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80 편

2024. 10. 28. 08:52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80

제8장 양산박으로 가는 길

제34편 심양강 34-3

“사공님, 보따리 속에 있는 돈을 다 드리겠으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오.”
그러나 사공은 아무 말도 없이 선창에서 시퍼런 칼 한 자루를 들고 나왔다.

“이놈들아, 어서 말해라. 뭘 먹을 테냐? 훌훌 벗어놓고 물속으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칼 맛을 보든지.”
이제는 도리가 없었다.

세 사람이 죽어도 같이 죽자고 함께 얼싸안고 물속에 뛰어들려는 찰나 저쪽에서 삐꺽, 삐꺽 노 젓는 소리가 들려왔다.
송강이 급히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상류에서 빠른 배 한 척이 나는 듯 물살을 가르고 다가왔다.
한 사람은 손에 창을 들고 뱃머리에 서 있었고, 두 사람은 쌍으로 노를 젓고 있었다.
그들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거기서 혼자 돈벌이를 하느냐! 나도 있다.”
그러자 사공이 웃었다.

“나요. 형님!”
“누군가 했더니 아우님이네. 오늘 벌이는 괜찮은가?”
“형님 웃지 마슈. 목가네 형제에게 쫓기는 세 놈을 태웠소. 한 놈은 귀양 살러 가는 놈이고, 두 놈은 호송관인데 보따리가 제법 단단한 모양이오. 지금 막 요절을 내려던 참이었소.”
“아니, 귀양살이 가는 사람이라면 우리 송공명 형님이 아닌가?”
반대편 배에서 송강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송강 역시 그 음성이 귀에 익었다.
별빛 아래 자세히 보니 그는 바로 엊그제 게양령에서 의를 맺어 형제가 된 이준이었고, 노 젓는 사람은 동위와 동맹이었다.
그들은 곧 배를 타고 달려와 송강의 손을 잡았다.

“형님,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제가 조금만 늦게 왔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러자 장사공은 어리둥절하여 이준의 얼굴만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럼 이 어른이 바로 송공명이란 말이오?”
“이제야 알았나?”
뱃사공은 깜짝 놀라 넙죽 절을 했다.

“몰라 뵙고 한 일이지만 참말이지 큰일을 저지를 뻔했습니다.”
송강이 이준에게 물었다.

“이분은 뉘신가?”
“저와 의형제를 맺은 소고산(小孤山) 태생 장횡(張橫)입니다.”
그들은 두 배를 함께 강가에 대고 모두 뭍에 내리자, 장횡은 모래밭에 엎드려 다시 한 번 송강에게 절을 올렸다.

“형님, 부디 이놈의 죄를 용서하십시오.”
송강이 장횡을 자세히 보니 칠 척 키에 눈은 세모지고 누렇고 붉은 머리칼에 눈동자가 붉었다.

그가 바로 어떤 악조건에서도 고래처럼 배를 몰고 종횡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장횡이었다.
그들이 얼마쯤 걷자 송강을 쫓던 목가네가 나타났다.
송강이 멈칫거리자 이준이 말했다.

“염려 마십쇼. 저 놈들이 형님이 누구신 줄을 몰라서 그런 겁니다.”
그가 말을 마치고 휘파람을 휘익 불었다.

그러자 목가 네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들은 이준과 장횡을 칙사처럼 받들어 모셨다.
목가 형제는 어리둥절했다.

“두 분 형님, 이 사람은 어떻게 아시오?”
이준이 껄껄 웃었다.

“이분이 내가 늘 말하던 산동의 급시우 송압사 송공명이시다. 어서 절하고 사과드리게.”
그 말을 듣자, 목가 형제들은 칼을 던지고 땅에 엎드렸다.

“저희들 죄는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몰라 뵙고 한 일이니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송강이 그들을 붙들어 일으켰다.
이준이 대신 나서서 말한다.

“이 사람은 목홍(穆弘)이고, 이 사람은 목춘(穆春)입니다.”
게양진에는 세 패거리가 있는데 저와 이립이 일패, 목가 형제가 이패, 심양강변에 장횡, 장순이가 삼패입니다.

송강은 목홍을 보고 약장수 설영을 풀어주도록 요청했다.
일행이 집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오경이었다.

그들은 목태공을 청해 초당에서 날이 저물도록 술을 마셨다.
다음 날 송강이 떠나려 하자 목홍이 붙들고 놓지 않는다.

송강은 한 사흘 동안 게양의 경치를 두루 구경하고, 나흘째 되는 날 장횡이 자기 아우에게 보내는 편지를 받아 간직하고 목가장을 떠났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자 곧 강주였다.
그들은 강주 부내로 들어갔다.

- 81회에 계속 -


★ 수호지(水湖誌) -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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