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143화
2021. 7. 25. 09:30ㆍ초 한지
★ 19금(禁) 초한지(楚漢誌) - 143화
☞ 태공의 위기
항우가 광무산 전투에서 참패하고 본진으로 돌아와 병력을 점검해 보니 이번 전투에서 손실된 병력은 무려 10만여 명이나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고 계포, 우자기, 환초, 주은 등 혁혁한 대장들이 모두 중상(重傷)을 입어 당분간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항우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한신이란 놈, 어디 두고 보자! 내 조만간 반드시 원수를 갚고야 말리라.”
그리하여 그날부터 모병(募兵)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면서 군사들의 훈련을 계속하였다.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돌연 비마가 달려오더니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폐하! 한신이 변방 제후(邊方諸侯)들을 규합하여 50만 대군을 이끌고 또다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일쯤은 이곳까지 도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승상 소하는 형양성과 성고성으로 군량을 날라 오는데, 그 수량이 어찌나 많은지 함양에서 형양성과 성고성에 이르는 길에 우마차(牛馬車)의 꼬리가 백여 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항우는 이 같은 보고를 받고 기가 막혀 항백과 종이매를 급히 불러 상의한다.
“우리는 군량도 부족하고 병력도 넉넉하지 않은데, 한신이란 자가 50만 대군을 다시 몰고 쳐들어온다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그러자 종이매가 대답한다.
“우리가 한왕의 부모를 볼모로 잡아 두고 있으니 내일이라도 그들과 대진(對陳)하게 되면, 태공을 이용하여 흥정을 하는 것이 상책일 것 같사옵니다.”
“흥정을 하다니? 어떤 흥정을 한다는 말이오?”
“태공을 그들에게 보여주면서 만약 철군을 하지 않으면 태공을 팽살(烹殺)하겠다고 엄포를 놓으십시오. 그러면 제아무리 유방이라고 하여도 철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옵니다.”
“태공을 죽여 버리는 것은 지극히 쉬운 일이오. 그러나 태공을 죽여 버리면 세상 사람들이 나를 ‘잔악무도한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니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려. 그 문제는 두고 보기로 합시다.”
다음 날 한신이 초군 본진 30리 밖에 진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항우는 어쩔 수가 없어 태공 내외를 마상에 결박을 지어 일부러 적진 앞으로 끌고 나왔다.
말할 것도 없는 무언의 시위였던 것이다.
한왕은 진중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소리 내어 울며 참모들에게 말한다.
“내, 일찍부터 천하를 도모하기에 바빠 부모님께 효도를 한 일이 없었소. 그런데 오늘 양친께서 저렇게 고초를 당하시는 것을 보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구려. 그러니 부모님을 살리기 위해서는 차라리 철군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진중의 장수와 병사들은 한왕의 애타는 심정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한왕이 울면서 ‘부모님을 구출하기 위해 철군을 하겠노라.’말하는 바람에 어느 누구도 숙연히 고개만 숙일 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장량과 진평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대왕께서는 조금도 상심하시지 마시옵소서. 항우는 우리 군사들을 철수시키려고 지금 엄포를 놓고 있기는 하지만 태공 내외분을 절대로 죽이지는 못하옵니다.
천하의 대세가 거의 결정되어 가는 이 중요한 판국에 주공께서 이런 약한 말씀을 하시면 어떡하시옵니까?”
한왕은 마상에 결박되어 있는 부모를 멀리 바라보며 다시 말한다.
“항우가 태공 내외분을 죽이지 않는다고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겠소? 천하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을 참혹하게 돌아가시게 하는 것은 자식으로선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오.”
장량과 진평이 다시 품한다.
“대왕께서는 항우의 술책에 현혹되셔서는 아니 되시옵니다. 항우는 우리 군사들을 철수시키기 위해서 어쩌면 가마솥에 기름을 끓이면서 태공을 팽살하겠다고 엄포를 놓을지도 모르옵니다.
그런 경우라도 조금도 놀라지 마시고, 항우에게 이러저러하게 말씀하시옵소서. 항우는 결단코 태공을 죽이지는 못하옵니다.”
그러면서 장량은 한왕에게 자세한 대책을 들려주었다.
바로 그때 일선 부대장이 급히 달려오더니
“초패왕이 대왕 전하와 직접 대화를 나누자는 전갈을 보내 왔사옵니다.”
하고 알린다.
그 말을 듣고 장량이 한왕에게 품한다.
“신이 한신 장군을 시켜 경계를 삼엄하게 할 터이온즉, 대왕께서는 안심하시고 항우와 대화를 나누도록 하시옵소서.”
그리고 한신을 시켜 군사를 사방에 배치하게 하였다.
이윽고 한왕은 항우 앞에 당당히 나타났다.
그리고 장량이 일러준 대로 항우에게 큰소리로 외친다.
“초패왕은 나의 말을 들어보시오. 그대는 이미 궁지에 몰려 있어서 어차피 항복을 아니 할 수가 없게 되었소. 순순히 항복해 온다면 나는 초왕의 지위를 자손만대에 이르도록 보살펴 주겠소.
그러나 나의 선의를 무시하고 끝까지 싸우려고 한다면, 오늘 중으로 당신의 머리를 베어 버리고 말겠소.”
항우는 그 말에 크게 격분하며,
“이놈아! 너는 나를 어디까지나 모욕할 작정이냐?”
하고 외치며 맹수같이 한왕에게 덤벼들었다.
그러자 번쾌, 관영, 주발, 왕릉이 한왕을 엄호하면서 싸움을 가로막았다.
그리하여 한바탕 백병전이 계속되었다.
이런 가운데 홀연 일발의 방포 소리를 신호로 여기저기서 한나라 군사들이 들고일어나 항우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포위망을 좁혀오는 것이 아닌가?
항우는 좌충우돌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항우는 과연 천하의 맹장이었다.
한나라 군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데다 호랑이 같은 네 명의 대장들로부터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면서도 항우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이리저리 막아내며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은 인해전술(人海戰術)로 항우를 생포하려고 수천 명의 군사들이 일시에 함성을 내지르며 새까맣게 덤벼오는 것이 아닌가?
항우가 제아무리 용맹스러워도 벌떼처럼 사방에서 몰려오는 수천 군졸들을 한꺼번에 죽여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말머리를 돌려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는 그때였다.
아군인 주란, 주은, 계포, 종이매 등이 1만여 군사들을 몰아쳐 항우 앞으로 나오며 적병들을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어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이 날의 싸움은 피차간에 이렇다 할 승부 없이 끝나 버렸다.
종이매가 본진으로 돌아와 항우에게 품한다.
“오늘은 실패로 끝났지만 내일도 태공을 끌고 나가 흥정을 다시 한 번 해보시옵소서. 그러면 한왕은 반드시 철군에 응할 것이옵니다.
그래서 적들이 철군한다면 우리는 팽성으로 돌아가 군사를 대대적으로 양성하여 후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항우는 그 말을 옳게 여겨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장량과 진평은 태공을 구출해 올 계획을 여러모로 골똘히 강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장량은 초나라 출신의 포로 중에서 제법 똘똘해 보이는 자를 한 명 골라 이렇게 말했다.
“네가 만약 내 말을 잘만 들어 준다면 나는 너를 크게 출세시켜 주겠다. 너는 그럴 생각이 있느냐?”
포로가 크게 기뻐하며 대답한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사오나 대인께서 하명을 하시면 어떤 일이라도 해내겠습니다.”
“네게 부탁하려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초나라의 상서령(尙書令)인 항백 장군에게 내가 보내는 편지를 무사히 전해주면 되는 일이다.
너는 본시 초나라 군사이기 때문에 초나라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 아니냐? 어떻게 하면 아무도 모르게 항백 장군에게 편지를 전해 줄 수 있을지 한 번 생각해 보아라.”
포로는 그 말을 듣고 더욱 기뻐하며 말한다.
“그런 일이라면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이옵니다. 대인께서 편지를 써 주기만 하시면, 저는 그 편지를 아무도 모르게 무사히 전해드릴 뿐만 아니라, 답장까지 받아 가지고 오겠습니다.”
장량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고, 항백에게 보내는 밀서를 써주면서 이렇게 주의를 주었다.
“이 편지를 다른 사람이 보면 큰일 날 것이니 품속에 깊이 품고 가거라.”
“염려 마시옵소서. 저는 결코 어리숙한 놈이 아니옵니다. 무슨 재주를 부려서라도 항백 장군께 직접 전달해 올리겠습니다.”
이리하여 초나라의 포로는 상금까지 미리 챙겨 받고, 싱글벙글하면서 초나라로 떠나갔다.
그러나 포로는 장량의 밀서를 품고 국경을 넘다가 초나라의 경계병에게 체포되어 버렸다.
경비관이 포로에게 묻는다.
“네 놈은 한나라에 포로가 된 놈이 분명해 보이는데, 무슨 재주로 살아 왔느냐?”
“저는 한군에 잡혀 있다가 겨우 도망을 쳐서 돌아오는 길이옵니다. 저의 부모님이 항백 장군님과 친분이 있으신 관계로 저는 항백 장군님을 모시고 있던 몸이오니, 저를 원대복귀(原隊復歸)시켜 주시옵소서.”
경비관은 문제의 인물이 ‘항백 장군의 직속 부하’라는 소리에 그만 기가 죽었다.
그리하여 다음날 그를 항백 장군에게 인계해 버리고 말았다.
항백이 휘하의 많은 군졸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 문제의 포로가 자신의 부하인 줄로 알고, 한나라의 사정을 이렇게 물어보았다.
“네가 한나라의 포로가 되었다가 무사히 탈출해 왔다니 매우 기특하구나. 그래 혹시 너는 장량이라는 사람을 본 일이 있느냐?”
항백은 친구 장량이 전쟁통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였던 것이다.
이에 포로가 대답한다.
“장량 대인은 한나라 군사(軍師)로서 제가 장군님의 부하였다는 사실을 아시게 되자, 장군님 말씀을 많이 하시면서 저를 각별히 동정해 주셨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저를 은밀히 부르시더니 ‘너만은 특별히 돌려보내 주겠노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고국에 돌아가면 나의 편지를 항백 장군에게 꼭 전해달라.’고 하시면서 이런 편지를 주셨습니다.”
포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품속에서 장량의 편지를 꺼내 보였다.
항백이 편지를 펼쳐 보니 그것은 틀림없는 장량의 필체로 자기에게 보내는 편지가 분명하였다.
편지의 사연은 이러했다.
나 장량은 옛 친구인 항백 장군에게 글월을 보내오.
그 옛날 한왕께서 장군의 도움으로 죽음을 면하게 된 은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오. 그 후에 나는 부귀와 공명에 뜻이 없어 오랫동안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하던 중에 인후(仁厚)하신 한왕께서 천하를 도모하시면서 기어코 나의 도움을 요청하시기에 나는 다소나마 도움이 되어드리고자 지금은 한나라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정세를 보건대, 항왕은 한왕의 군사를 철군시킬 계획으로 태공을 팽살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중입니다. 만약 장군이 계시면서 태공을 팽살시켜 버린다면, 개인적으로는 장군은 장인과 장모님을 잃게 되는 것이고, 크게 보아서는 후일에 한왕께서 천하를 통일하셨을 때 장군은 손위 처남인 한왕을 어떤 면목으로 대할 수 있으오리까?
그리하여 장군께 일부러 사람을 보내어 부탁하오니, 인륜에 반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태공을 팽살하는 일만은 장군께서 막아 주시옵소서. 만약 그렇게 해 주신다면 장군께서는 사위의 도리를 하시게 되는 것이고, 한왕께서는 후일에 그 은공을 결코 잊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저 역시 우정으로서 장군에게 간곡히 부탁드리옵니다.
장량 올림.
항백은 장량이 보내온 밀서를 읽어 보고 포로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너는 그냥 돌아온 것이 아니라 장량의 밀명을 받고 온 것이 아니냐? 모든 것을 숨김없이 이실직고(以實直告)하여라.”
“실상인즉, 장량 군사께서 편지를 주시면서 ‘답장을 꼭 받아 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항백은 그 말을 듣고 얼굴에 희색을 띠며,
“알았다. 그러면 내가 답장을 써 줄 테니 장량 군사에게는 아무도 모르게 전해야 한다.”
하고 즉석에서 답장만 써 주는 게 아니라, 노자(路資)까지 두둑이 주고, 국경을 넘어가는 특별 통과증까지 발부해 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포로는 한나라로 무사히 돌아와 장량에게 답장을 전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장량 선생! 오랫동안 뵙지 못하다가 뜻밖에 친서를 받들게 되어 감개무량하옵니다.
항왕이 태공을 내세워 한왕을 위협하는 목적은 선생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군(漢軍)을 철수시키고 강화(講和)를 하는데 있음이 분명합니다.
태공 내외분이 이곳에 억류되어 계신지가 이미 오래기는 하오나, 일상생활은 제가 책임지고 보살펴 드리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도 없으시오니 그 점은 안심하십시오.
그러나 항왕이 태공을 보내드릴 생각은 전혀 없으므로 태공께서 언제 환국하게 되실지는 저로서도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옵니다. 항왕 측근에서는 태공을 죽여 버리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지 않아서 아무리 제가 막으려 하여도 태공께서 언제 무슨 변란을 당하시게 될지도 모르오니, 선생께서는 되도록 시급히 손을 써 주시기를 간곡히 바라옵니다.
다만 저로서는 선생의 말씀대로 아니 그보다는 사위의 도리로서 장인, 장모님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사오니 그 점만은 저를 믿어 주시옵소서.
항백 드림
장량은 항백의 편지를 읽어 보고 곧 한왕에게 편지를 내보이며,
“초나라에 항백이 있는 한 태공의 생명에는 아무런 위험도 없을 것이오니, 대왕께서는 안심하시고 대업을 과감하게 단행하시옵소서.”
하고 품했다.
한왕은 항백의 편지를 두 번 세 번 연거푸 읽어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항백과 장량 사이에 이런 엄청난 비밀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전혀 모르는 항우는 다음날도 태공을 한군의 진지가 있는 앞으로 끌고 나와 가마솥에 기름을 끓이며,
“군사를 신속히 철수시키지 않으면 태공을 끓는 기름 솥에 집어넣겠다!”
하고 무시무시한 엄포를 놓고 있었다.
한왕은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가슴이 메는 듯한 괴로움을 느꼈다.
성미가 급한 항우가 홧김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기 때문이었다.
장량이 그러한 눈치를 채고 냉철한 목소리로 한왕에게 간한다.
“대왕 전하! 일시적인 감정에 사로잡히시면 대사를 그르치게 되는 법이옵니다. 모든 것을 냉철하게 계획대로 단행하시옵소서.”
한왕은 장량의 충고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하여 말을 달려 진지 앞으로 나갔다.
그런 후에 항우를 마주보며 냉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래 전 그대와 내가 회왕을 섬길 때 우리 두 사람은 형제의 의를 맺은 일이 있지 아니한가?
따라서 나의 아버지는 곧 그대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나의 아버지를 기름 솥에 삶아 죽이는 것은 그대의 자유이지만 그렇게 되면, 그대는 세상 사람들의 조롱을 감당할 수가 있겠는가?”
이렇게 말하는 한왕의 얼굴 표정이 너무도 천연덕스러우므로 항우는 울화가 더욱 치밀어 올라 옆에 있던 부하에게 벼락같은 소리를 지른다.
“여봐라! 유방이란 놈이 저 모양으로 나오니, 저놈의 아비를 당장 기름 솥에 처넣어 버려라!”
그러자 뒤에 있던 항백이 급히 달려 나오며 항우에게 고한다.
“폐하! 태공을 팽살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인 줄로 아뢰옵니다.”
“유방의 아비를 죽이는 것이 어째서 옳지 못한 일이란 게요?”
“무릇 천하를 도모하는 영웅은 가문을 돌아보지 않는 법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지금 한왕을 상대로 천하를 각축(角逐)하고 계신 중이온데, 이 순간에 태공을 팽살시킨다고 천하 대사를 도모하는데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사옵니까?
오히려 만천하 백성들에게 ‘아무개는 자신의 의부(義父)를 죽였다.’는 비난만 듣게 될 것이오니 태공을 죽여서는 절대로 아니 되시옵니다.”
“음... 그럴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태공을 팽살하는 것은 폐하의 성덕(聖德)을 스스로 해치는 결과만을 가져오게 됩니다.
한나라 군사들을 철수시키는 데는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많이 있사온데, 하필이면 손해 보시는 방법을 택하시겠습니까?
이번에는 일단 후퇴를 하셨다가 후일을 기약하시는 것이 상책일 줄로 아뢰옵니다.”
“음... 그렇다면 유방의 아비를 죽이지 말고 본진으로 그냥 끌고 돌아갑시다.”
이리하여 태공은 항백의 덕택으로 팽살 일보 직전에서 생명을 보존할 수가 있었다.
- 제 144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