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29 편

2024. 8. 8. 06:49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29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5편 이룡산의 노지심 15-2

“대체 누군지 서로 이름이나 압시다.”
“동경서 군관으로 있던 양지요.”
“그럼 동경서 칼을 팔다가 파락호 우이를 죽인 사람 아니냐?”
“맞소.”
그 말을 듣자 중은 한바탕 껄껄 웃었다.

“원, 우리가 여기서 만날 줄 누가 알았겠나! 나는 연안부 노충경락상공 장전에서 군관을 지낸 노달이다. 세 주먹에 진관서 녀석을 때려죽이고 오대산에 들어가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지.”
양지도 따라 웃었다.

“아하! 누군가 했더니, 소문에 사형은 대상국사에 계시다는 말을 들었는데 여기는 웬일이시오?”
“얘기하자면 길지. 아무튼 이룡산 보주사가 숨어 살기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두목 등룡을 만났더니, 그 놈이 날 냉대하고 관문 셋을 첩첩이 닫아버리고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 중에 자네를 만난 것일세.”
두 사람은 함께 조정의 집으로 돌아가 이룡산에 들어갈 묘안을 찾았다.
힘으로 안 되니 꾀를 쓰기로 한 것이다.

이튿날 양지와 노지심과 조정은 5, 6명의 장정을 데리고 이룡산을 향해 떠났다.
산기슭에서 조정은 굵은 밧줄로 노지심을 묶은 다음 양지는 삿갓을 쓰고, 찢어진 베옷을 입고, 손에 칼을 들었다.

조정은 노지심의 무기를 들고, 나머지 무리들도 모두 몽둥이를 하나씩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
첫 번째 문에 이르자 파수병이 노지심을 묶어온 것을 보고 잠시 후에 작은 두목들이 나타나 물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그 중놈은 어떻게 잡았느냐?”
조정이 나서서 대답한다.

“우리는 산 아래에서 술집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어제 이 중놈이 술값을 안 내고 지껄이는 말이 양산박에 가서 수천 명의 무리를 끌고 와서 이룡산을 까부수고 동네를 말끔히 불 질러버린다고 협박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살 달래서 술을 먹인 다음 곯아떨어진 후에 이렇게 묶어서 두목님께 바치러 왔습니다.”
“그것이 정말이라면 그 놈의 간을 빼내서 술안주로 하리라.”
양지와 조정이 노지심을 이끌고 산으로 올라가 산세를 살펴보았다.

산세는 웅장하고 험준하며 세 관문의 경비도 삼엄했다.
게다가 산채에는 쇠활, 대창 등 무기들이 많았고, 그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아울러 뇌목이며 돌로 쏘는 포들이 산같이 쌓여 있었다.

관문 셋을 차례로 지나 보주사 앞에 이르자 거울 같은 평지에 불전이 있는데, 주위는 목책으로 둘러 있었다.
산문아래는 7,8명의 졸개들이 늘어서 있다가 노지심이 잡혀 들어오는 것을 보자, 누런 이빨들을 드러내고 비웃었다.

“저 중놈이 붙잡혔구나. 네놈은 오늘이 제삿날이다.”
노지심은 조정과 양지에게 끌려 전각 아래로 갔다.

전각 위의 불상은 어디로 치웠는지 볼 수가 없었다.
좌우에 창과 몽둥이를 든 졸개들이 늘어선 가운데 두목 등룡은 호랑이 가죽을 씌운 의자에 높이 앉아서 섬돌 아래 노지심을 내려다보고 꾸짖는다.

“이 중놈아, 네놈의 발에 채인 내 허리가 아직도 아프다. 네놈이 오늘은 얼마나 견디는지 보자.”
두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지심이 고리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네 이놈!”
그 말이 신호였다.
노지심 옆에 섰던 장객들이 그를 결박한 밧줄을 놓자 단단히 얽힌 것 같았던 밧줄이 확 풀어졌다.

노지심은 조정으로부터 철선장을 받아들고 그대로 전각 위로 뛰어올라가 달아나려는 등룡을 덮쳤다.
한번 휘두른 창에 등룡의 머리가 분리되고 호랑이 가죽 의자가 산산조각이 났다.

양지도 삿갓을 벗어던지고 칼을 휘두르며 나섰고 조정 이하 6, 7명의 장객들이 각기 몽둥이로 졸개를 때려죽이자 나머지 무리들은 뜻밖의 사태에 놀라 멀거니 서 있었다.

“모두 항복하라. 반항하는 놈은 용서치 않겠다.”
조정이 나서서 소리치자 5,6백 여 명의 졸개들과 작은 두목들이 모두 앞으로 나와 항복했다.

그날로 노지심과 양지는 산채의 주인이 되었다.
조정은 양지와 노지심과 작별을 하고 하산했다.

- 30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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