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93
제9장 강주성의 불길
제38편 네 거리 사형 터 38-4
그러나 이규는 태평이다.
“뭐가 걱정이오. 놈들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 없이 이 길로 성내로 쳐들어가서 아예 채구 놈을 죽여 버립시다. 여러분! 내 말이 어떻소?”
그때 대종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말렸다.
“어림도 없는 소리요. 성내에는 6,7천여 명의 군사가 있소. 섣불리 쳐들어가서는 안 되오.”
그때 원소칠이 외쳤다.
“강 건너에 배 서너 척이 매여 있군요. 저희 형제가 헤엄쳐 가서 빼앗아 오겠소.”
원가 삼형제가 옷을 벗고 허리에 칼 한 자루씩을 꽂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이 반 마장도 채 못 갔을 때 상류 쪽에서 쾌선 세 척이 달려오고 있었다.
배에는 장정 10여 명이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여러 사람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세 척의 쾌선 앞에는 한 사나이가 번쩍번쩍 빛나는 오고차(五股叉) 한 자루를 들고 휘파람을 휙휙 불고 있었다.
송강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는 다름아닌 장순이었다.
송강이 크게 외쳤다.
“여보게, 나 좀 구해주게.”
장순은 송강을 알아보고 달려왔다.
“아이구, 이게 웬일이십니까?”
삼원 형제는 일제히 몸을 돌려 헤엄쳐 나왔다.
배 세 척이 모두 강변에 닿았다.
첫째 배에는 장순이 10여 명 장정을 거느렸고, 둘째 배에는 장횡이 목홍, 목춘, 설영과 함께 10여 명 장객을 인솔하고, 셋째 배에는 혼강룡 이준이 이립과 더불어 역시 소금장수패를 데리고 왔다.
그들 손에는 모두 창이며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장순은 송강을 보자 기쁘고 반가워 땅에 넙죽 엎드려 절부터 한 다음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한다.
“형님께서 옥에 갇힌 후 목태공 장상한테 가서 함께 싸울 만한 사람들을 모조리 모아 오늘 강주 성내로 들어가서 옥을 때려 부수고 형님을 구해내려는 판인데, 여기서 만나 뵐 줄은 정말 뜻밖입니다. 혹시 저기 저 어른이 양산박 조두령이 아니십니까?”
송강이 말한다.
“조천왕 형님이네. 자아, 묘 안에 들어가서 인사들 하십시다.”
그들은 다시 백룡묘 안으로 들어갔다.
장순의 일행이 9명, 양산박 두령들이 17명, 송강, 대종, 이규 세 사람을 합쳐 모두 29명이었다.
묘 안에 들어가서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졸개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강주 성내가 발칵 뒤집혀 군사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규가 쌍도끼를 양손에 들고 묘문을 나섰다.
조개는 벌떡 일어섰다.
“일단 시작한 일이니 끝냅시다. 우리 모두 나가서 강주 군사를 모조리 죽이고 양산박으로 들어가겠소.”
두령들이 모두 찬성이었다.
수를 세어보니 졸개의 무리들이 도합 1백 45명이었다.
강변에서 바라보니 성내에서 나오는 군사가 모두 6,7천여 명으로 모두들 화살과 긴 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군마가 앞서고, 뒤로는 보군들이 따르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함성은 천지를 친동하고 있었다.
흑선풍 이규가 웃통을 벗어부치고 쌍 도끼를 휘두르며 앞서 내닫자 그 뒤를 화영, 황신, 여방, 곽성들이 뒤따랐다.
화영은 군마가 일제히 장창을 든 것을 보자 이규가 염려스러워 활에 살을 먹여 마군 가운데 군관인 듯싶은 자를 겨누어 힘껏 쏘았다.
시위소리가 나면서 장수 한 명이 그대로 말에서 거꾸로 떨어졌다.
그것을 보자 마군들이 모두 놀라 일제히 말 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뒤따르던 보병들이 몰아치자 순식간에 시체가 강변에 무더기로 쌓이고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들은 그 여세를 몰아 바로 강주성 아래까지 공격해 들어갔다.
성 위에 있던 관군들은 재빨리 성문을 닫아버리고 미리 준비했던 각목과 돌들을 어지럽게 던졌다.
호걸들은 곧 강변으로 돌아가 배에 올랐다.
때마침 순풍이 불어 일행은 배를 이용하여 목태공 집을 향해 강을 건넜다.
- 94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