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98 편

2024. 11. 21. 07:53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98

제10장 무위군 공격

제40편 귀향 40-3

“성주께 천서 세 권을 내드려라.”
여동이 병풍 뒤에서 누런 보자기에 싼 천서 세 권을 옥쟁반에 받쳐 들고 나왔다.
그 책은 길이가 다섯 치에 넓이가 세 치였고, 두께가 세 치였다.

그는 감히 책을 펴보지도 못한 채 두 번 절하고 공손히 받아서 소매 속에 넣었다.
그때 낭랑이 입을 열었다.

“성주께 천서 세 권을 전하니 성주는 하늘을 대신하여 도(道)를 행하되 충성을 다하여 나라를 보호하고, 국민을 편안케 하며,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바로잡도록 힘쓰시오.
옥제(玉帝)께서 성주가 아직 마음에 안 들어 잠시 방치해 두었으나 머지않아 다시 제자리로 불러들여 쓰실 것이오. 부디 털끝만치라도 게으름을 피우지 마시오.
만약 다시 죄를 지으면 나 또한 다시는 성주를 구해 낼 도리가 없소. 이 천서를 잘 읽으시되 다만 천기성(天機聖)하고만 같이 보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마시오.
공을 이룬 후에는 부디 불에 태워 버리고 세상에 남겨두지 말도록 하시오. 내가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게 못하겠으니 성주는 그만 돌아가시오.”
낭랑은 곧 동자에게 길 안내를 명했다.

송강은 낭랑에게 사례하고 동자를 따라 나온다.
영성문을 지나 청석교(靑石橋)에 이르자 여동자가 그를 돌아보고 말한다.

“오늘 낭랑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성주께서는 무사 할 수 없었을 것이오. 날이 밝으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니 성주는 과히 근심 마소서.”
그리고 다리 아래를 가리키며 다시 한마디 한다.

“성주님, 저 물속에서 용 두 마리가 놀고 있는 것을 보세요.”
송강이 그 말을 듣고 곧 난간에 의지하여 용을 굽어보자 곁에 섰던 두 동자가 송강의 등을 와락 밀어 다리 아래로 떨어뜨렸다.

송강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떠 보니 뜻밖에도 몸은 신주(神廚) 속이었다.
그는 잠깐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달그림자가 남쪽에 있었다.
대략 삼경 전후였다.

송강의 손바닥에는 대추씨 세 개가 있었다.
소매 속을 더듬어 보니 보자기에 싼 물건이 손에 잡혔다.
천서 세 권이었다.

‘참으로 기이한 꿈이로구나! 꿈이지만 사실은 꿈이 아니다. 만약 꿈이라면 어찌 이 천서가 소매 속에 들어 있으며 입에서 술 향내가 나고 또 손바닥에 대추씨가 있겠느냐?
아마도 이곳 신령이 워낙 영험하여 조화를 보이셨구나. 도대체 이 묘는 누구의 신명(神明)을 모셔 놓았을까?’
그가 휘장을 쳐들고 자세히 보니 구룡상(九龍床)위에 한 낭랑이 앉아 있는데, 꿈에서 본 바로 그 낭랑의 모습이었다.

그는 단봉을 찾아 들고 먼지를 털고 문에서 나왔다.
위를 보니 낡은 액자에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구천현녀낭랑(九天玄女娘娘)께서 내게 천서 세 권을 건네주시고, 또 내 목숨을 구해 주셨구나. 내가 만약 다시 이곳에서 살아난다면 반드시 이곳에 다시 와서 묘당을 지을 것이다.’
송강이 묘에서 나가자 양산박 두령들이 달려왔다.

송강은 그때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송강은 유당을 보고 묻는다.

“대체 어떻게 알고 왔소?”
“형님이 하산하신 후 조두령과 오군사 두 분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대원장을 시켜 형님 뒤를 쫓도록 하셨습니다.
예상대로 사정이 심상치 않자 즉시 오군사, 공손선생, 원가삼형제, 여방, 곽성, 주귀, 백승만 남아서 산채를 지키고, 나머지 두령은 모두 출동했습니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석용, 조개, 화영, 황신, 설영, 장경, 마린 일곱 두령들이 들어왔고, 이립이 또한 이준, 목홍, 목춘, 장횡, 장순, 후건, 소양, 김대견 여덟 두령들을 이끌고 왔다.
그때 조개가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이 있소. 형님의 부모님과 동생과 가족들이 모두 지금쯤 무사히 산채로 들어가셨을 겁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조개에게 절하며 사례했다.

“형님,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으리까?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조개와 송강은 기뻐하며 두령들과 함께 환도촌을 떠나 양산박으로 향했다.

- 99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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