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52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4편 복수 24-2
네 명은 뜻밖의 일에 너무 놀라고 두려워서 제각기 얼굴만 서로 쳐다보며 감히 한 마디 말을 못 한다.
무송은 그들을 보고 말하였다.
“여러분은 조금도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돌아가신 형님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뿐입니다. 부디 제 증인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개 같은 늙은 년아, 우리 형님을 죽이고 네 목숨이 온전할 줄 알았느냐?”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반금련을 향해 꾸짖었다.
“이 더러운 년아, 우리 형님을 어떻게 죽였느냐? 어서 바른대로 대라. 그러면 네년의 목숨은 살려주마.”
그러나 반금련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형님은 가슴앓이로...”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송은 칼을 탁자에 꽂았다.
그리고 반금련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멱살을 움켜쥐어 영정 앞에 내던졌다.
그리고 칼을 뽑아 가슴을 밟고 서서 다시 왕파를 향해 소리쳤다.
“이 개 같은 년아, 그래도 바른대로 대지 못하겠느냐?”
왕파는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을 깨닫고 마지못해 말했다.
왕파와 반금련은 목숨이 위기에 처한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자백할 테니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마침내 왕파와 반금련은 모든 사실을 실토했다.
그들이 하는 말을 호정경이 붓을 들어 낱낱이 기록했다.
“형님, 혼령이 있다면 지금 이 광경을 보고 계시겠지요.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형님의 원수를 갚습니다.”
무송은 반금련의 가슴을 헤쳐 놓고 칼을 찔러 신장과 간과 오장을 꺼내어 형님의 영전에 바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칼을 들어 계집의 목을 잘랐다.
그 끔찍한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들 얼굴을 가리고 사시나무처럼 떨 뿐이었다.
무송은 반금련의 머리를 보자기에 싸들고 그 길로 서문경의 생약포에 찾아갔다.
그러나 그때 서문경은 사자교 아래 술집에 가고 없었다.
무송은 곧 술집으로 찾아갔다.
그는 칼을 빼들고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 서문경의 면상을 향해 반금련의 머리를 내던졌다.
서문경은 크게 놀라 달아났다.
무송은 달아나는 서문경을 붙잡아 왼손으로 서문경의 어깨 죽지를 움켜잡고,, 오른손으로는 다리를 쥐어 번쩍 머리 위로 치켜들어 땅바닥에 내던지고 머리를 잘랐다.
무송은 다시 형님의 영전 앞으로 돌아와 말했다.
“형님, 제가 이제 두 원수를 갚았으니 부디 원한을 푸시고 하늘에 올라가서 편히 쉬십시오.”
무송은 말을 마치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보시는 바와 같이 나는 오늘 돌아가신 형님의 원수를 갚았습니다. 저는 이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을 너무 놀라게 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저는 이 길로 관가에 가서 자수할 것이니 네 분께서는 저와 함께 가서 부디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무송은 왕파를 결박 지워 앞세우고 반금련과 서문경의 자른 머리를 들고 관가로 들어갔다.
그 소문으로 양곡현은 발칵 뒤집혔다.
무송은 현감 앞에 공손히 꿇어앉아 호정경이 받아 쓴 번금련이와 왕파의 행실에 관한 글을 읽게 한 다음 형의 원수 갚은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보고했다.
그 사건에 대해 현감은 무송의 의기에 깊이 감동되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무송을 죽을죄에서 구해주고 싶었으나 두 사람을 죽인 살인죄가 너무 무거워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양곡현에도 의리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을 사람들은 무송이 형의 원수를 갚았다는 말을 듣자 즉시 은자를 보냈으며, 그 밖에도 술과 쌀을 보내고 위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송은 부윤에 송치되어 판결을 받았다.
그 죄는 마땅히 능지처참을 당해야 하지만, 그 정황과 분노가 참작되어 곤장 40대를 맞고 2천 리 밖으로 유배되는 형벌을 받았다.
무송은 일곱 근 반짜리 형틀을 쓰고 맹주 노성으로 귀양을 떠났다.
- 53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