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87 편

2024. 11. 6. 07:59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87

제9장 강주성의 불길

제37편 모함의 명수 37-2

부윤이 다시 묻는다.

“그럼 ‘종횡삼십육(縱橫三十六)’에 ‘파란재산동(播亂在山東)’은 무슨 뜻이오?”
“삼십육이란 육육년(六六年), 혹은 육육수(六六數)를 가리킵니다. 난리가 번지는 것은 산동에서부터라는 뜻으로 송강의 고향 운성현이 바로 산동지방입니다.
아무튼 이 시의 네 구절이 모두 요언과 일치합니다.”
채구는 그 길로 대종을 불러들여 명령을 내린다.

“어서 심양루에 반시를 쓴 운성현 송강이란 놈을 잡아 들여라.”
대종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관군 장교 10여 명을 뽑아 창봉을 들고 관음암 옆 성황묘로 모이게 한 다음 자기는 축지법을 써서 송강이 있는 노성영의 초사청으로 달려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송강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대종은 곧 송강에게 물었다.

“형님, 심양루 벽에 시를 써두었습니까?”
“취중에 몇 자 끄적였네만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가?”
“그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부가 부르기에 가보니 절더러 심양루에 반시를 쓴 형님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관군들을 성황묘에 집합시켜놓고 왔습니다. 이 일을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원, 이런 변이 있나. 이번에는 영락없이 죽었구나.”
송강이 판단을 못 내리고 있을 때 대종이 말했다.

“형님, 저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몸이라 성황묘로 가서 관군 장수들을 거느리고 이곳으로 올 테니 형님께서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땅에 뒹굴어 미치광이 행세를 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대종은 곧 성내로 돌아가 관군 장수들을 거느리고 돌아왔다.

“여기 새로 유배 온 송강이가 어떤 놈이냐?”
대종 일행이 송강의 거처인 초사방으로 가보니 그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똥거름을 쌓은 구덩이에 쓰러져서 무슨 말인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로 말하면 바로 옥황대제의 사위시다. 장인이 나더러 10만 군사를 거느리고 내려가서 너희 강주 놈들을 작살을 내고 오라고 하셨다.
선봉은 염라대왕이고, 후군은 오도장군인데, 내가 가진 금도장의 무게가 8백 근이다.”
그 꼴을 보자 관군 장수들이 서로 쳐다보며 어이없이 웃었다.

“저거 미친 놈 아냐?”
“미친놈을 잡아다 어쩔 거지?”
대종이 이때 그들에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저런 놈을 잡아다 어쩌겠는가! 모두 돌아가도록 하라.”
대종은 관가로 돌아가서 지부에게 송강을 잡으러 갔더니 온몸에 똥을 뒤집어쓰고 허튼 소리를 하는 미친놈이라고 말했다.
채구가 그 말을 듣고 괴이하게 여기고 있을 때 병풍 뒤에서 황문병이 나왔다.

“상공, 그 말씀 믿지 마십시오. 그 자가 쓴 시나 필적을 보면 결코 미친놈이 아닙니다. 잡아다 문초해 보면 알 것입니다.”
그러자 채구는 황문병의 말을 들었다.

“그놈이 미쳤거나 말았거나 일단 잡아 오렸다.”
대종은 할 수 없이 다시 노성영에 가서 송강을 관가로 데려왔다.

관군들이 송강을 무릎 꿇게 하자 송강은 오히려 두 다리를 쭈욱 뻗고 앉아서 고개를 들어 채구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넌 어떤 놈이냐” 나로 말하면 옥황대제의 사위님이시다. 장인이 나더러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너희 강주 놈들을 모두 죽이라 하셨다.
선봉은 염라대왕이고, 후군은 오도장군인데, 내가 가진 금도장의 무게가 8백 근이다. 네놈들이 지금 그대로 있으면 모두 몰살당할 것이다.“

- 88회에 계속 -

'수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호지 89 편  (0) 2024.11.08
수호지 88 편  (0) 2024.11.07
수호지86 편  (1) 2024.11.05
수호지 85 편  (1) 2024.11.04
수호지 84 편  (0)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