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28. 편

2024. 8. 7. 08:37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28

제5장 채태사의 생일 예물

제15편 이룡산의 노지심 15-1

양지는 남쪽 황니강을 타고 20 여리쯤 따라 내려가다가 돈 한 푼 없이 술집에 들어섰다.
주막집 여자가 무엇을 주문하겠느냐고 물었다.

“우선 술을 좀 주시고 밥과 고기도 좀 주시오.”
양지는 한상 거나하게 차려 먹고 술집 문을 나섰다.

“손님, 계산하셔야죠?”
양지는 뻔뻔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지금 가진 게 없으니 오는 길에 꼭 갚겠소.”
그러자 시중들던 젊은이가 와서 소매를 잡는다.
양지는 젊은이를 한 주먹에 때려눕히고 그대로 달아났다.

“이놈아, 네가 가면 대체 어딜 갈 테냐?”
등 뒤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웃통을 벗어부친 사내가 몽둥이를 들고 쫓아왔다.
그 뒤로는 아까 술집에서 얻어맞은 젊은이가 창을 들고 따라오고, 그 뒤로 서너 명의 장정들이 역시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네놈들이 죽지 못해 안달이 났구나!”
양지는 큰 소리로 꾸짖고 칼을 휘두르며 앞장선 사나이에게 달려들었다.

칼과 몽둥이가 서로 어우러져 2,30 여 합. 웃통 벗은 사내는 웬만큼 무예를 익힌 모양이었으나 양지에게 당할 수는 없었다.
사내는 한동안 양지의 칼을 막아내더니 몸을 날려 뒤로 물러서더니 외친다.

“도대체 댁이 누군지 이름이나 압시다.”
“나는 양지라는 사람이오.”
“그럼 동경의 군관어른이 아닙니까?”
“그렇소.”
그 말에 사내는 몽둥이를 내던지고 엎드려 절한다.

“태산을 몰라 뵈었습니다.”
양지는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켜 물었다.

“노형은 대체 뉘시오.”
“저는 80만 금군교두 임충의 제자 조정(曺正)입니다. 주막집의 여자는 제 처입니다.
여기서 이렇게 삽니다만 칼 쓰는 솜씨가 제 사부님과 비슷하여 성함을 여쭈어본 것입니다.”
“임 교두의 제자라! 임 교두는 지금 양산박에 계신가?”
“저도 풍문에 그렇게 들었습니다.”
조정은 양지를 주막으로 청해 주석을 베풀었다.

“지금 어디로 가시는지요?”
“양산박 임 교두를 찾을까 했으나 전에 왕륜이 그처럼 붙들었는데 떨치고 나온 몸으로 죄인이 된 지금 어슬렁어슬렁 찾아가는 것이 아무래도 떳떳치 못한 것 같아 주저하고 있는 터요.”
“저도 듣기에 왕륜이란 자가 워낙 도량이 좁아서 저의 사부께서도 별 아니꼬운 꼴을 다 보셨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룡산으로 가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만...”
“이룡산이 어디 있소?”
“바로 청주 땅에 있지요. 거기 보주사(寶珠寺)라는 절이 있는데, 주지승이 환속하여 머리를 기르고 산적의 두령이 되어 졸개 4,5백여 명을 거느리고 있답니다.”
“이름이 뭡니까?”
“등룡(鄧龍)입니다. 마음이 있으면 그곳에 가시지요.”
“글쎄요!”
이튿날 양지는 조정에게 약간의 돈을 얻어 이룡산을 향해 떠났다.

온종일 걸어 이룡산 기슭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저물고 있었다.
그때 숲속에서 웬 살찐 중이 벌거벗은 채 땀을 흘리고 있다가 양지를 보자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네놈은 누구냐?”
그의 말투 속에는 고향 관서 사투리가 섞여 있었다.
양지는 반가운 마음이 들어 이름을 물어보았으나 중은 무조건 창을 들고 양지에게 덤벼들었다.

“웬 중놈이 이렇게 무례하단 말이냐!”
두 사람은 숲속에서 어우러져 싸웠다.

그 모습은 마치 두 마리의 용이 다투고 한 쌍의 호랑이가 먹이를 다투는 것 같았다.
주변에는 검은 기운이 서리고, 살기가 번뜩거렸다.
둘이 40 여 합을 싸우다가 중이 힘이 부치는지 몸을 빼내며 소리쳤다.

“좀 쉬다 싸우자.”
“좋다!”
양지도 물러서며 말했다.

웬 중놈의 무술이 그렇게 뛰어날까, 당해낼 도리가 없구나!
양지가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중 역시 속으로 양지의 무술에 감탄하고 있었다.

- 29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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