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33. 편

2024. 8. 14. 07:22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33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7편 양산박의 무력반란 17-2

조개가 공손승의 ‘불타는 배’ 도술과 삼원 형제의 작전으로 5백 명의 관병을 모조리 물속에 장사지낸 일을 얘기하자 그들은 크게 기뻐했다.

그들이 금사탄에 배를 타고 언덕에 오르자, 산 위에 있던 수십 명의 졸개들이 내려와 길을 안내했다.
양산박 관문에 도착하자, 두목 왕륜이 그들을 정중히 산채의 본관으로 맞아들이고 말했다.

“일찍부터 조보정이라는 이름을 들었습니다만, 오늘 이처럼 여러 호걸들과 함께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조개가 대답했다.

“책도 변변히 읽지 못한 한낱 촌부가 일을 저지르고 몸 둘 곳이 없어 이처럼 찾아왔으니 두령께서는 저희를 부하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마치자 잔치를 크게 벌였다.

소 잡고, 양 잡고, 돼지 잡고, 피리와 북소리와 풍악이 울리는 가운데 두령들과 일곱 호걸은 술잔을 기울였다.
이윽고 날이 저물어 술자리가 끝나자 그들은 각자 처소로 돌아갔다.
그때 조개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큰 죄를 지은 우리를 받아준 왕 두령의 은혜를 잊지 맙시다.”
그 말에 오용은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형장은 왕륜이 우리를 진실로 환영하는 줄 아시오? 아까 술자리에서 우리가 5백 관병을 무찌른 이야기를 하자 왕륜의 얼굴빛이 달라집디다. 또한 우린 이 산채에서 아무런 지위도 받지 않았잖소.”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아 좋겠소.”
“내가 오늘 자세히 살펴보니 둘째 두령 두천과 셋째 두령 송만은 보잘것없는 존재였소. 허나 넷째 두령 임충은 인물입디다.
본래 동경 팔십만 금군교두를 지낸 자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왕륜의 밑에 몸을 굽히고 있긴 하나 불만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임충과 잘 지내야 할 겁니다.”
“그런 줄은 몰랐소. 아무튼 선생이 묘책을 일러주시오.”
다음 날 아침 일찍 넷째 두령 임교두가 호걸들을 만나러 왔다.

일곱 호걸들은 그를 맞이했다.
이윽고 임충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 여러 호걸들께서 모처럼 우리 산채를 찾아 주셨지만 왕 두령이 질투가 심해 이대로 산채에 머물러 계시게 될 지 걱정입니다.”
오용이 임충의 말뜻을 알아 차렸다.

“아닙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왕륜이 하는 거동을 보아 이치에 합당하지 못할 때는 제게 생각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 일로 두령들께서 의가 상하면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모든 일을 제게 맡기십시오.”
임충이 돌아간 지 얼마 후에 산채에서 졸개가 와서 왕 두령이 일곱 호걸을 산의 남쪽 수정자에서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알려왔다.

“곧 가겠다고 여쭈어라.”
졸개를 돌려보낸 다음 조개는 오용을 돌아보고 물었다.

“오늘 잔치가 어떻겠소?”
오용이 대답했다.

“일이 벌어지겠소. 모두들 옷 속에 무기를 감추고 있다가 내가 수염을 어루만지거든 그것을 신호로 거사를 하는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소?”
조개의 무리는 곧 남산 수정자로 갔고, 여러 두령들이 모여서 그들을 맞았다.

서로 인사를 마치자 왕륜, 두천, 송만, 임충, 주귀는 좌편에 앉고, 조개, 오용, 공손승, 유당, 원소이, 원소오, 원소칠은 우편 객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술이 얼마쯤 취했을 때 왕륜이 부하에게 말했다.

“그걸 내오너라.”
잠시 후 은화가 든 큰 쟁반이 들어왔다.
왕륜은 잔을 들고 일어나 조개를 향해 말했다.

“여러 호걸께서 모처럼 찾아오셨으나 이 작은 산채에 어떻게 머물러 있겠습니까? 작은 예물을 준비했으니 받으시고 큰 산채로 가시기 바랍니다.”
그때 조개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곳을 찾아온 것은 양산박에서 어진 사람들을 부르고 선비들을 받아들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소만, 우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물러갈 도리밖에 더 있겠습니까, 예물은 거두십시오. 우리도 가진 것이 있습니다.”

- 34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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