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50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3편 하구숙 23-3
그때 옆집 왕파가 반금련을 옹호하기 위해 부리나케 건너왔다.
무송은 반금련의 말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형님은 지금까지 가슴앓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데, 알 수 없는 일이오.”
그러자 왕파가 나선다.
“그게 모두가 명이고 팔잔데 어쩌겠나?"
"그럼 장사는 어떻게 치르셨습니까?“
반금련이가 대답한다.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화장했어요.”
“도대체 돌아가신 지 며칠이나 되었습니까?”
“사흘 후면 사십 제에요.”
무송은 침묵 끝에 집으로 돌아가 소복하고 향촉과 종이를 구해가지고 다시 형님의 집으로 와서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한 다음 고했다.
“형님, 형님의 영혼이 아직 멀리 가시지는 않았겠지요. 혼령이 있으시거든 부디 제 말씀을 들어주십시오.
어쩌면 그렇게 허무하게 가셨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만약에 형님께서 원통한 죽음을 하셨다면 꿈에라도 나타나셔서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원수를 갚아 드리겠습니다.“
무송은 잔에 술을 가득 부어 영전에 올리고 종이를 불사른 다음 목을 놓아 울었다.
반금련 역시 거짓 울음을 한 차례 터뜨렸다.
무송은 곡을 마치자 저녁을 먹고 관병은 중간문에서 재우고, 자기는 영정 앞에 팔을 괴고 누웠고, 반금련은 혼자 다락 위로 올라갔다.
깊은 밤 삼경쯤 무송이 이리 뒤치락 저리 뒤치락 하며 잠을 못 이루다가 몸을 일으켰다.
때마침 삼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멀리서 은은히 들려온다.
무송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때 무대의 영정 아래로 난데없는 한바탕 냉기가 일어나더니 영정 앞의 촛불이 파르르 빛을 잃었다.
순간 무송의 머리털이 곤두섰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자 영정 아래 한 남자의 형상이 나타났다.
“아우야, 내가 참으로 괴롭구나.”
무송은 곧 앞으로 나가 말을 걸었으나 갑자기 사람의 형상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무송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꿈일까!’
그러나 그것은 정녕 꿈이 아니었다.
무송은 아무리 생각해도 형님이 돌아가신 것에 무슨 깊은 곡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내게 무슨 말씀인지 하시려다 형님 혼백이 그만 물러가 버렸다.
날이 밝자 무송은 반금련에게 형님이 아프게 된 이유와 무슨 약을 썼으며, 돌아가실 때 누가 화장을 했는지 꼼꼼히 따져 물어 마침내 염을 하는 하구숙을 만나게 되었다.
하구숙은 그때 막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무송이 온 것을 알고 허겁지겁 문갑 속에 간직해둔 돈과 무대의 뼈를 갖고 무송을 맞았다.
“동경서는 언제 돌아오셨나요?”
“어제 돌아왔네.”
하구숙은 무송을 따라 술집에 가서 잠자코 술을 마셨다.
술이 제법 돌았을 때다.
무송은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속에서 날이 시퍼런 칼 한 자루를 꺼내 탁자 위에 꽂았다.
하구숙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무송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칼자루를 움켜쥐고 하구숙에게 물었다.
“조금도 두려워 말고, 바른대로 일러 주게. 우리 형님이 대체 무슨 연고로 돌아가셨나?
사실대로만 일러준다면 내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겠네마는 만약에 한 마디라도 거짓말을 한다면 이 자리에서 결단을 내버리겠네.
우리 형님 몸에 미심한 점이 없었는가? 만일 한 마디라도 거짓말을 하면 이 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게.
자네가 시체를 보았으니 알겠네만 우리 형님 신체에 의심이 갈 만한 점이 없었던가?”
그러자 하구숙은 소매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놓고 말했다.
“부디 고정하십시오. 이 주머니 속에 모든 증거물이 들어 있습니다.”
무송은 주머니 끈을 풀고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는 검게 변한 뼈 두 개와 은자 10냥이 들어 있었다.
“이것이 무슨 증거물인가?”
그러자 하구숙은 자기가 겪었던 일들을 무송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돈은 서문경이 뇌물로 준 증거물이고, 뼈는 무대가 독살되었다는 증거물이라는 것을 무송에게 솔직히 말해 준 것이다.
- 51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