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78 편

2024. 10. 24. 07:35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78

제8장 양산박으로 가는 길

제34편 심양강 34-1

세 사람은 마침내 게양진(揭陽鎭)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게양진은 인구가 많고 집들이 밀집해 있어서 번화한 곳이었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둘러서서 구경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송강은 사람들 틈을 헤집고 들어섰다.
한 교두가 창봉 솜씨를 보이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아 고약을 팔고 있었다.

“저는 먼 데서 온 사람입니다. 고약 봉지를 사십시오. 고약이 필요 없는 분은 은냥이나 동전을 보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나 구경꾼 중에 동전 한 닢 보태주는 사람이 없었다.
송강이 은자 다섯 냥을 쟁반 위에 얹어주었다.

“나는 죄를 짓고 귀양 가는 사람이라 닷 냥밖에 못 드리니 받으시오.”
교두가 그에게 절하고 쟁반에서 은자를 집어 들면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게양진 사람들, 먼 데서 찾아온 약장사에게 돈 한 푼 던져 주지 않는단 말이오. 참으로 너무하십니다.
이분은 이곳 어른도 아니고 나그네이니 이 닷 냥은 다른 분 쉰 냥보다 더 큰 돈입니다.”
그때 구경꾼 중에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사람들 틈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넌 어디서 굴러 들어온 말 뼈다귀냐? 저 약장사 놈은 무례한 놈이라 내가 피전 한 닢도 주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는데 닷 냥씩이나 주다니, 네놈이 나를 아주 우습게 보는구나.”
송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보시오. 내 돈 내가 주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송강이 한마디 하자 사내는 다짜고짜 주먹을 들어 송강의 면상을 내리쳤다.
순간 송강은 머리를 젖혀 주먹을 피했다.

본격적으로 싸움이 붙자 순간 약장수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사내의 허리를 움켜쥐고 배를 내질렀다.
그러자 그 사내가 보기 좋게 땅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어디 두고 보자.”
사내는 어디론지 달아나버렸다.
그제야 송강은 교두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저는 하남 낙양(洛陽) 사람 설영(설永)입니다. 조부께서 노충경락상공장전의 군관으로 계셨는데, 동료들의 미움을 받아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저희들은 이처럼 창봉이나 쓰며 약을 팔아 근근이 삽니다. 남들은 저를 병든 큰 벌레라고 부르지요.”
“나는 운성현 태생 송강이오.”
“그럼 바로 급시우 송공명이 아니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설영은 즉시 창봉과 약상자를 정리하고 송강과 두 호송인을 따라나섰다.
그들이 술집에 들어갔으나 술집에서는 그들에게 술도 고기도 안 팔겠다고 했다.

“왜 술을 안 파는 거요?”
“당신네들이 아까 거리에서 팬 사내가 게양진의 깡패 일당인데, 당신들에게 술을 팔면 장사 다 한 줄 알라고 했소. 내가 누구 명령인데 거역하겠소.”
송강은 설영과 헤어져 길을 가다가 다른 술집에 들렀으나 역시 그곳에서도 술을 팔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이 오 리쯤 걷다가 찾아간 곳은 숲속의 큰 장원이었다.

문을 두드리니 장객이 나왔다.
송강은 그에게 공손히 말했다.

“강주로 귀양 가는 죄인이오. 하룻밤 재워주시면 방세를 계산해 드리겠소.”
장객이 잠깐 기다리라 하고 들어가더니 다시 나와서 말했다.

“주인 태공 어른께서 들어오시랍니다.”

- 79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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