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5. 07:41ㆍ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86
제9장 강주성의 불길
제37편 모함의 명수 37-1
강주 땅 언덕에 무위군(無爲軍)이라는 성 하나가 있다.
그 성에는 황문병(黃文炳)이라는 이름의 통판(通判)을 지내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경서를 읽었다고는 하지만 원래 권세 있는 자에게 붙어서 아첨이나 하고, 소견이 좁아서 어진 사람을 질투하며 저보다 나은 자를 해치려 들고, 자기보다 못한 자는 농락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고향에서는 그를 황봉자(黃蜂刺)라 불렀다.
채구(蔡九)가 강주의 부윤이 되어 부임하자 황문병은 이미 그가 당조 채태사의 아들 임을 알고 혹시 벼슬자리나 하나 얻을까 해서 온갖 아첨을 다 떨었다.
그는 어느 날 몇 가지 예물을 마련하여 배에 싣고 강을 건넜다.
그때 관부 내에서는 한창 잔치가 벌어져 있었다.
그는 감히 관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강변으로 나왔다가 마침 날씨가 더워 배를 매어 놓고 심양루 아래를 거닐다가 혼자 누각 위로 올라갔다.
그는 난간을 거닐다가 벽에 써 놓은 송강의 시 ‘서강월사’를 읽게 되었다.
시를 읽은 황문병은 깜짝 놀랐다.
‘이 시는 반시(反時)가 아닌가? 도대체 누가 이런 걸 여기다 써 놓았지?’
다시 살펴보니 시 끝에 이라는 다섯 자가 눈에 띄었다.
황문병은 서강월시부터 다시 읽어 본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인에게 종이와 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그 시를 모조리 베낀 다음 날 아침 일찍 종을 거느리고 부내로 들어갔다.
마침 부윤이 일을 마치고 관아에 있었다.
황문병은 가지고 온 예물을 올리고 말했다.
"요즘 동경성에 무슨 새 소식이 있습니까?"
채구가 말한다.
“최근 태사원 사천감(司天監)의 보고에 의하면 밤에 하늘을 살피니 강성이라는 별이 오나라와 초나라에 떳다는 것이네.
어디서 누군가가 역적의 음모를 꾀하고 있다는 뜻이지. 따라서 황제께서는 각처에 영을 내려 음모를 사전에 밝혀 제거하라는 분부가 계셨소.
요사이 동경에는 관리들 사이에 나쁜 요설이 돌고 있는데, 모국인가목(耗國因家木) 도병점수공(刀兵點水工) 종횡삼십륙(縱橫三十六) 파란재산동(播亂在山東)이라고 하였으니 부디 지방을 잘 지키라 하셨소.”
황문병은 그 말을 듣고 숨을 가다듬고 말문을 열었다.
“일이 참으로 우연이 아니올시다.”
그는 소매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심양루 벽에 쓴 송강의 시였다.
“상공, 이것 좀 보십쇼.”
채구는 시를 받아 읽고 그에게 묻는다.
“반시네그려. 통판은 어디서 이것을 얻었소?”
“소인이 어제 심양루에 올라갔다가 벽에 쓰여 있는 것을 베껴왔습니다.”
“누가 쓴 시요?”
“운성 송강이라 쓰여 있지 않습니까?”
“송강? 송강이 대체 누구요?”
“불행자문쌍협(不幸刺文雙頰) 나감배재강주(那堪配在江州)라 하였으니 아마 강주로 귀양와서 지금 노성영에 있는 자가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깟 죄수 놈이 뭘 하겠소?”
“상공께서는 그자를 우습게 보셔서는 안 됩니다. 아까 말씀하신 동경서 돈다는 그 요언이 아무래도 바로 이 시를 쓴 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보십시오. 요언에 ‘모국인가목’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은 가목(家木)에 원인이 있다는 뜻입니다. 관머리 아래 나무목을 하면 곧 송나라 송(宋)자가 아닙니까.
둘째 절은 ‘도병점수공’이라, 난리를 일으키는 자는 삼수변에 장인 공, 곧 물 강이면 그자의 성이 송이요, 이름이 강입니다. 바로 그 송강이란 자가 반시를 지었습니다.”
- 87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