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102화

2021. 6. 14. 06:52초 한지


★ 19금(禁) 초한지(楚漢誌) - 102화

☞ 유방의 함양 재입성

함양(咸陽)은 진(秦)나라 시절의 도읍지(都邑地)로 관중(關中)의 요새(要塞)였다.
그러기에 ‘함양을 점유하는 자만이 천하를 호령할 수 있다’는 말이 옛날부터 전해 내려올 정도였다.

그러나 초패왕 항우는 오로지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아부(亞父) 범증의 간곡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도읍을 팽성으로 옮겨가고 말았다.

최고 통치자인 항우가 머나먼 팽성으로 떠나 버렸으니 함양의 방위태세가 소홀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함양은 국가의 안보상으로도 절대적인 요충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사마이(司馬移)와 여신(呂臣) 두 장수가 겨우 만 명의 군사로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비마가 달려오더니,

“한나라 군사들이 어느새 삼진을 평정하고, 이제는 함양으로 쳐들어올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사마이와 여신은 크게 놀라 그 사실을 팽성에 급히 알리며, 지원군을 시급히 보내주기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함양에서 팽성까지는 머나먼 2천여 리 길로 말을 아무리 빨리 달려도 가는 데만 보름이 걸린다.
그러기에 지원군이 빨리 달려와 주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던 어느 날 비마가 다시 달려오더니,

“한나라 10만 군사가 어느새 부풍(扶風)을 지나 30리 밖까지 진격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하고 알리는 것이니 사마이와 여신은 크게 당황하며 상의한다.

“우리가 만 명밖에 안 되는 병력으로 10만 대군과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누가 아니래! 더구나 한신은 출중한 전술로 삼진왕들을 차례로 격파해 버리지 않았던가!”
“그나 그뿐인가? 함양 백성들은 한왕이 온다는 말을 듣고, 저마다 한왕을 은근히 환영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네.”
“그러니까 우리들은 팽성에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수비만 해야 할 거야. 그러노라면, 범증 군사께서 무슨 비상 대책을 강구해 주시겠지.”
사마이와 여신은 그날부터 성문을 폐쇄하고, 오직 수비 태세만 갖추고 있었다.

한편, 한신은 함양성을 목전(目前)에 두고, 첩자들을 통하여 적정(敵情)을 소상하게 알아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함양성은 워낙 난공불락의 철옹성인 까닭에 순전히 무력으로만 공략하려다가는 우리 쪽의 희생자만 많이 낼 뿐 승리를 거두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함양을 공략하는데 있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차원의 전략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이렇게 판단한 한신은

“여마통 장군을 이리로 불러라.”
하고 명했다. 잠시 후 여마통이 부름을 받고 달려오자, 한신은 조용히 입을 열어 말한다.

“장군이 아니면 안 될 긴급한 일이 하나 생겼소.”
여마통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감격하였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모르오나, 소장이 꼭 필요한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 완수하겠사오니 원수께서는 명령만 내려주시옵소서.”
“고마운 말씀이오.”
“실상인즉, 소장은 귀순해 온 이후로 원수님의 각별한 총애를 받아 오면서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을 세우지 못하여 심히 괴롭게 여기던 중이었사옵니다. 그러니 소장에게 어떤 명령을 내려주시더라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책임을 다하겠사옵니다.”
한신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장군은 폐구성에 부임해 올 때, 항우의 이름으로 발행한 병부(兵符)를 받아 가지고 왔을 텐데, 그 병부를 아직도 가지고 있소?”
“이제는 필요치 않은 것이오나 아직까지 가지고 있기는 하옵니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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