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99 편

2024. 11. 25. 08:41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99

제11장 흑선풍 이규

제41편 가짜 흑선풍 41-1

송강 부자와 형제가 산채에서 다시 만나 연 사흘째 잔치가 벌어졌을 때 공손승은 남달리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고향 계주에 홀로 남은 어머니 생각이 간절했던 것이다.
마침내 공손승은 두령들에게 말했다.

“제가 집을 떠난 지 여러 해가 되었으나 고향에 계신 노모의 안부를 듣지 못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부디 제게 서너 달만 주시면 고향에 돌아가서 노모와 스승을 뵙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자 조개가 말했다.

“어머님께서 북방에 홀로 계시고, 아무도 돌보아줄 사람이 없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떠나시오.”
공손승은 다음 날 전처럼 떠도는 도사차림으로 행색을 차렸다.

허리에는 보자기를 차고, 보검을 등에 걸고 어깨 위에는 갓을 걸고, 손에는 햇빛 가리개를 들고, 여러 두령들과 작별을 하고 산에서 내려갔다.

공손승이 떠난 후 갑자기 흑선풍 이규가 땅에 주저앉아 목을 놓아 통곡하면서 말했다.

“누구는 아버지를 모셔오고 어떤 사람은 노모를 보러 가는데 나만 이게 뭐요? 나도 땅에서 혼자 솟아나온 놈은 아닙니다.
집에는 노모가 계시고 형님이 있지만 남의 집 고용살이를 하시는 처지에 어머니 봉양이나 변변히 하겠소. 나도 이번에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좋은 옷에 좋은 음식에 호강 좀 시켜드리겠소.”
그 말을 듣자 조개는 말했다.

“좋은 말이오. 그럼 몇 사람 데리고 가서 어머니를 산채로 모셔오시오.”
그러자 송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가 워낙 성질이 급해서 고향에 가면 필시 일을 저지르고 말 걸세.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딸려 보내면 밤낮으로 싸울 것이고, 게다가 자네가 강주에서 사람을 많이 죽인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니 고향에 갔다가 관군에게 잡힐지도 모르는 일이네. 그러니 잠시 기다렸다가 바람이 잔 후에 가도록 하게.”
이규는 그 말에 성을 벌컥 내고 외쳤다.

“형님, 경우도 없구려. 자기는 아버지를 산채로 모셔다가 편히 지내게 하고, 우리 어머니는 촌구석에서 고생만 하시게 내버려둬야겠소? 이것 참, 사람 차별도 유분수지.”
“정 그렇다면 보내주겠네만 나와 세 가지 약속을 해야겠네. 첫째, 이번 길에 술을 한 잔도 입에 대지 말 것, 둘째 자네 성미가 워낙 급하니까 동행없이 혼자 다녀 올 것, 세째 자네가 쓰는 쌍도끼를 내게 맡기고 빈 손으로 갈 것이네.”
그 말에 이규는 껄껄 웃었다.

“그거야 뭐가 어렵겠소. 형님 하라는 대로 할테니 염려 마시오.”
그는 칼 한 자루만 허리에 차고, 은전 35개를 품에 넣고, 두령들과 작별 인사를 한 다음 즉시 산에서 내려와 금사탄을 건넜다.

조개와 송강은 여러 두령들과 그를 배웅하고 돌아 왔지만 송강은 그래도 마음이 안 놓였다.
그는 이규와 같은 고향사람인 주귀를 불러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했다.

“저도 아우를 한 번 보고 싶던 차에 잘되었습니다. 제 아우 주부(朱富)는 지금 기수현 서문 밖에서 술집을 내고 있습니다.
이규의 집은 백장촌 동점에 있지요. 이규의 형 이달(李達)은 남의 집 고용살이를 합니다. 제가 뒤따라 가보겠습니다.”
주귀는 보따리 하나 꾸려 어깨에 메고 곧 길을 떠났다.

이규는 양산박을 떠난 후 송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절 술을 안 먹고 무사히 기수현에 도착했다.

서문 밖에 오자 사람들이 모여서 거리에 붙힌 벽보를 읽고 있었다.
이규는 사람들 틈에 끼어 남들이 읽는 것을 가만히 들어 보았다.

“운성현의 송강과 그 졸개 강주의 대종과 기수현의 이규는 도적들이니 보는 사람은 관가에 신고할 것.”
이규가 그 말을 듣고 흥분하여 팔소매를 걷어 올렸을 때 누군가가 뒤에서 이규의 허리를 껴안았다.

“장형, 여기는 뭣 하러 오셨수?”

- 100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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