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6편

2024. 7. 8. 07:50수호지


★ 수호지(水湖志) - 6

제1장 백팔마왕

제3편 소화산 도둑촌 3-2

한편, 산채에서 진달을 기다리던 두목 주무는

되돌아온 졸개들의

말을 듣고 힘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계교를 써서

진달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무와 양춘은 꾀를 내어 단 둘이 말을 타고

사진을 만나러 갔다.
사진은 문 밖에서 그들을 맞았다.

주무와 양춘은 사진을 보자 그대로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렸다.
사진은 뜻밖의 광경에 놀라 자신도 말에서 내렸다.

“너희들은 왜 울기부터 하느냐?”
주무는 더욱 서럽게 울며 말했다.

“저희는 본래 간악한 관리들의 핍박에 못 이겨

산 속으로 도망 다니는 중입니다.

우리 세 사람은 서로 형제의 의리를 맺어 생사를

같이하자고 맹세했으니 비록 예전의 유비, 관우,

장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마음만은 같습니다.
이제 아우 진달이 제 말을 안 듣고 왔다가 대인에게

사로잡혔으니 이제 저희 둘도 함께 죽을 수밖에

없어서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사진은 그 말을 듣고 저들이 비록 도적들이지만

의리를 중하게 여기는 터에 자신이 저자들을

관가에 바치고 상금을 받는다면 천하의 호걸들이

비웃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대들이 의리를 중히 여긴다면 모든 일을 없는

일로 할 터이니 우리 술이나 한잔 나눕시다.”
사진은 진달을 풀어주고 그들을 술자리로 청했다.

세 두목은 사진에게 깊은 사례를 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산채로 돌아갔다.
산으로 돌아간 주무는 사진의 은혜가 고마워

작은 예물을 사진에게 보냈다.

사진도 답례로 비단과 고기를 보내면서 그들은

서로 왕래가 잦아졌다.
여름이 지나고 추석을 며칠 앞둔 사진은 소화산의

두령들을 초청해 하룻밤 잔치를 베풀 생각으로

왕사(王四)를 산채로 보냈다.

왕사는 주무의 답장을 갖고 되돌아오는 길에

주막에 들러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끝에 풀밭에

쓰러져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때 왕사와 친한 사냥꾼이 지나다가 그를 깨우려

하던 중 허리에 찬 주머니 속에 든 돈 닷 냥을 보자

탐이 나서 돈을 빼내는 순간 소화산 두령이

사진에게 보내는 편지를 손에 쥐게 되었다.

‘3천 냥의 현상금이 걸린 소화산의 도적 괴수가

추석날 사진의 집에 놀러온다?’
사냥꾼 친구는 팔자를 고치게 되었다는 생각으로

돈과 편지를 품속에 넣고 곧 화음현으로 달려갔다.

왕사는 밤이 깊어서야 비로소 잠이 깨었다.
눈을 떠 보니 돈과 편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당황한 끝에 사진에게 가서 편지를

도둑맞았다는 말은 숨긴 채 그들이 보름날 저녁

초청에 응하겠다는 말을 하더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추석날 사진의 집에서는 새벽부터 양과 닭을

잡아 잔치준비를 했다.
상을 차렸을 때 소화산 두령들이 찾아왔다.

사진은 몸소 나가 그들을 맞아들였다.
때마침 동산에 달이 뜨면서 네 사람이 한창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을 때 문득 담 밖에서 난데없는

함성이 일어났다.

밀고를 받은 화음의 현위가 두 명의 군 지휘관과

함께 3백 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사진의 집을

철통같이 포위한 것이다.
주무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들 때문에 형님이 죄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빨리 우리를 묶어 저들에게 내주십시오.”
그러나 의리를 중하게 여기는 사진은 그 말을

듣지 않고, 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야 생사의 결단을

낼 도리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담 너머로 군관들에게 물었다.

“밤중에 웬 소동이오?”
“우리가 다 알고 왔소. 밀고자는 사냥꾼 이길이오.

어서 도적들을 내놓으시오.”
사진은 지휘관 옆에 서있는 이길을 향해 물었다.

“네 놈은 내게 무슨 원한이 있어 죄 없는

사람을 무고하는 게냐?”
“저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다만, 숲속에서 왕사가

떨어뜨린 편지를 주웠을 뿐입니다.”
그 말을 듣자 사진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곧 도적들을 내줄테니

잠시 기다려주시오.”
사진은 곧 왕사를 불러 한 칼에 베고 집에

불을 지르게 한 다음 스스로 앞장서서

세 두령들과 함께 칼을 휘두르며 밖으로 내달렸다.

사진은 이길을 한 칼에 베고, 진달과 양춘은

두 명의 군 지휘관을 죽였다.
뜻밖의 사태에 놀란 현위와 관군들은

그대로 앞 다투어 달아났다.

사진은 세 두령과 함께 소화산으로 갔다.
자신의 신세가 딱하게 된 것이다.

세 사람을 구하고 이제는 돌아갈 집도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도적의 무리 속에서

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관서지방에 있는 스승

왕교두를 찾아갈 작정을 했다.

사진은 주무의 무리들이 잡는 소매를 끝내

떨치고, 그 이튿날 약간의 돈을 갖고

행장을 꾸려 혼자 길을 떠났다.

- 7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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