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32 편

2024. 8. 13. 08:18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32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7편 양산박의 무력반란 17-1

한편 송강은 다시 다방으로 돌아가 하도를 데리고 관청으로 들어갔다.
마침 문빈이 청사에 나와 사무를 보고 있었다.
송강이 하도를 부윤에게 인사시키자 하도가 사실을 보고했다.

“태사부에서 사람을 보낸 것을 보면 한시가 급한 모양이구나. 놈들을 빨리 잡아들이도록 하라.”
송강이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말한다.

“낮에 군관들을 풀면 놈들이 소문을 듣고 도망갈 테니 해가 지면 군관들을 보내는 게 어떨까요?”
“그럴듯한 말이다. 한데 동계촌 조보정이라면 유명한 호걸인데,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 수 없구나?”
부윤은 주동과 뇌황을 불러 체포를 지시했다.

그들은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관병 1백 명을 이끌고 동문을 나섰다.
관군들이 동계촌에 도착한 때가 초경쯤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져 있었다.

그러니 관군들은 텅 빈 집에 군사를 풀어 수색하는 시늉을 할 뿐이었다.
이미 조개는 달아난 지 오래였다.
하도는 크게 실망했다.

그들은 결국 조개의 하인 두어 명을 잡아 관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인들은 심한 매를 맞고 나서야 공모자 오용을 비롯한 여섯 사람의 이름을 댔다.

“도적들의 이름과 거취를 알았으니 즉시 석계촌으로 가서 그놈들을 잡아 오도록 하여라.”
그러나 하도는 말했다.

“석계촌은 바로 양산박과 가까운 곳이어서 많은 관군 병력과 선박과 말들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럼 5백 관병과 군마를 거느리고 곧 떠나도록 하라.”
하도는 부윤의 명령을 받고 관병 5백 명을 거느리고 석계촌을 향해 떠났다.

한편 조개를 비롯한 7명은 원소오의 집에 모여 양산박으로 들어갈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때 어부들이 달려와 지금 관병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조개는 곧 유당에게 말했다.

“형은 오학구 선생과 함께 재물을 배에 싣고 주귀의 술집에 가서 기다리시오. 우리는 관군들의 거동을 보고 나서 뒤 쫓아 가겠소.”

하도는 포도 순검과 함께 관병들을 거느리고 석계촌으로 들어가 곧바로 원소이의 집에 들이닥쳤다.
그러나 뜻밖에도 집안은 텅 비어 있었고, 사람은 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하도는 곧 배를 나누어 타고 원소오의 집을 향해 노를 저었다.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이 군관 두 명을 하선시키려고 할 때 어둠 속에서 호미를 든 사내가 달려 나와 두 사람을 물 속에 처박아버렸다.
하도가 놀라 언덕 위로 뛰어오려는 순간 물속에서 누군가가 하도의 발을 잡아 낚아챘다.

호미를 가진 사람은 원소였고, 물속에서 하도를 낚아 챈 사람은 원소칠이었다.
그들 형제는 물을 마셔 정신이 없는 하도를 언덕 위로 끌어 올렸다.

“너 따위가 우릴 잡으러 오다니 말이 되느냐!”
“저는 집에 팔십 노모가 계십니다. 소인이 죽으면 봉양 할 사람이 없으니 목숨만 살려 주시오.”
때는 밤 초경, 달은 없고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했다.

그때 저편 갈대숲에서 불길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붙은 갈대를 실은 작은 배들이 바람을 타고 살같이 물 위로 미끄러져 왔다.

관군들은 불을 피할 수 없었다.
불길은 삽시간에 갈대와 배들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괸군들은 미처 피하지 못해 불타 죽고 대부분 물에 빠져 죽었다.
가까스로 언덕 위로 기어 오른 자들은 조개와 원가 삼형제의 칼날 아래 사정없이 목이 잘렸다.

불길의 도술을 부린 사람은 바로 공손승이었다.
5백 명의 관군은 모두 죽고, 목숨을 건진 사람은 하도 한 사람뿐이었다.
원소이가 하도에게 말했다.

“네 목숨 하나는 살려 보내니 돌아가거든 제주 부윤은 말할 것도 없고, 바로 태사 채경이 온다 해도 우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전해라. 네놈이 왔다간 표시로 귀 하나를 베겠다.”
그는 칼로 하도의 귀를 벤 다음 풀어주었다.

하도는 그저 목숨이 붙어서 되돌아가는 것이 고마울 뿐이었다.
한편 조개의 일당은 석계촌을 떠나 재물을 싣고 먼저 간 오용과 유당을 만났다.

- 33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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