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92
제9장 강주성의 불길
제38편 네 거리 사형 터 38-3
“이놈들아, 어딜 자꾸 밀고 들어오는 거냐?”
관군들이 큰 소리로 꾸짖자 그들도 지지 않았다.
“앞으로 좀 나가서 보면 어때서 이렇게 막는 거냐?”
그들이 마구 소리를 지르며 싸울 때 부윤이 그들을 보고 말했다.
“저런 괘씸한 놈들이 있나. 어서 저놈들을 쫓아내라.”
부윤이 소리를 가다듬어 꾸짖을 때 남쪽에서 한 떼의 짐꾼들이 앞으로 밀고 나오자 관군들이 또 막았다.
객상들은 저희들끼리 지껄이며 수레를 내려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구경을 했다.
이렇게 한창 소란할 때 형장 한가운데 모여선 사람들 속에서 시각을 알리는 음성이 들렸다.
“오시 삼각(五時三刻)이오.”
그때 감참관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형을 집행하라!”
두 줄로 늘어서 있던 군졸들이 죄인 앞으로 가서 머리에 쓰고 있던 형틀을 벗기고 칼을 벗겨 놓자 사형 집행인 망나니 두 명이 칼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때 사람들 틈에 끼여 있던 객상 하나가 품에서 작은 징을 하나 꺼내들고 ‘땅땅땅’하고 내리쳤다.
그것을 신호삼아 여러 호걸들이 아우성을 치며 뛰어 들었다.
“이놈들아!”
그들은 모두 벽력같은 호통소리를 지르며 몸을 날려 형장 가운데로 뛰어들어 두 손으로 한 차례씩 도끼로 찍어 거꾸러뜨리고, 다시 번개같이 감참관 앞으로 달려들었다.
관군들이 막아섰으나 범 같은 형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채구는 혼쭐이 빠져 달아났고, 동쪽에서 뱀 놀이를 하던 거지 떼들이 각기 작은 단도를 빼들고 나서서 관군들을 닥치는 대로 찔렀다.‘
서쪽에서 창봉을 쓰던 약장수들은 아우성을 치며 일제히 옥졸들을 죽이고, 남쪽의 짐꾼들은 구경꾼들을 마구 쳤다.
그 중 두 명이 나는 듯 달려와 송강과 대종을 들쳐 업고 달아났다.
그들 중에는 활을 쏘고 돌을 던지고 창을 쓰는 자도 있었다.
객상 차림을 한 자들은 조개, 화영, 황신, 여방, 곽성이었다.
창봉을 쓰는 약장수의 무리는 연순, 유당, 두천, 송만, 짐꾼은 주귀, 왕영, 정천수, 석용이었으며, 뱀을 놀리는 거지떼는 원소이, 원소오, 원소칠, 백승이었다.
일행 열일곱 명의 양산박 두령이 졸개 8, 90여 명을 거느리고 강주성으로 들어와서 그날 구경꾼들 틈에 섞여 있다가 거사를 한 것이다.
조개는 송강과 대종을 들쳐 업고 뛰는 두 명의 졸개를 우선 묘지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강가에는 큰 묘 하나가 있는데 묘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앞서 가던 한 남자가 도끼로 문을 깨뜨리자 모두 그를 따라 들어섰다.
양쪽이 오래 된 소나무가 꽉 들어차서 낮에도 햇빛을 볼 수 없었다.
앞면 액자에는 ‘백룡신묘(白龍神廟)’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졸개들이 송강과 대종을 묘 안에서 내려놓았다.
송강은 혼이 다 나갔다가 겨우 눈을 뜨고 조개 이하 여러 두령들을 둘러보았다.
“형님, 이게 꿈이 아니오?”
송강이 목을 놓고 울었다.
조개는 그를 위로했다.
송강은 아까 네 거리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양산박 두령들을 도와준 흑선풍 이규를 조개에게 인사시켰다.
이규는 비로소 도끼를 내려놓고 조개를 향해 넙죽 절하고 다른 두려들과 통성명을 했다.
흑선풍 이규와 주귀는 같은 고향 기주(沂州) 사람이어서 서로 반가워했다.
그때 화영이 말했다.
“이제 갈 길이 막혀서 어떡하죠? 앞으로는 강이 막히고 배는 단 한 척도 구경할 수 없는데 관군이 뒤쫓아 오면 무슨 수로 당해 냅니까?”
- 93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