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25편

2024. 8. 2. 08:06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25

제4장 탁탑천왕(托塔天王)

제13편 붉은 머리 귀신 13-3

그들은 배 안에서 서로 인사를 하고 갈대 속에서 헤쳐 나왔다.
한 곳에 이르니 높은 언덕에 몇 채의 초가집이 있었다.
원소이는 노 젓던 손을 멈추고 초가집을 향해 외쳤다.

“어머니, 소오 집에 있어요?”
그때 집 안에서 할머니 대답이 들린다.

“그 녀석이 요새는 고기잡이도 안 나가고 노름판에 미쳐서 걱정이다. 조금 전에도 내 비녀를 빼가지고 달아났다.”
“그래요? 혹시 소오가 오거든 오 선생님이 오셨으니 곧바로 술집으로 오라고 일러주세요.”
배가 다리에 도착하자 소오가 비녀와 바꾼 듯싶은 꾸러미 엽전을 들고 노름판을 찾아가다가 그들과 만났다.

네 사람은 주점을 찾아 물 위의 술집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탁자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오랜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잠시 후 오용이 말했다.

“혹시 운성현 동계촌의 조보정이라는 이름 들어봤나?”
“탁탑천왕이라는 조개 말입니까?”
“그분은 인물이네. 재물을 우습게 여기고, 의리를 중하게 아는 분이라 생사를 같이할 만한 사람이야.”
“한번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오용은 이제 실정을 털어놓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원가 삼 형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사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따로 있네. 6월 보름날이 채태사의 생일인데, 그의 사위 양중서가 10만 관의 금은보화를 동경으로 올려 보낸다네.
그것을 유당이라는 천하의 호걸이 찾아와 도중에 뺏자는 의논이 되었네. 그래서 세 분이 의향만 있으면 함께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찾아온 것일세.”
그 말을 들은 원가 삼 형제는 평생소원이 이제야 이루어졌다고 좋아하면서 즉석에서 그 일에 찬성했다.

오용은 그 말을 듣고 너무 기뻤다.
그들은 그날 밤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새벽에 함께 석계촌을 떠났다.

원가 삼형제가 마침내 오용을 따라오자 조개의 기쁨이 컸고, 그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연회를 열었다.
이튿날 조개는 오용, 유당, 원가 삼 형제와 함께 장원 후당에서 향촉을 갖추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만약 우리 여섯 사람 중에 사심을 품는 자가 있다면 신령님께서 살피시어 죽여주시옵소서.”
여섯 사람이 차례로 맹세하고 종이돈을 불사른 다음 후당에서 술을 마셨다.

그때 하인이 와서 웬 선생이 보정을 만나자고 청한다고 전했다.
조개는 말했다.

“내가 지금 귀한 손님들을 모시고 있으니 네가 알아서 잘 타일러 쌀 한 말쯤 줘서 보내라.”
“하지만 꼭 어른을 만나야 한다는군요.”
조개는 할 수 없이 나가 손님을 만났다.

그는 기골이 장대하고 풍모가 수려한 남자였다.
그 남자는 하인들을 향해 호통을 치고 있었다.

“네 이놈들! 아무리 무지몰각한 놈들이기로서니 그렇게 사람을 못 알아본단 말이냐?”
조개가 그의 앞에 나가서 말했다.

“선생! 고정하시오. 선생이 조보정을 만나시려는 것은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었습니까? 쌀을 드렸으면 그냥 돌아가실 것이지 왜 이토록 역정을 내십니까?”
그러자 그가 크게 웃는다.

“난 돈이나 쌀을 얻으러 온 게 아니오. 보정과 상의할 일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촌놈들이 나를 몰라보니 심사가 뒤틀리지 않겠소.”
“그럼 무슨 말씀이신지 같이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내가 선생이 찾는 조갭니다.”
조개가 그를 안으로 안내하여 이름과 내력을 물었다.

“저는 이름이 공손승(公孫勝)이오. 본래 계주 사람으로 어려서부터 창봉을 익히고 도술을 배워 비와 바람을 자유자재로 부르고, 안개와 구름을 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입운룡(入雲龍)이라 합니다. 일찍이 운성현 동계촌의 조보정을 뵙고 싶었는데, 이제 하늘이 내린 10관의 금은보화가 있어 두 손으로 그것을 보정께 드릴 생각으로 찾아온 것이오. “
조개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물었다.

“선생의 말씀은 북경서 동경으로 가는 생일선물을 말하시는 것입니까?”
공손승은 깜짝 놀라 되묻는다.

“보정께서는 대체 어떻게 아셨나요?”
“그저 짐작으로 한 말입니다.”
조개는 곧 그를 이끌고 후당으로 가서 오용의 무리 다섯 사람과 새롭게 인사를 시키고 공손승을 잘 접대한 후 거사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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