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38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9편 시진의 손님들 19-1
부윤은 송강의 살인 소식을 믿지 않았으나 노파의 말을 듣고 파석의 남자 장문원을 통해 현장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장문원이 돌아와 말했다.
“죽은 파석의 옆에 송강의 칼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놈을 잡아다 문초를 해야 합니다.”
장문원은 자기 계집의 죽은 분풀이를 해야 했다.
부윤은 증거가 나온 이상 송강을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부윤은 할 수 없이 송강을 잡으러 군사를 보냈으나 송강은 이미 종적을 감추고 없었다.
부윤은 장문원의 청원을 받아들여 송강의 아버지 송태공과 그 아우 송청을 대신 잡아들이려고 했지만 관원들이 부당한 일이라고 말하여 그대로 두었다.
그러자 염파석의 어미는 계속 항의했다.
“송강이 제 아비의 집에 숨어 있는데 왜 그대로 둡니까? 부윤께서 살인범을 그대로 두시면 상급기관에 그 사실을 항고하고 제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하겠습니다.”
노파는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부윤은 할 수 없이 주동과 뇌횡 두 관리에게 송태공의 집에 가서 샅샅이 찾아 송강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다시 내렸다.
주동, 뇌횡은 곧 관군 40명을 이끌고 송태공의 집으로 갔다.
그들은 송태공의 집을 에워싸고 앞문은 주동이 지키고 뇌횡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부윤과 마찬가지로 뇌횡 역시 송강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뇌횡은 집을 한 바퀴 빙 돌고 와서 한마디 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그럼, 이번엔 내가 들어가 찾아보겠소.”
주동은 곧장 불당으로 들어가 마룻장을 들어올렸다.
드디어 마루 밑에서 송강이 나왔다.
주동이 송강에게 말했다.
“제가 부윤의 분부를 받아 뇌횡과 관군들을 거느리고 형님을 잡으러 왔습니다만 안심하십시오. 언젠가 형님이 취중에 제게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이곳에 계실 줄 알고 찾아뵌 것뿐입니다.
이번 일은 부윤께서도 형님을 문책 할 생각이 털끝만치도 없습니다만 장문원이란 놈이 노파를 충동질해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저희들을 보낸 겁니다. 형님께서는 여기가 마음 놓고 계실 곳이 못 되니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송강은 주동의 말을 듣고 말했다.
“나도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소. 내가 갈 곳은 세 곳인데, 하나는 창주의 소선풍 시진의 집이오, 하나는 백호산의 공태공 집이오, 또 한 곳은 청주의 화영(花榮)의 집인데, 아직 결정을 못 내렸소.”
“그럼, 결정되시는 대로 곧 떠나십시오.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그들이 떠나자 송강은 아버지와 상의하여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그가 방향을 잡은 곳은 소선풍 시진의 집이었다.
송태공은 아들이 혼자 길 떠나는 것이 불안하여 동생 송청이와 함께 가도록 했다.
때는 시든 풀 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강변의 모래위로 기러기가 내려앉는 초겨울이었다.
시진은 황제의 자손으로 의리를 중하게 여기고 재물을 경시하며 천하의 호걸들과 사귀기를 좋아해서 송강과는 편지 왕래가 몇 번 있기는 했으나 만나 보기는 처음이었다.
시진은 송강이 갑자기 찾아오자 크게 기뻐했다.
시진은 먼 길에서 온 송강 형제에게 더운 물로 목욕하게 하고, 새 옷과 버선과 신발을 주고, 후당에 상을 차려 성대하게 접대했다.
그 자리에서 송강은 자기가 염파석을 죽이고 몸을 피하여 이곳에까지 오게 된 경위를 솔직히 얘기했으나 시진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설사 형장께서 조정의 관리를 죽이고 창고에서 재물을 훔쳤다 해도 제 집에 계시면 무사할 것입니다. 어서 한 잔 드십시오.”
- 39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