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105 편
2024. 12. 2. 10:50ㆍ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105
제12장 사랑과 음모
제43편 의형제 43-2
그는 하남 출신 양웅(揚雄)이었다.
양웅은 숙부가 이곳 부윤으로 있을 때 따라 왔다가 숙부의 뒤를 이어 부임한 부윤 밑에서 형조는 물론 재판관을 겸직하고 있었다.
무술이 뛰어난 그는 얼굴이 누렇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를 ‘병색이 짙은 양웅’이라고 불렀다.
그는 지금 죄인을 다스리고 돌아오고 있는 중에 그를 아는 사람들로부터 환대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몰려와 그에게 술을 권하고 있을 때 옆 골목에서 장정 7,8명이 몰려나왔다.
앞장선 자는 ‘척살양(양을 죽이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보(張保)라는 무뢰한이었다.
장보는 늘 쏘다니면서 아무에게나 술값을 빼앗고 사람을 치고 해치는 것이 일이었다.
그는 양웅이 술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을 보자 시기심이 일어나 사람들 틈을 헤치고 들어와 시비를 걸었다.
“어른, 안녕합쇼.”
양웅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자아, 같이 술 한 잔 듭시다.”
그러나 장보는 술잔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술은 싫으니 돈이나 한 백 관 주시오.”
양웅은 정색을 하고 말하였다.
“내 노형과 안면은 있소만 피차에 돈 거래가 없는 터에 갑자기 백 관씩이나 달라니 무슨 말이오.”
그러나 장보는 험악한 말투로 말했다.
“오늘 백성들한테서 많은 재물을 빼앗았는데 내게 돈 몇 푼 주지 못 하겠다? 어디 내가 널 그냥 둘 줄 아느냐?”
이에 양웅이 발끈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놈이 정말 무례하구나!”
양웅이 장보를 치려고 하자 장보의 무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양웅을 좌우에서 붙들어 꼼짝 못하게 하고 마구 주먹질을 했다.
양웅은 그들에게 붙들린 채 꼼짝도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그때 저쪽에서 나무를 한 짐 등에 지고 오던 사내가 그 광경을 보고 달려왔다.
“어른에게 이게 무슨 짓들이오?”
장보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게 어디서 빌어먹다 굴러 온 개뼉다귀야?”
그러나 사내는 장보가 손쓸 겨를도 없이 그의 목덜미와 허리를 잡아 번쩍 치켜들고 그대로 땅에 내다박았다.
형세가 불리해진 것을 안 장보의 졸개들이 모두 달아나버렸다.
그때 지켜보고 있던 대종과 양림이 나섰다.
“이제 그만두고 우리 어디 가서 얘기나 좀 합시다.”
양림이 나뭇짐을 대신 지고 대종은 그 사내의 팔을 잡아 조용한 술집을 찾았다.
이윽고 대종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외지에서 왔소만 이렇게 노형과 알게 된 것 또한 우연치 않은 인연이오. 도대체 이름이 뉘시오?”
“제 이름은 석수(石秀)요. 고향은 금릉 건강부입니다. 어려서 창봉을 좋아하면서 어디서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목숨을 걸고 뛰어들기 때문에 제 별명이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자’입니다. 숙부를 따라다니며 말장수를 했는데, 어른께서 돌아가신 후에는 본전을 날리고 지금은 나무장수를 하면서 그날그날 살고 있습니다. 초면에 너무 환대해 주시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대종은 말하였다.
“노형 같은 호걸이 나무나 팔아서 되겠소. 지금 세상의 형편은 첫째, 나라의 조정이 불명하고, 둘째는 대궐에 간신들이 들끓어 진정한 영웅호걸들이 뜻을 펼 도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노형께서 만약에 마음이 있다면 양산박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천해 드리겠소.”
대종이 자신을 소개하고 뜻을 밝히자 석수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세 사람이 양산박 갈 일을 논의하고 있을 때 밖에서 양웅이 관군들을 거느리고 찾아왔다.
대종과 양림은 관군이 오자 훗날을 기약하고 피했다.
“여기 계신 걸 모르고 노형을 찾아다녔소. 노형 덕에 살았습니다. 놈들한테 두 팔을 잡혀 꼼짝없이 욕을 보는 것을 참으로 노형 덕분에 면하였소.”
석수가 자기소개를 하자 양웅은 말한다.
“그럼 이곳에 처자와 가족이 없다면 나와 의형제를 맺고 삽시다.”
이윽고 석수는 양웅에게 네 번 절하고 아우가 되었다.
양웅이 호걸 아우를 얻고 기뻐 함께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마침 양웅의 장인인 반공(潘公)이 사람들을 데리고 다가왔다.
반공은 사위가 장보에게 행패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장정들을 이끌고 왔던 것이다.
양웅은 장인에게 석수를 인사시키고 의형제를 맺게 된 사연을 얘기했다.
“자네는 본래 뭘 했나?”
석수가 대답한다.
“제 선친께서는 원래 도살 꾼이었습니다.”
“그러면 자네도 소 잡고 말 잡을 줄 알겠네?”
노인이 묻는 말에 석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 당연하지요.”
세 사람은 얼큰히 취해 함께 양웅의 집으로 돌아왔다.
- 106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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