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91
제9장 강주성의 불길
제38편 네 거리 사형 터 38-2
“소인은 양산박 산적 떼에게 붙잡혀 산채로 끌려가 예물을 뺏겼습니다만 그대로 돌아올 수가 없어 놈들에게 죽여 달라고 청했더니 놈들이 이렇게 답장을 위조하여 제게 주어 보냈습니다.
소인은 잠시 죄책을 면할까 싶어 어리석은 생각에 상공을 속였습니다.”
그러자 채구의 불호령이 내렸다.
“네 이놈! 누굴 속이려 드느냐? 네가 처음부터 양산박 도둑들과 짜고 한 일이 아니냐. 저놈을 매우 쳐라.”
대종은 양산박과 내통했다는 자백은 하지 않았지만 몹시 맞고 거의 초죽음이 되어 끝내는 큰 칼을 쓴 채 옥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황문병은 부윤에게 대종을 일찍 죽이지 않으면 후환이 따를 것이라고 충고했다.
채구는 그 말을 받아들여 그 다음 날 형리를 시켜 분부를 내렸다.
“송강과 대종의 죄목을 초안하고 내일 거리로 데려가 목을 베어라. 예로부터 모역을 도모한 자는 때를 기다리지 않고 즉결을 하는 법이니 송강과 대종의 목을 베어 후환을 없애도록 하겠다.”
그때 그들의 형 집행을 맡게 된 황공목(黃孔目)은 대종과 교분이 두터운 사이였지만 목숨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며칠쯤 날짜를 늦추어 볼까 하여 부윤에게 말했다.
“내일은 나라의 기일(忌日)이고, 모레는 칠월 보름 중원절(中元節)이어서 형 집행을 할 수 없는 날입니다. 또 글피는 나라의 뜻 깊은 날이니 닷새 후에 시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때 송강과 대종을 구하기 위해 출발한 양산박의 두령들은 아직 강주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채구는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엿새째 되는 날 새벽에 부윤은 먼저 사람을 네 거리로 보내어 형장을 깨끗이 치우고 관군 5백 명이 지키게 했다.
두 사람의 형 집행에는 부윤이 직접 참관하게 되어 있었다.
이윽고 황공목이 범인 패를 당상에 올리자, 당청에서는 종이 두 장에 각각 '참(斬)' 자를 써서 멍석에 붙였다.
강주 부내의 모든 관리들과 하인들이 모두 송강, 대종과 친하기는 했으나 이번 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이 한숨만 짓고 있을 때 사형 집행인들이 송강과 대종에게 아교를 찍어서 머리를 빗기고 틀어 올린 다음 그 위에 각각 한 송이의 붉은 비단으로 만든 꽃을 꽂아주고 푸른 소반 위에 밥 한 사발과 한 잔의 이별주를 주었다.
송강과 대종은 기가 막혀 먹는 시늉을 했을 뿐이었다.
이어서 6, 7명의 옥졸들이 두 사람을 앞세우고 목문을 나섰다.
송강과 대종은 서로 쳐다보며 목이 메어 말을 못했다.
두 사람은 머리를 숙이고 다리를 절며 형장을 향해 걸어갔다.
네 거리에 도착하자 옥졸들은 창과 몽둥이를 들고 삥 둘러서서 두 사람의 얼굴에 포대기를 씌우고 앉혔다.
이제 감참관 채구부윤만 오면 사형이 집행될 순간이었다.
그날 강주에는 구경나온 사람들이 수천 명에 달했다.
사람들은 모두 범유패(犯由牌), 즉 죄인들을 사형에 처하는 내용을 읽고 있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강주부 범인 송강은 망령된 반시를 써서 양산박 도적떼들과 결탁하여 모반을 도모했으므로 법에 따라 참형에 처하노라. 또 범인 대종은 송강을 위해 편지를 위조하여 전했으며 양신박 도적 떼들과 내통, 모반을 획책했으므로 법에 따라 참형에 처한다. 감참관 강주부윤 채구>
채구가 도착하여 말을 세우고 사형집행을 명령하려는 순간 형장 동쪽이 갑자기 떠들썩했다.
뱀을 가지고 희롱하는 거지들 한 떼가 사람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오려는 것을 관군들이 막아서며 못 나오게 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똑같은 소동이 형장 서쪽에서 일어났다.
창봉을 쓰며 약을 파는 무리들이 사람 틈을 헤치고 앞으로 나오는 것을 관군들이 막고 있었다.
- 92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