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48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3편 하구숙 23-1
반금련은 남편을 죽인 후에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서럽게 울었다.
본래 여자의 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
눈물도 흘리고 소리도 내는 곡(哭), 눈물은 흘려도 소리가 없는 읍(泣),
눈물은 안 흘리고 소리만 내는 호(號)가 있는데, 반금련의 울음은 바로 호였다.
그날 날이 밝기 전에 서문경이 궁금해서 몰래 왕파를 찾아왔다.
“간밤의 일은 어찌 되었나?”
“요절을 냈지요. 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 한 가지 남았지요.”
“뭣인가?”
“혹 아실지 모르지만 이 고을에 하구숙(何九叔)이라고 죽은 사람 염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여간 자상치가 않습니다. 만약 그가 와서 수상쩍은 데가 있다고 염을 안 해주면 어떡하죠?”
“아, 그건 아무 염려 말게. 하구숙은 내 말이라면 꼼짝도 못하니까.”
“그렇다면 그 일은 대관인에게 맡기겠습니다.”
서문경은 장례비를 왕파에게 주고 갔다.
날이 밝자 왕파는 거리로 나가 관을 사고 향촉과 종이를 구해 왔다.
그녀는 죽은 자에게 공양할 국과 밥을 마련하고 또 한 쌍의 촛불을 밝혀 놓았다.
그러자 근처의 이웃들이 와서 무대의 죽음에 조의를 표했다.
반금련은 거짓 울음을 우느라고 진땀을 뺐다.
“아니, 갑자기 웬일이세요? 도대체 무슨 병으로 돌아가셨나요?”
동네 사람들이 물으면 반금련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처음에는 가슴앓이로 자리에 누우셨는데, 나날이 차도는 없이 점점 병이 깊어지더니 간밤 삼경에는 기어코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반금련은 다시 아이고 아이고 하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젊은 과부를 위로하기에 바빴다.
얼마 후에 왕파는 몸소 하구숙을 청하러 갔다.
하구숙은 하인 몇 명을 먼저 초상집에 보내고 자기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그는 길에서 뜻밖에도 서문경을 만났다.
“어딜 가는 길이오?”
“떡 장사꾼 무대가 죽어서 염하러 가는 길입니다.”
“나 좀 잠깐 봅시다.”
서문경은 하구숙을 술집으로 안내했다.
그는 서문경이 권하는 대로 술 몇 잔을 기울이는데, 서문경이 갑자기 은자 10냥을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다.
“약소하지만 허물 말고 받아 주슈.”
하구숙은 괴이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이게 무슨 뜻으로 주는 돈이오?”
“초상집에 가거든 그저 모든 일을 좋도록 잘 해주시오. 부탁은 그것뿐이오.”
“하지만 그런 일에 내가 왜 은냥을 받겠습니까?”
“그냥 받아두슈.”
하구숙은 마지못해 돈을 받았다.
이윽고 초상집에 온 그는 시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시체를 덮은 천을 걷어치운 다음 오륜팔보(五輪八寶)로 죽은 자의 얼굴을 살폈다.
그순간 그는 큰소리를 치며 뒤로 나자빠졌다.
그는 입에서 피를 뿜으며 정신을 못 차렸다.
얼마 후에 하구숙은 숨을 돌렸으나 정신이 들지 않아 하인들이 그를 떠메고 집으로 돌아갔다.
염을 못 한 것은 당연했다.
뜻밖의 사태를 당한 하구숙의 아낙은 울면서 말했다.
- 49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