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94
제10장 무위군 공격
제39편 황봉자 39-2
주귀와 송만은 강주 성내를 염탐하기 위해 목태공의 집에 남아 있게 하고, 동맹은 고기잡이 배를 타고 먼저 동정을 살피도록 했다.
이윽고 큰 배 5척이 무위군을 향해 떠났다.
때는 마침 7월 말, 밤은 서늘하고 바람은 고요하며 달은 맑은 강물 위에서 하얗게 빛났다.
초경 전후해서 일행이 무위군 강변에 이르자 갈대 숲 우거진 곳을 골라 한 줄로 배를 매어 놓았다.
“성내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송강은 곧 부하 장정들에게 배에 싣고 온 모래 포대와 마른 갈대들을 강 언덕에 운반하고 성안의 동정을 살피도록 했다.
마침 성에서 이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송강은 장횡, 원소이, 원소오, 원소칠과 동위, 동맹 여섯 사람에게 남아서 배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두령은 모두 배에서 내렸다.
송강은 비둘기목에 방울을 달아서 공중에 높이 날려 보냈다.
밤하늘에서 방울 소리가 들리자 성 위에 장대들이 우뚝 서며 그 위에 잡아맨 백호대(白號帶)가 바람에 나부꼈다.
송강은 그 아래에다 포대를 성 높이까지 쌓아올려 마른 갈대풀과 기름을 성 위로 운반시켰다.
송강이 성 위로 올라서사 백승이 황문병의 집을 가리켰다.
“설영, 후건은 어디 있소?”
송강이 묻자 백승이 대답한다.
“그놈 집에서 형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석용과 두천은 어디 있소?”
“성문 근처에 숨어 있습니다.”
송강은 곧 졸개들을 이끌고 성안으로 내려가 황문병의 집 앞으로 갔다.
후건은 처마 밑에 몸을 숨기고 서 있었다.
송강이 손짓하여 그를 불러 계교를 일러주었다.
후건은 은밀히 다가가 채원문을 열어 놓았다.
졸개들이 마른 풀과 기름을 집 뒤로 가져다 쌓아놓았다.
후건이 불씨를 설영에게 주자 불을 당겼다.
후건은 앞 문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대관인 댁에 불이 났소. 어서 문을 여시오.”
집 안에서 그 말을 듣고 뜰로 나가 보니 집 뒤에 불꽃이 하늘 높이 솟구치고 있었다.
하인들이 허둥지둥 뛰어나와 대문을 열었다.
대문이 열리자 조개와 송강이 졸개들을 이끌고 일제히 함성을 치며 안으로 뛰어들었다.
잠깐 사이에 황문병의 가족 50여 명이 모조리 칼날아래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정작 황문병은 보이지 않았다.
집 안을 샅샅이 뒤져보니 황문병이 백성들로부터 약탈한 금은보화가 방과 곳간마다 가득차 있었다.
두령들은 보화들을 모조리 성 위로 나르게 했다.
그때 석용과 두천은 불이나자 각기 칼을 빼들고 달려 나가 보초들을 제거했다.
이어 동네 사람들이 물통과 사다리를 들고 달려 나와서 불을 끄려 하자 석용과 두천이 소리치며 막아섰다.
“우리 양산박 호걸 수 천 명이 송강과 대종의 원수를 갚으러 왔으니 동네 사람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어서들 집으로 돌아가시오.”
그 말에 모두들 깜짝 놀라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저편에서 흑선풍 이규가 벽력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쌍 도끼를 들고 달려왔다.
무위군의 군민 백성들은 전에 양산박 호걸들이 강주 성내에서 난동을 피운 것을 알고 있으므로 감히 나서는 자가 없었다.
송강의 무리는 약탈한 재물을 배에 싣고 유유히 목태공의 집으로 돌아갔다.
송강은 황문병을 못 찾은 것이 한으로 남았다.
그때 강주성에서는 무위군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소문이 무성하고 인심이 흉흉했다.
황문병은 마침 관가에서 채구와 함께 있다가 그 말을 전해 들었다.
“제 마을에 불이 났으니 집에 가봐야겠습니다.”
채구는 배 한 척을 내주어 황문병에게 타고 가게 했다.
황문병이 무위군에 갈수록 불기운이 맹렬하게 타올라 강까지 붉게 물드는 것 같았다.
배가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강 저쪽에서 다가온 배에서 한 사내가 말했다.
“북문 안 황통판 집에 양산박 도적떼가 쳐들어와 집안 식구들을 모두 죽이고 재물을 깡그리 훔쳐 낸 다음 불을 질렀답니다.”
그 말에 황문병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이어 그 사내는 들고 있던 쇠갈고리를 던져 황문병이 탄 배를 끌어 당겼다.
황문병은 눈치가 빨라 그 순간 몸을 날려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물 속에 있던 한 사내가 그의 덜미와 허리춤을 잡아 다시 배 위로 올렸다.
물속에 있던 사람은 장순이었고, 갈고리를 들고 배를 낚아챈 사람은 이준이었다.
두 사람은 황문병을 밧줄로 꽁꽁 묶어 송강 앞에 데리고 갔다.
이어서 황문병을 발가벗겨 버드나무에 매어 놓고 조개로부터 백승에 이르는 31명의 호걸들이 잔을 들었다.
이윽고 송강이 외쳤다.
“듣거라. 내가 너와 일찍이 원수 진 일이 없거늘 네놈이 왜 나를 해치려 들었느냐. 네놈이 그런 악한 맘을 먹은 까닭이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
내가 듣기로는 너의 형 황문엽은 인품이 뛰어나 고을에서 황불자(黃佛子)라는 말을 듣는데, 네놈은 권력에 아첨하고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백성들을 못살게 굴기 때문에 모두가 너를 황봉자(黃蜂 刺)로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네놈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디 할 말이 있으면 해보아라!”
- 95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