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96 편

2024. 11. 19. 08:23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96

제10장 무위군 공격

제40편 귀향 40-1

송강이 양산박에 들어온 지 사흘이 지났다.
두령들은 매일 술잔치를 벌렸으나 송강의 마음은 불편했다.

고향에 있는 늙은 부모가 걱정되어 운성현으로 가서 동생 송청과 부모를 모셔오기로 결심했다.
다른 두령들은 위험하다고 말렸으나 송강은 듣지 않고 갓을 쓰고 짧은 지팡이를 들고, 허리에 칼을 차고 양산박을 나섰다.

금사탄에서 배 타고 나루를 건너 큰 길로 나서면 바로 운성현이다.
그는 길을 걷다가 배가 고프면 밥을 사먹고, 목이 마르면 물마시고, 밤에는 여관에서 자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길을 걸어 마침내 송가촌에 도착했다.

아직 해가 남아 있을 때였다.
그는 숲속에서 기다려 해가 지자 장상 뒷문으로 들어갔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송청이 나와 문을 열었다.
그는 형을 보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형님, 여기는 왜 오셨습니까?”
“아버님을 모셔 가려고 왔지.”
“형님은 모르십니다. 형님이 강주서 저지른 일이 소문이 쫙 퍼져서 고을에서는 조도두(趙都頭) 형제를 보내 우리 식구는 문 밖에 한 걸음도 못 나가게 하고, 밤낮으로 2백 명의 관군들이 순찰을 돌며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 강주에서 고발장이 넘어오면 아버님과 저를 옥에 가두고, 그 다음에 형님을 잡을 작정이랍니다.
어서 양산박에 돌아가셔서 여러 두령들에게 도움을 청하십시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집 안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양산박으로 발길을 돌렸다.

달빛이 흐려서 길이 잘 안보였다.
송강이 큰 길을 포기하고 지름길로 들어설 무렵 갑자기 뒤에서 사람들의 고성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쪽에서 사람들이 횃불을 밝히고 쫓아오고 있었다.

“이놈 송강아, 어딜 도망가느냐?”
그는 혼비백산하여 몸을 숨길 곳을 찾다가 숲속에서 옛 묘소 하나를 발견하고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퇴락한 묘 안에는 몸을 숨길 만한 구석이 없었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들어보니 군관 조능의 목소리였다.
송강은 마음이 급해 전각 위의 신주에 들어가 납작 엎드려 숨을 죽였다.

그러자 횃불 든 관군들이 묘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발자국 소리가 멈추더니 조득이 휘장을 들치고 횃불을 쑥 들이밀었다.

송강은 속으로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하고 생각했다.
송강이 숨을 죽이는 순간 조득이 갑자기 손에 든 횃불을 마룻바닥에 떨어뜨리고 눈을 비볐다.

휘장을 치우다가 먼지가 눈에 들어간 것이다.
조득은 횃불을 밟아 꺼버리고 밖으로 나가 토병들에게 물었다.

“여긴 놈이 없다. 도대체 이놈이 어딜 갔을까?”
토병들이 대답한다.

“아마 숲속으로 들어갔을 겁니다. 여기가 환도촌(還道村)입니다. 제깐 놈이 가면 어디 가겠습니까!
우리가 동구 밖만 지키고 있으면 제깐 놈이 날개가 있어도 못 빠져나갑니다.”

송강은 속으로 기도를 드렸다.
‘신명의 도움을 입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목숨을 보전하면 후일 반드시 묘를 보수하고 초당을 지어 감사의 뜻을 올리겠습니다.’

바로 그때 관군 하나가 횃불을 들고 휘장을 쳐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거센 바람이 신주 안에서 일어나 횃불을 꺼버렸다.

“이런 괴이한 일이 세상에 있나.”
마침내 그들은 수색을 포기하고 묘에서 철수했다.

송강은 안도의 한 숨을 쉬었지만 이제는 ‘독안에 든 쥐’꼴이 되었다.
관군이 지키고 있는 동구 밖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송강이 막막해서 문 쪽을 바라보니 언제 나타났는지 두 명의 푸른 옷을 입은 동자가 신주 앞에 와서 입을 열었다.

- 97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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