송강이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옹과 봉황을 그린 촉 등이 휘황찬란했다.

그런 가운데 푸른 옷을 입은 여 동자들이 양쪽에 늘어서서 피리를 들거나 왕의 깃발을 잡거나 부채를 들고 시중을 들고 있었다.
낭랑은 칠보로 용을 그린 왕좌에 앉아 있었다.

“성주에게 술을 주라.”
양편에 늘어선 여동들이 기묘한 꽃무늬로 장식한 병을 들어 옥으로 만든 술잔에 술을 따라 송강에게 권했다.

송강은 사양하지 않고 술을 받아 마셨다.
술맛은 맑은 감로주로 향기가 입 안에 가득 찼다.

여동 하나가 쟁반에 대추를 담아와 그에게 권했다.
송강은 낭랑이 체면을 생각해서 한 개를 먹고 씨는 손바닥에 받았다.

- 98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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