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34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7편 양산박의 무력반란 17-3
“우리가 무안하게 그런 말씀을 하시면 됩니까? 산채에 방이 없고 식량도 넉넉지 않아서 그러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왕륜의 말이 끝나자 잠자코 있던 임충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크게 꾸짖었다.
“두령은 내가 여기 왔을 때도 그러더니 오늘도 똑같은 수작이구나.”
그때 오용이 황급히 나서며 말한다.
“임두령, 고정하시오. 우리가 온 것이 잘못이었소.”
“아닙니다. 오늘은 저놈을 용서 못하겠소.”
그러자 왕륜도 크게 화를 냈다.
“네놈이 취했구나. 위아래도 몰라보고 감히 무슨 말버릇이냐?”
임충은 술상을 엎고 가슴에서 날이 시퍼런 칼 한 자루를 빼들었다.
그 순간 오용이 손을 들어 수염을 어루만졌다.
그것을 신호 삼아 원소이가 두천의 덜미를 잡아 눌렀다.
원소 오는 송만의 멱살을 잡고, 원소칠은 주괴의 어깨를 억눌러 각기 꼼짝도 못 하게 했다.
임충은 그대로 왕륜에게 달려들었다.
“네 이놈, 남의 위에 서려면 도량이 넓고 재주가 높아야 하느니라. 너같이 어진 사람을 시기하는 놈을 살려 두어 무엇에 쓰겠느냐?”
임충이 단칼에 왕륜의 가슴을 찔러 죽였다.
그러자 조개와 그 일당들이 일제히 품에서 칼을 꺼냈다.
순간 두천, 송만, 주귀는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여러 호걸들을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오용은 곧 임충을 두령의 의자에 앉히고 소리 높여 호령했다.
“지금부터 임교두가 산채의 주인이다. 만약 누구든 복종치 않는 자가 있다면 왕륜처럼 될 것이니 그리 알라.”
그러자 임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생의 말씀은 옳지 않소. 나는 오늘 여러 호걸들의 의리를 중히 여겨 왕륜을 죽인 것이지 결코 이 자리가 탐나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으면 천하의 영웅들이 비웃을 것이오.
여기 조형으로 말씀드리면 의리를 중히 여기시고 재물을 우습게 아시며, 지략과 용기를 갖추시어 천하에 그 이름이 떨치신 터이니 나는 오늘 조형을 양산박의 두령으로 모실까 합니다. 여러 형제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
조개는 여러 번 그 자리를 사양했으나 임충이 조개의 팔을 끌어 교의에 앉히고 모든 무리들에게 정자 앞에서 세 번 절하게 한 다음 외쳤다.
“오늘 여러 호걸들이 모여 대의가 분명하니 순위를 공명정대하게 정하겠소. 제2위는 오학구 선생이 산채의 군사 지휘권을 맡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오용은 겸손하게 사양했다.
“저는 비록 손자병서는 좀 읽었지만 털끝만 한 공도 세운 적이 없는데, 감히 이 자리에 앉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임충은 굳이 오용을 둘째 교의에 앉히고 다음에 공손승을 향하여 말했다.
“공손 선생은 제3위에 앉아 주십시오.”
그러자 당사자가 사양하기 전에 조개가 먼저 나선다.
“임교두께서 이러시면 저도 이 자리를 물러나겠습니다.”
“아닙니다. 공손 선생께서는 이미 그 이름이 천하에 떨쳐 있고, 용병술에 능하시고, 또 귀신도 헤아릴 수 없는 지략과 바람과 비를 마음대로 불러오는 술법이 있으시니 제3위는 역시 공손 선생보다 마땅한 자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어 임충은 제4위가 되고, 제5위는 유당, 제6위는 원소이, 제7위는 원소오, 제8위는 원소칠 그리고 그 이하가 두천, 송만, 주기가 되었다.
그렇게 양산박의 지위가 정해지자 조개는 생일 예물로 얻은 금은보화를 내어 마소를 잡아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낸 다음 크게 잔치를 베풀어 양산박의 면모를 바꾸었다.
어느 날 조개는 오용에게 말했다.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위태로운 목숨을 구해준 송강 때문이 아니겠소?
운성현에 사람을 보내 사례를 해야 하고, 우리와 함께 일을 도모하다 잡힌 백승을 하루 바삐 구해 낼 도리를 해야 합니다.”
두 사람은 다시 두령들과 상의하여 유당에게 편지 한 장과 황금 1백 냥을 주어 운성현으로 송강을 찾아가게 했다.
- 35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