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5편

2024. 7. 5. 06:50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5

제1장 백팔마왕

제3편 소화산 도둑촌 3-1

사진(史進)은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집안일은 남에게 맡기고, 자신은 오직 무예를 익히는 데 골몰했다.
여름이 되어 더위가 한창일 때 사진은 담장 밖에서 자기 집안을 엿보는 사냥꾼 이길(李吉)이라는 자를 만났다.

“나리, 댁의 그을랑(丘乙郞)과 술 한 잔 할까 해서 왔는데, 나리께서 계시기에 못 들어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자넨 왜 요즘 사냥감을 안 가져오는가. 내가 자네한테 계산을 안 해준 적이 있었던가?”
“얼마 전 산적 떼가 소화산(少華山)에 들어앉은 후로는 아무도 산에 얼씬을 못한 지 여러 달째가 되었습니다.
소화산 산적 두목은 3명이고, 졸개가 5,6백 명이나 됩니다. 관가에서는 도적을 잡아오는 사람에게 상금 3 천관을 걸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진은 곧 장객에게 일러 소를 잡고 술을 내어 크게 잔치를 준비한 다음 마을의 장정들을 모조리 불러들여 말했다.

“잘 아는 일이지만 소화산에는 도적떼들이 들끓고 있소. 놈들이 언제 우리 마을로 내려올지 알 수가 없어서 여러분들을 불러 모은 것이오.
집집마다 목탁을 하나씩 준비해 두었다가 도적들이 오면 알리고, 창이나 몽둥이를 준비하고 있다가 막도록 합시다. 두목들은 내가 맡겠소.”
그 무렵 소화산에서도 두령 셋이 모여 앞날을 상의하고 있었다.

“소문에 관가에서 우리를 잡기 위해 현상금을 내걸었답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첫째 두목 주무(朱武)였다.
그는 정원(定遠) 사람으로 비록 무예는 뛰어나지 못하지만 진법(陳法)에 정통하고, 지략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곧 관군이 쳐들어올 텐데, 우리도 식량을 넉넉히 준비해야겠다. 먼저 어느 고을을 터는 게 좋겠나?”
그들은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운 화음현을 털기로 했다.

그러나 둘째 두목 진달(陳達)은 찬성했으나 셋째 두령 양춘(楊春)은 그 말에 반대였다.
화음현을 가자면 사진이 있는 사가촌을 지나야 만 하니 포성현(蒲城縣)을 터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주무도 그 의견에 따랐으나 진달은 반대였다.

“그깟 놈의 사진이 뭐가 겁이 나서 그럽니까? 나 혼자 다녀오겠소.”
진달은 두 사람 말을 듣지 않고 곧 150명의 졸개들을 거느리고 산에서 내려갔다.

도적떼가 온다는 말을 듣자 사진이 곧 장객에게 목탁을 두드리게 했다.
목탁소리는 비상령처럼 삽시간에 온 마을에 울렸다.
젊은이들은 모두 무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사진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붉은 갑옷을 입고, 등에는 활과 화살 통을 메고, 손에는 칼날이 세 갈래인 팔환도(八環刀)라는 칼을 들고, 붉은말에 올라 무리들을 거느리고 동구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도적의 무리가 다가왔다.
도적 진달은 긴 창을 잡고 백마를 타고 달려오다가 사진을 보자 갑자기 말에서 몸을 굽혀 예를 갖추고 말했다.

“우리 산채에 식량이 떨어져 화음현으로 양식을 빌리러 가는 길이오. 사가촌에는 풀 한 포기도 안 건드릴 것이니 잠자코 보내 준다면 돌아오는 길에 후히 사례하겠소.”
그러자 사진은 꾸짖었다.

“듣기 싫다. 도적놈이 길을 빌리다니 말이 되느냐? 잔말 말고 말에서 내려 결박을 받아라.”
“온 천지가 모두 형제라는 말이 있지 않소. 길 좀 못 빌릴 것이 뭐 있소?”
“나는 네 말을 들어주고 싶지만 안 된다는 자가 있다.”
“그게 누구요?”
“내 손에 쥐고 있는 칼이다.”
진달은 크게 노하였다.

“두고 보자니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진달이 창을 잡고 사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둘이 맞서 수십 여 차례 싸우는 가운데 사진이 짐짓 허술한 틈을 보이자, 진달이 재빨리 창을 휘둘렀다.
사진은 번개같이 창을 피하며 팔을 뻗어 진달의 허리를 잡아 말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진달의 졸개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사진은 장객을 시켜 진달을 결박하여 관가에 보내 현상금을 요청하기로 했다.

- 6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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