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47 편

2024. 9. 4. 08:13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47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2편 바람둥이 서문경 22-3

“자석가?”
“그래, 왜 왕파 다방 있지 않냐? 요새 서문경은 거기서 거의 산다.”
“왜요?”
“넌 모르고 있었구나. 서문경이 무대 마누라하고 배가 맞아서 매일 왕파 집에서 몰래 만나는 걸 모르느냐. 그 사람 만나려면 거기 가 봐라.”
운가는 곧 자석가로 왕파의 다방을 찾아갔다.
때마침 왕파는 걸상에 걸터앉아 길쌈을 매고 있었다.

“대관인께서 여기 와 계시죠?”
왕파는 뚝 잡아뗀다.

“대관인이 누구냐?”
“서문 대관인 말입니다. 저번에 저한테 좋은 배가 나오면 갖다 달랬어요.”
“그럼 댁으로 갖다 드려야지, 여기로 오면 어떡하냐?”
그래도 아이가 우겨대자 왕파는 운가의 멱살을 쥐고 주먹으로 연거푸 머리를 쥐어박더니 배 바구니를 번쩍 들어서 길 위에 팽개쳐버렸다.

운가는 배를 주워 담으면서 울었다.
‘그래, 내가 이렇게 얻어맞고도 가만있을 줄 아느냐? 무대에게 죄다 일러바칠 테니 각오나 하고 있어라.’
운가는 무대를 찾아 다녔다.

한동안 헤매던 끝에 운가는 마침내 무대를 만나 모든 사실을 일러바치고 말았다.

무대는 그 말을 듣고 즉시 왕파의 집으로 갔다.
왕파는 무대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 안방에 대고 소리쳤다.

“무대가 왔다.”
왕파의 외침소리에 침실에서 뒹굴고 있던 두 남녀는 질겁을 하고 놀랐다.

서문경은 벌거벗은 채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갔고, 반금련은 문고리를 악착스럽게 붙들고 늘어졌다.
무대는 계속 문을 밀다가 문이 안 열리자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며 말했다.

“이년아, 문 열어라. 문 열지 못해?”
서문경은 그 말을 듣고 침상 밑에서 뛰쳐나왔다.

“저리 비켜라.”
서문경은 반금련을 밀치고 방문을 휙 열어 제치면서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뛰어 들어오는 무대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무대는 뜻밖의 공격을 받고 에구구 소리를 내지르며 그대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서문경은 그 순간 옷을 주워 입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이웃 사람들은 그 소동을 알았으나 아무도 감히 나서려는 자가 없었다.
왕파가 쓰러진 무대를 안아 일으켰다.

무대의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낯빛은 마치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변했다.
반금련은 왕파와 함께 무대를 부축하여 일으키고 다락방 위에 눕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반금련은 그날부터 곱게 단장하고 다락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닷새 동안이나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 무대에게 약 한 첩, 물 한 모금 갖다 주지 않았다.
무대는 계집을 보고 말했다.

“이 몹쓸 년, 네가 나를 이렇게 굶겨 죽이려고 하는구나. 하지만 내 아우 무송의 성질을 너도 잘 알 것이다. 그 애가 돌아오면 너희 연놈들은 끝장이다.”
반금련은 그 말을 왕파와 서문경에게 했다.

그 말을 듣고 서문경은 온몸에 진땀을 흘렸다.
경양강에서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송이가 오면 정말 큰일이었다.
그러나 왕파는 놀라지 않고 서문경에게 속닥거렸다.

“지금 저 빌어먹을 무대가 죽지 않고 저렇게 누워 있다가 무송이 돌아 왔을 때 입을 놀리면 큰일이니 지금 아예 요절을 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
왕파는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비상 한 개만 가져오세요.”
그날 밤 무대는 음탕한 계집이 거짓 눈물을 흘리며 권하는 한 그릇의 독약을 받아 마시고 온몸이 얼음장같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일곱 구멍으로 피를 내뿜으며 죽고 말았다.

- 48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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