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30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6편 백승의 자백 16-1
한편 10만 관의 생일 예물을 한꺼번에 잃은 북경 대명부 양중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끓어올랐다.
더구나 그렇게 신임했던 양지가 도적떼와 공모하여 배반했다는 사실을 듣고 양지에 대한 그동안의 총애가 삽시간에 증오로 변하여 양지를 잡기만 하면 그 몸을 1만 토막 낼 것이라고 이를 갈았다.
양중서는 서리를 불러 편지를 써서 그 사실을 동경에 올려 보냈다.
양중서의 편지를 받은 채태사는 크게 놀랐다.
그는 10만 관의 생일 예물을 작년부터 말로만 들었지 정작 물건은 한 번도 구경을 못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만 관이나 되는 생일 예물이 다시 도적의 손에 들어가다니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그 일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채태사는 제주 부윤에게 공문을 보내 대추장수 일곱 명과 술장수 한 명, 그리고 도망친 군관 양지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것도 기간을 열흘만 주었다.
만약 열흘이 지나도 도적들을 못 잡으면 부윤을 사문도(沙門島)로 귀양을 보내겠다는 엄명을 내렸다.
태사의 엄명을 받은 부윤은 크게 놀라 곧 도적을 체포할 군관을 불렀다.
섬돌 아래 한 사람이 나왔다.
“너는 누구냐?”
“소인은 군관 하도(河濤)입니다.”
“그렇다면 전에 황니강에서 강탈당한 태사님의 생신 예물은 바로 네 관할 지역이 아니더냐?”
“소인이 그 사건을 맡은 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군들을 풀어 황니강을 수색했으나 지금까지 아무 종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소인은 결단코 수사를 게을리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공께옵서는 깊이 통촉하여 주십시오.”
“네 이놈, 듣기 싫다. 진사가 제후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 동경 태사부에서 공문이 내려와 열흘 안에 도적들을 잡아 올리지 않으면 나는 관직에서 쫓겨나 사문도로 귀양을 가야 할 판이다.
그렇게만 되면 네놈은 지옥으로 소문나서 기러기도 안 날아가는 곳으로 유배를 보낼 것이다. 어서 놈들을 잡아라.”
집으로 돌아온 하도는 오직 긴 한숨만 쉴 뿐이다.
그동안 군사를 풀어 각처로 수배를 했으나 아직 뾰쪽한 묘수가 나오지 않았다.
대추장수들도 필연코 어느 깊은 산채의 도적들이 분명한데, 10만 관이나 되는 큰 재물을 수중에 넣었으니 마땅히 자기들 산채에 깊숙이 숨어버렸지 황니강 근처에 나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열흘 후에는 꼼짝없이 귀양을 가야 할 판이니 앞이 깜깜할 뿐이었다.
그가 아내와 마주 앉아 한탄하고 있을 때 마침 하도의 동생 하청(河淸)이 찾아왔다.
하청은 같은 형제라도 군관출신인 형과 달라서 매일 밤 한량들과 어울려 술이나 마시고 노름판이나 찾는 파락호였다.
다른 때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던 형이었지만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다. 이놈은 본래가 술집, 노름판으로만 떠돌아다니는 터라 혹시 무슨 별난 소문이라도 귓결에 들은 것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도가 동생에게 술을 내주고 열 냥의 돈까지 주면서 이 얘기 저 얘기들을 물었다.
그 순간 동생의 입에서 단서가 나왔다.
얼마 전에 하청이 노름판을 찾아 안락촌에 있는 왕가의 집에 갔다가 마침 대추장수 일행을 만났는데, 그 중의 한 명은 전에 본 적이 있던 운성현의 조보정이었다.
그 이튿날 아침 동구 밖에서 한 사나이가 술통을 지고 가는 것을 보았는데, 동행하던 객점 주인이 아는 체하기에 물었더니 백승이라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날 낮에 황니강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조보정 일행이 틀림없습니다. 내 생각에는 백승이란 놈을 잡아다가 문초하면 모든 일이 다 드러날 것입니다.”
하도는 곧 하청과 함께 부윤을 찾아가 그 말을 들려준 다음 8명의 관군을 이끌고 안락촌의 왕가집 주인을 앞장세워 백승의 집을 찾아갔다.
밤은 깊어 삼경이었다.
백승은 곤히 자다가 고스란히 체포되었다.
물론 그가 쉽게 자백할 리가 없었다.
하도는 백승의 집 안팎을 샅샅이 뒤졌다.
마침내 마루 밑에서 장물이 나왔다.
백승은 얼굴이 흙빛이 되었으나 좀처럼 일곱 사람의 이름은 대지 않았다.
부윤은 크게 노했다.
- 31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