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81 편

2024. 10. 29. 08:45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81

제9장 강주성의 불길

제35편 유배지의 송강 35-1

강주 부윤 채득장(蔡得章)은

당조태사(當朝太師)

채경의 아홉째 아들로 강주 사람들은

그를 채구(蔡九)라 불렀다.
강주는 식량과 인구가 많고 물량이

풍부한 지역이었다.

채구는 천성적으로 탐욕적이고

사치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채태사가 그 아들을 강주로 보낸 것은 그의

성격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부윤의 명령으로 강주성 밖

노성궁에 압송된 송강은

우선 여러 사람의 환심을 사두려고

간수에게는 은자

열 냥, 관리에게는 은자 스무 냥을

주었고, 관가의

사무원과 심지어는 사환과 군관에게도

모조리 은자를 집어주었다.

그 때문인지 관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송강에게 호의적이었다.
먼저 송강은 청상 앞에 끌려갔다.

“새로 유배온 송강은 듣거라. 선조태조

무덕황제(先朝太祖武德皇帝)의 말씀에 의하면

무릇 모든 신입 유배자는 먼저 매를 1백번

맞기로 되어 있느니라. 어서 형구를 갖추고 죄인은 쳐라.”
그러자 송강이 말했다.

“소인은 오는 길에 감기가 들어 아직

낫지 않았습니다. 보살펴주십시오.”
관리들은 이미 그에게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송강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말했다.

“안색이 노랗고 살이 빠진 걸 보니

몸에 병이 있는 징조구나. 살위봉은 잠시

맡아 두되 저자는 본래 현리 출신이니

초사방에 가두도록 하라.”
송강은 관영에게 깊이 사례하고, 거처인

초사방에 가서 우선 술과 고기를 사서 다른

죄수들을 대접하고, 간수와 감방장에게

술을 사주고 관영에게도 예물을 보냈다.

예부터 ‘세상인심은 냉정하고 따뜻한 것을

따지고, 사람의 체면은 높고 낮은

것을 따진다.’고 했다.
송강의 주머니에 금은과 돈이 떨어지지 않는

한 누구나 그를 미워할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 감방의 간수는 초사방에서 송강의

 

술대접을 받으며 말했다.

“송압사, 내가 그간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왜 형장에게는 인사치레를 안 하시는 거요.

압사가 여기 온 지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

일이 거북하지 않겠소?”
“상관없소. 형장 줄 돈이 있으면 당신이나 주겠소.”
간수가 그 말을 한 지 얼마 안 되어 형장이

송강을 불러들였다.

“네 이놈, 넌 누구를 믿고 상례전을 안 바치는 것이냐?”
상례전이란 새로 온 죄수가 형장에게 바치는 공공연한

뇌물을 말한다.
송강은 겁내는 빛도 없이 대꾸한다.

“상례전이란 본래 인정으로 주고받는 돈이 아니오?

내가 왜 형장에게 뇌물을 바쳐야 한단 말이오.”
그 말에 양쪽에 늘어선 형리들이 안절부절못했다.
이윽고 형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런 놈이 있나. 여봐라, 어서 저놈을

형틀에 올려 백대만 쳐라.”
그러나 모든 형리들이 송강에게 돈을 받았고,

술도 얻어 먹은 처지에 형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 질겁하고 달아나 명령을 수행할 관리가 없었다.
형장은 화가 치밀어 몸소 몽둥이를 들고 송강 앞으로 왔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그러는 거요?”
“이놈아, 내 앞에서는 기침만 해도 죄인 줄 모르느냐?”
“내가 상례전 안 바쳤다고 죽어야 한다면, 양산박의

오학구와 왕래하는 놈들은 어떻게 하겠소?”
형장은 그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몽둥이를 떨어뜨렸다.

“네가 오학구를 어떻게 아느냐?”
“나는 산동 운성현 사는 송강이란 사람이오.”
순간 형장은 깜짝 놀랐다.

“그럼 당신이 산동의 급시우 송공명?”
송강은 말없이 품속에서 오용의 편지를 내어주었다.

형장이 편지를 받아 읽고 그에게 정중히 절을 했다.
형장은 송강이 양산박에 들렀을 때, 군사 오학구가

그에게 추천한 강주양원압로절급 대원장 대종

(江州兩院押牢節級 戴院長 戴宗)이다.

이 대원장은 남다를 도술이 있었다.
그는 급한 문서를 전할 때 자기 양쪽 넓적다리에

갑마(甲馬) 두 개를 붙이고 가면 하루에 5백 리를

가고, 갑마 네 개를 붙이면 하루에 8백 리를 가는

축지법의 신통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신행태보 대종(

 

神行太保 戴宗)이라 불렀다.
송강과 대종 두 사람은 서로 인사를 나누자

뜻이 맞아 오래 전에 만난 친구 사이처럼 되었다.

- 82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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