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31 편

2024. 8. 12. 07:42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31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6편 백승의 자백 16-2

부윤은 크게 노했다.

“장물도 나왔고, 이미 운성현 동계촌 조보정 무리들의 짓인 줄 아는 터에 네놈이 얼마나 견디나 보자.”
백승은 독한 매질에 살가죽이 터지고 피가 줄줄이 흘렀다.

더 이상 견딜 도리가 없자 마침내 불고 말았다.
하도는 밤에 운성현에 도착하자 일행을 숨겨두고 두 명만 데리고 운성현 관청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관청은 공사 중이어서 사람이 없었다.
하도가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찻집 주인이 관리가 온다고 일러주었다.

하도는 눈이 붉은 봉황새 같고 눈썹이 마치 엎드린 누에 같으며, 입은 크고 수염이 입을 덮은 나이 서른 쯤 되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도량이 크고 키도 크고 세상을 모두 쓸어버릴 것 같은 야망을 품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운성현 관리 송강(宋江)이었다.

그는 평생 재물을 우습게 알고 오직 의리를 중히 여기며, 부모를 극진히 섬겼고, 사람을 대할 때는 지성을 다하며, 남과는 돈 거래를 한 적이 없고, 남에게 청탁을 한 일이 없었다.

어려운 사람에게는 관을 만들어 주고, 아픈 사람에게는 좋은 약을 베풀어 주었다.
그로 인해 그 명성이 산동과 하북까지 자자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가리켜 가뭄에 때 맞춰 오는 단비라고 말했다.
그날 송강은 하도를 다방에서 처음 만났다.

“저는 군관 하도입니다.”
“저는 송강이라 합니다.”
하도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큰 절을 하고 말했다.

“존함을 들은 지는 오래지만 연분이 없어 지금까지 뵙지 못했습니다.“
“관찰께서는 무슨 일로 우리 현에 오셨습니까?”
“실은 귀현의 관할인 황니강에서 여덟 명의 도적떼가 몽환약을 먹여 관군들을 잠재우고, 대명부 양중서가 채태사께 올리는 생신 예물 10만 관을 약탈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범인 백승을 잡아다 문초하니 도적 일곱 명이 모두 이곳에 산다기에 잡으러 왔으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승이 자백한 공범 일곱 명의 이름을 아시오?”
“괴수는 동계촌의 조보정이고, 나머지 여섯 명은 아직 모릅니다.”
그 말을 들은 송강은 속으로 몹시 놀랐다.

‘조보정은 의리 깊은 형제 같은데, 만약 내가 그를 구하지 않고 때를 놓치면, 목숨을 잃고 말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그런 큰 죄를 지었단 말인가.
송강은 내심 놀랐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내가 조개 그놈을 평소에도 수상쩍게 보았는데, 기어코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구먼.”
“압사께서 힘 좀 써 주셔야만 되겠습니다.”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독 안에 든 쥐라서 곧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관찰께서 그 공문을 직접 본관에게 올리십시오. 이 일은 사전에 누설이 되면 안 됩니다.”
“그래서 같이 온 일행을 술집에 숨겼습니다.”
“지금 본관께서는 아침 일을 마치고 잠깐 쉬시는 터이니 관찰께서는 잠시 기다리시지요. 잠시 후에 다시 나오실 것이오.”
송강은 다방에서 나가는 즉시 집으로 달려가 마구간에서 말 한 필을 끌어내어 동계촌을 향해 달렸다.

그때 조개의 집에서는 오용, 공손승, 유당의 무리들이 후원의 포도나무 아래서 술자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원가 삼형제는 10만 관 예물 중에서 자기들 몫을 나누어 받고 석계촌으로 돌아간 후였다.
그때 하인이 급히 들어와. 말했다.

“송압사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여러분이시냐?”
“아닙니다. 혼자 오셨습니다. 급히 여쭐 말씀이 있으시답니다.”
조개가 나가서 송강을 맞았다.

“대체 웬일이시오?”
그러자 송강은 조개의 손을 잡고 남의 이목을 피하여 객방 안으로 들어갔다.
조개는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오?”
“형님, 큰일 났습니다. 황니강 일이 발각이 나서 백승은 이미 붙잡혔고, 백승의 입에서 형님 이름이 나와 지금 하도라는 군관이 태사부 문서를 가지고 와서 형님을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저를 먼저 만나 이일을 의논하기에 제가 먼저 달려와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삼십육계가 상책입니다. 한시 바삐 떠나십시오.”
조개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아우님의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한가한 말씀 하실 틈이 없습니다. 어서 떠나시오.”
오용은 유당과 함께 석계촌으로 떠나기로 하고 생일 예물을 대여섯 짐으로 나누어 묶어 일행 10 여 명이 석계촌을 향해 동계촌을 떠났다.

- 32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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