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102 편
2024. 11. 29. 09:39ㆍ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102
제11장 흑선풍 이규
제42편 기령산의 죽음 42-2
“이 호랑이 새끼들!”
이규가 칼을 잡고 달려들어 한 마리를 죽이자 나머지 한 마리는 대들지 못하고 굴속으로 달아났다.
그는 쫓아가서 나머지 한 마리도 단칼에 찔러 죽였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어미 호랑이가 굴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놈의 짐승이 우리 어머니를 잡아먹었다.’
이규는 지키고 있다가 달려들어 칼을 박았고, 이어 또 한 마리가 나타나 잠깐 사이에 호랑이 네 마리를 잡아버렸다.
그는 다음 날 새벽에 새끼 호랑이가 먹다 남긴 어머니의 뼈를 모아 베적삼에 고이 싸들고 사주대성묘로 가서 묘 뒤에 땅을 파고 어머니를 묻은 다음 한바탕 목 놓아 울었다.
사냥꾼들이 활과 화살을 들고 나무 아래 앉아 있다가 이규가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간밤에 호랑이를 네 마리나 잡았다는 말을 듣고 놀라서 직접 산으로 올라가 확인한 후에 마을의 조태공(曹太公) 집으로 이규를 데리고 갔다.
조태공은 본래 별 볼일 없는 관리로 돈푼 좀 있다고 거만 떠는 인물이었다.
조태공은 사연을 듣고 친히 문 밖까지 나와서 이규를 초당에 모셨다.
그가 호랑이 잡은 이야기를 낱낱이 들려주자 모두들 입을 딱 벌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조태공이 물었다.
“도대체 장사 어른의 성함은 뉘시오?”
이규는 자기의 이름을 바로 댈 수가 없어서 적당히 둘러댔다.
“나는 성이 장(張)이고 이름은 없는데, 남들이 모두 장대담(張大澹)이라고 부릅니다.”
“정말 장대담이오?”
그들은 이규를 깍듯이 대접했다.
마을에서는 웬 장사가 기령에서 호랑이 네 마리를 혼자 때려잡았다는 소문에 온 마을이 떠들썩하여 남녀노소가 떼를 지어 구경하러 모여들었다.
그러나 일이 공교롭게 꼬이려는지 그 중에는 이규의 행세를 하던 가짜 이규의 계집이 끼어 있었다.
그녀는 그날 이규가 자기 남편을 죽이는 것을 보고 달아나 앞마을 친정에 와 있었다.
계집은 이규를 보더니 집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호랑이 잡은 장사라는 놈이 바로 제 남편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른 양산박 도둑놈 흑선풍 이규입니다.”
계집의 아버지는 그 길로 이장에게 가서 말했다.
이장은 곧 사람을 보내어 조태공을 은밀히 불러냈다.
“호랑이 잡은 장사가 사실은 백장촌에 사는 흑선풍 이규랍니다. 그놈은 3천 관 현상금이 걸려 있는 놈이오.”
“그렇다면 그놈에게 술을 진탕 먹여 취해 쓰러지거든 단단히 묶어 놓고, 즉시 관가에 알리도록 합시다.”
이규는 그것도 모르고 허리에서 전대와 보따리와 칼을 내려놓고, 조태공이 주는 고기와 술을 마음껏 마시고 취해 그 자리에 쓰러져 그대로 드르렁 드르렁 코른 골며 잠들었다.
조태공은 곧 장객들을 지휘하여 그를 후당 빈방으로 떠메고 가서 널빤지에 눕힌 다을 굵은 밧줄로 칭칭 묶어버렸다.
한편 이장은 그 사실을 관가에 보고하고, 가짜 이귀의 계집을 데려다가 문서를 꾸며 지현에 알렸다.
“흑선풍을 잡았다니 지금어디 있느냐?”
“결박해서 조태공의 집에 두었습니다.”
지현은 그 말을 듣고 즉시 도두를 불렀다.
도두는 얼굴이 크고 붉으며 눈썹은 검고 눈동자는 초록빛이었다.
그가 곧 기수현에서 푸른 눈을 가진 표범 청안호(靑眼虎)라고 불리는 호걸 이운(李雲)이었다.
“기령 기슭 조태호의 집에 지금 흑선풍 이규를 잡아서 묶어 놓았다니 네가 관군들을 데리고 가서 압송해 오너라. 그놈은 다른 죄인과 달라서 국가의 모반죄를 범한 놈이니 각별히 조심하도록 하라.”
이운은 태수의 명령을 받고 즉시 30 여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기령으로 향했다.
그무렵 주귀는 동장문(東莊門)밖 아우 집에 있다가 흑선풍이 잡혔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라 아우 주부와 의논했다.
“그 사람이 또 일을 저질러 관가에 잡혔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송공명께서 마음이 안 놓여 특별히 나를 보냈는데 이제는 산채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구나.”
“형님,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지금 조태공 집으로 간 이 도두는 내가 잘 아는 분이오. 그분은 내게 무예를 가르친 스승이오. 본래 무예가 높은 분이라 우리 몇 사람으로는 당할 도리가 없지만 머리를 쓰면 흑선풍을 빼 올 수가 있을 겁니다.”
“좋은 수가 있느냐?”
“형님은 나 하자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주귀의 동생은 아예 가족들을 데리고 형을 따라 양산박으로 갈 작정을 하고, 그날 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호젓한 산길로 가서 이운 일행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편 이운은 30 여 명의 관군들을 거느리고 조태공의 집으로 향했다.
밤은 이미 깊어 삼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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