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108 편
2024. 12. 5. 08:12ㆍ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108
제12장 사랑과 음모
제44편 미녀 반교운 44-3
그녀는 마음이 있는 터라 그가 권하는 대로 술을 석 잔이나 받아 마신다.
여자는 남자에게 마음이 있는데다 술에 마음의 정감이 들어갔으므로 이미 눈앞이 몽롱해지면서 배여해를 쳐다보고 말했다.
“오라버니, 어쩔 작정으로 내게 술을 먹이세요?”
그러자 배여해가 껄껄 웃으며 대꾸한다.
“내가 누이를 극진히 대접해 주려고 그러지.”
“이젠 정말 더 못 마시겠어요.”
“그럼 내 방에 가서 사리(구슬?)나 구경하지.”
“좋아요.”
배여해가 계집을 이끌고 다락 위로 올라갔다.
그곳은 바로 침실이었다.
반교운은 방 안을 둘러보고 마음에 들어 했다.
배여해는 끓어오르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허리를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그간 오직 낭자만 생각했네. 오늘은 내 원을 한번 풀어 줘야겠어.”
그러자 계집이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리 바깥양반이 어떤 사람인 줄 알고 그래요? 이 일이 들통 나면 임자와 나는 이 세상에 없는 목숨이 되는 걸 아셔야 해요.”
그러자 그가 계집 앞에 무릎을 꿇으며 사정했다.
“낭자, 부디 한 번만 허락해줘.”
계집은 짐짓 눈을 흘겼지만 마음은 이미 기울었다.
그녀는 사내를 와락 끌어안아 버렸다.
배여해는 계집을 껴안고 침상에 가서 허리띠를 풀고 계집의 옷을 벗기고 육체의 환락에 빠져버렸다.
그는 석가여래의 법문도 까맣게 잊고 스승의 가르침도 잊어버렸다.
두 사람은 탐욕에 빠져 부처도 남편도 무서운 줄 몰랐다.
그들은 서로의 귀에 대고 농염한 울부짖음을 토해낼 뿐이다.
이미 그 방은 쾌활 도량이 되었고 보은사는 글자 그대로 극락세계를 이루었다.
배여해는 절정이 끝나자 계집을 끌어안은 채 말했다.
“낭자가 내 정을 받아주었으니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소. 그러나 우리가 모처럼 만나 그저 잠시 쾌락을 나누었을 뿐 마음껏 밤을(?) 지새워 보지도 못했으니 어쩌면 나는 상사병으로 머지않아 죽을지도 모르겠소.”
그러자 계집이 사내의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그건 걱정 마세요. 제 남편은 한 달이면 스무 날을 날마다 관가에 나가고 없으니 몰래 만나면 될 거예요. 남편이 비번인 날 밤에는 뒷문 밖에 향을 피울 테니 그날은 맘 놓고 집에 오시면 됩니다.
허나 오경이 넘으면 안 되니 그때는 누굴 시켜 우리 집 뒷문 밖에서 목탁을 치게 하면 되지 않겠어요?”
그 말에 배여해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오. 우리 절에 행자 하나가 있는데, 그놈에게 돈을 좀 집어주면 내 말을 잘 들을 거요.”
그들은 약속을 정했다.
다음날 양웅은 낮에 잠깐 집에 왔다가 저녁이 되자 관가로 나갔다.
반교운은 하녀 영아를 시켜 뒷문 밖에 향을 피우게 했다.
그녀는 곱게 단정하고 기둥에 붙어서 배여해가 오기를 기다렸다.
초경이 되자 한 남자가 두건을 깊게 눌러쓰고 문 안으로 들어서며 반교운을 보자 번쩍 안아들고 다락으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
하녀 영아는 향탁을 치우고 뒷문을 닫아걸고 처소로 돌아가 버렸다.
그날 밤 두 남녀의 향락은 절간에서 가졌던 시간과는 비교도 안 되었다.
두 남녀는 아교같이 질기고 꿀처럼 달콤하게 하룻밤을 지냈다.
닭이 홰에서 두 번이나 울 때까지 둘이는 잠도 안자고 희롱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지친 두 사람이 잠깐 눈을 붙인 순간 갑자기 골목에서 목탁 소리가 들렸다.
계집과 중놈은 소스라치게 놀라 깨며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으며 말했다.
“난 가오. 오늘 밤에 또 올 수 있을까?”
“향탁이 뒷문 밖에 나와 있으면 언제든지 와요. 아니면 근처에 얼씬도 해서는 안 되어요.”
그날부터 배여해는 밤마다 반교운을 찾았다.
그녀의 집에는 노인이 있었으나 초저녁부터 잠만 잤고, 계집종은 그녀와 한 통속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오직 정육점의 석수가 문제였다.
그러나 한번 불이 붙은 반교운은 육욕이 불같이 일어나서 석수는 안중에도 없었다.
배여해 역시 탐욕에 미쳐서 해자가 향탁이 나와 있다는 말만 전하면 두건을 뒤집어쓰고 달려갔다.
그런 일이 한 달 남짓 계속 되었다.
- 109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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