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49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3편 하굿둑 23-2
그는 입에서 피를 뿜으며 정신을 못 차렸다.
얼마 후에 하구숙은 숨을 돌렸으나 정신이 들지 않아 하인들이 그를 떠메고 집으로 돌아갔다.
염을 못 한 것은 당연했다.
뜻밖의 사태를 당한 하구숙의 아낙은 울면서 말했다.
“조금 전에는 웃으며 집에서 나갔던 사람이 웬일이오?”
하구숙은 곁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가만히 아내에게 말했다.
“울 것 없소. 난 아무렇지도 않소. 내 얘기를 들어보오.
내가 오늘 초상집에 가는 길에 생약포집 서문경한테 은자 10냥을 받았는데, 무대의 아내가 지나치게 미인입니다. 필시 무슨 곡절이 있다 싶은 생각이 들었소.
한데 정작 시체방에 들어가서 천추번을 들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죽은 사람 얼굴이 아주 검푸르고 일곱 구멍에서 피를 뿜은 흔적이 역력하며, 입술 위에 잇자국이 뚜렷한 게 틀림없이 독살을 당한 것이 분명했소.
그 순간 서문경이 찔러준 은자가 마음에 걸립디다. 이제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은 동생 무송이 오는 날이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 아니겠소?
그래서 나는 살을 맞은 체하고 그 자리를 피했소. 장차 이 일을 어찌 하면 좋겠소?”
하구숙의 말을 듣고 아내가 말했다.
“임자는 섣불리 나서지 마시고 동정을 살펴봅시다.
그 사람들이 죽은 형의 아우가 돌아올 때까지 무대의 발상을 하지 않고 기다리면 다행이고, 또 발인을 해도 땅에 묻으면 좋지만 화장을 해버리면 문제가 생긴 것이니, 임자는 장례식 날 살짝 따라가서 몰래 뼈를 두어 개 집어 가지고 집에 돌아오십시오.
서문경이 준 10냥 은자하고 그게 모두 나중에 중요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하구숙은 아내의 말대로 즉시 사람을 초상집으로 보내어 알아보았더니 사흘 후 화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장례식날 하구숙은 성밖 화장터에 나가 애도하는 척 제당으로 들어가 화 젓가락으로 불 속에서 뼈 두 개를 추려 물속에 잠깐 담갔다 꺼냈다.
뼈가 심하게 검었다.
하구숙은 그것을 소매 속에 넣고 집으로 돌아와 서문경에게서 받은 은자 10냥과 함께 문갑 속에 깊이 간직했다.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반금련은 집 안에 위패를 모셔 놓아 겉으로는 제법 초상집처럼 차려놓고, 다락 위에서는 매일 서문경과 깊은 환락에 빠져서 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왕파의 집 뒷방 구석에서 남의 눈을 피해 가면서 육체의 향연을 나누던 때와는 그 즐거움이 비교할 수가 없이 컸다.
그러나 40여 일이 지나자 예물 수레를 인솔하고 동경에 갔던 무송이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 관가에 귀향 보고를 마치고 즉시 형님을 찾아갔다.
무송은 형의 집 앞에 와서 '망부무대랑지위'라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보아도 위패가 틀림없었던 것이다.
그는 안채를 향해 큰 소리로 형수를 불렀다.
“형수님, 무송이가 돌아왔습니다.”
바로 그때 반금련과 서문경은 다른 날처럼 다락에서 옷들을 홀랑 벗어부치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반금련과 서문경은 무송의 목소리가 들리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문경은 황급하게 옷을 주워 입고 뒷문으로 빠져나가고, 반금련은 급히 대답했다.
“잠깐 기다리세요.”
반금련은 허둥지둥 화장을 말끔히 지운 다음 장식 패물들을 모조리 빼어 머리를 풀어 산발하고, 상복으로 갈아입고 안 나오는 눈물을 흘리며 다락에서 내려왔다.
“형수님,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오.”
반금련은 울면서 대답했다.
“도련님이 떠나신 지 한 열흘 만에 갑자기 가슴이 아프시다고 자리에 눕더니 점점 병세가 악화되면서 아흐레 만에 눈을 감았습니다. 좋은 약이란 약은 다 써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 50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