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90 편

2024. 11. 11. 13:59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90

제9장 강주성의 불길

제38편 네 거리 사형 터 38-1

대종은 양산박에서 쓴 답장을 가지고 관가로 돌아와 부윤에게 전해 주었다.
채구는 대종이 빨리 돌아오자 기뻐서 물었다.

“태사대감을 뵈었느냐?”
“이번에는 동경서 하룻밤만 묵었기 때문에 대감은 뵙지 못했습니다.”
채구가 답장을 뜯어 읽어 보았다.

편지에는 보낸 예물은 잘 받았다는 말이 쓰여 있었고, 그 다음에는 송강을 동경으로 압송하라는 내용과 함께 이번 일을 제보한 황문병은 황제께 말씀드려 그 공로를 치하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채구는 편지를 읽고 기뻐하며 대종에게 은전 25냥을 내려 상을 주고, 곧바로 송강을 동경으로 압송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황문병은 채구를 만나 칭찬을 듣고 태사가 보낸 편지를 읽어 보게 되었다.
그는 편지를 자세히 읽은 다음 편지 끝에 찍힌 낙인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상공, 이것은 은상께서 쓰신 편지가 아닙니다.”
그러자 채구가 의아스럽게 물었다.

“통판, 무슨 말씀이오? 아버님께서 손수 쓰신 필적이 틀림없소.”
“그럼 상공께 여쭙겠습니다만 전에도 은상께서 편지 봉투에 이렇게 글을 쓰신 적이 있소?”
“전에는 쓰신 일이 없소. 하지만 글이란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침 붓과 벼루가 옆에 있으니까 봉투에 글을 쓰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필적을 가지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통상 부친이 자식에게 편지를 쓰면서 봉투에 필명을 쓰는 일은 없는 법입니다.
아무래도 이것은 누가 위조한 글이 틀림없습니다. 상공께서 만약 제 말씀을 믿지 못하시면 당장 대종을 불러들여 물어보십시오.”
채구는 곧 대종을 불러들였다.

“어제는 내가 바빠서 자세한 얘기를 못 들었다만 네가 이번에 태사 댁에 갔을 때 어느 문으로 들어갔느냐?”
“어느 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지기가 있기에 예물을 전하고 저는 근처의 여관에서 묵었습니다. 그 다음날 문지기가 나와서 답장을 주시기에 되돌아 나왔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본 그 문지기는 나이가 몇이며, 키가 크더냐 작더냐? 수염은 있더냐 없더냐?”
“그때가 새벽 오경이어서 미처 날이 밝기 전이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키는 중키에 수염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종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채구부윤은 큰 소리로 외쳤다.

“저놈을 당장 묶어라.”
그러자 좌우에서 십 여 명의 군졸들이 달려들어 대종을 섬돌 아래 끌어다 무릎을 꿇게 했다.
채구는 대종에게 말했다.

“태사 댁 문지기 왕공은 수 년 전에 죽고, 지금은 그 아들이 대를 물렸으나 아직 어린 아이다. 그런데 수염 있었다니 웬 말이냐!
더군다나 문지기는 함부로 집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법이며, 예물이나 서신은 이도관(李都管)을 통해서야 받아들이게 되어 있고, 답장을 받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사흘은 걸려야 하거늘 문지기 따위가 예물을 나와서 받았다니 말이 되느냐!
네놈이 나를 속이려드는구나. 예물은 모두 어찌 했으며, 이 편지는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어서 대지 못하겠느냐? 저런 죽일 놈이 천하에 또 있을까. 여봐라, 저놈을 매우 쳐라.”

이어 군졸들이 달려들어 그를 형틀에 매달고 아프게 매질을 시작했다.
대종은 매를 수십여 대 맞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말했다.

“바른대로 아룁니다. 그 답장은 위조한 것입니다.”
“어디서 위조했느냐?”

- 91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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