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7편

2024. 7. 9. 07:00수호지


★ 수호지(水湖志) - 7

제1장 62 근짜리 지팡이를 가진 스님

제4편 취련 4-1

그 후 보름이 지나서 사진은 위주에 도착했다.
그는 길가 찻집에 들어가 포차 한 잔을 시키고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 경락부가 어디 있소?”
“바로 저 맞은편 집입니다.”
“그럼 혹시 경락부에 동경에서 오신 왕진이라는 교두가 계신지요?”
“글쎄요, 교두가 한두 분이어야죠. 저 어른께 물어보시면 혹 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인의 말에 사진이 고개를 돌렸다.

키가 팔 척에 허리둘레가 엄청나고, 수염이 텁수룩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외모의 차림을 보니 군관이었다.
그는 다름 아닌 경락부 사람 노달(魯撻)이었다.

노달은 사진의 말에 왕진에게서 사진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반갑게 대하면서 지금 여기에는 왕진의 아들 소충이 있다고 말해주고, 술대접을 할 테니 함께 가자고 했다.

사진이 그를 따라 얼마쯤 가니 도중에 길가에서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무엇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사진이 어깨너머로 보니 한 남자가 봉술의 묘기를 자랑하면서 약을 팔고 있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예전에 자기에게 봉술을 가르쳐 준 적이 있던 이충(李忠)이었다.
사진은 반가워 사람들 틈을 헤치고 나갔다.

“사부님, 접니다.”
이충도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곧이어 약 배낭을 싸 메고 사진과 함께 노달의 뒤를 따라 나섰다.
노달은 그들을 번가(藩家)라는 다리 모퉁이 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세 사람이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올랐을 때 갑자기 옆방에서 흐느껴 우는 젊은 여자 소리가 들렸다.
노달이 여자를 불러서 우는 사연을 물었다.

여자의 이름은 취련(翠蓮), 이곳에 친척이 있어서 부모를 모시고 찾아왔는데, 그 친척이 얼마 전에 남경으로 떠나버려서 의지할 곳이 없어져 버렸다.

그녀는 여비가 없어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이곳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어머니가 병들어 덜컥 죽고 말았다.

그 후 별 도리가 없자 정대관인이라는 남자에게 돈 삼천 관을 받고 그의 첩이 되기로 했으나 그녀는 본처의 구박에 돈도 못 받고 석 달 만에 쫓겨나고 말았다고 하소연했다.

“보시다시피 저는 천리 타향에서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게다가 돈 있고 권세 있는 정대관인에게서 제가 어떻게 돈을 받아내겠습니까? 분하고 억울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할 수 없이 매일 저녁 이 술집에서 노래를 불러 손님들이 던져주는 돈을 몇 푼씩 받아 끼니를 이어왔습니다만 요즈음은 경기가 나빠 손님이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우는 것은 제 신세가 너무 딱해서입니다.”
“정대관인이란 어디서 뭘 하는 사람이오?”
“고기 집을 합니다. 이름은 정도입니다.”
노달은 주먹으로 탁자를 탁 쳤다.

“뭐라고? 난 누군가 했더니 정도라고! 내가 이 길로 가서 그놈을 때려죽이고 올 테니 두 분은 잠깐 여기서 기다리시오.”
그가 일어나자 사진과 이충은 황망히 그의 팔을 잡아 앉히고 좋은 말로 달랬다.

그러나 노달은 좀처럼 화를 풀지 못했다.
사진이 은자 열 냥을 내놓고, 노달이 다섯 냥을 내놓고, 이충이 두 냥을 털어 두 사람에게 주고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취련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했다.
노달은 부녀가 떠난 후 장원교 다리로 정대관인의 고기 집을 찾아갔다.
정도는 집에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달을 맞았다.

“경략상공의 분부로 심부름 온 것일세. 비계는 조금도 섞지 말고 살로만 열 근을 잘게 썰어주게.”
정도는 고기를 썰어 연잎에 싸주었다.

“이번에는 비계만 열 근을 역시 잘게 썰어주게.”
“고기는 만두 속이나 넣으시겠지만 비계는 뭘 하려고 그러십니까?”
“내가 아나?”
노달이 상관의 분부라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정도는 비계만 열 근을 발라서 잘게 썬 다음 역시 연잎에다 싸서 주었다.
그러자 노달이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뼈만 추려서 열 근을 잘게 썰어주게.”
그 말에 정도는 입을 벌리고 웃는다.

“원, 바빠 죽겠는데 누굴 놀리시는 겁니까?”
그때 노달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래, 내가 널 놀리고 있다.”
그는 소리를 버럭 지르고 연잎에 싸 놓은 고기 열 근, 비계 열 근을 정도의 면상에 던졌다.

정도는 발끈 성을 냈다.
비록 고깃간에서 칼질을 하고 있지만 재산이 많아 남으로부터 ‘대관인’ 소리를 듣는 그였으므로 관리 따위에게 행패를 당할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 8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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