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출장기행문 (22)

2022. 5. 24. 07:26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 아프리카 출장 기행문 (22)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식당 입구 문 옆에는 수도꼭지와 비누가 놓여 있었는데, 손을 씻고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재경부 장관이 나를 보고 먼저 씻으라고 권했다.

손을 씻고 식당에 들어가 무엇을 먹을까를 생각하기 전에 무슨 음식이 차려져 있는가가 궁금해서 식단이 차려져 있는 곳을 가보았다.
쌀밥, 닭고기 튀김, 생선 튀김 그리고 파스타 등의 음식이 진열되어 있었고, 후식으로 사과와 커피, 홍차가 마련되어 있었다.

식당의 요리사(주방장 겸)는 키와 덩치가 다소 작은 검은색 얼굴이었지만 하얀 이를 내보이며 연신 싱글벙글 웃음을 잃지 않고, 모든 음식이 맛있다면서 이것저것 권했다.

그는 조리방법까지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내륙지방에 웬 생선이 있을까 싶어서 주방장한테 물어보았더니 빅토리아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라고 했다.

그는 케냐 사람으로 영부인이 이곳을 찾는 특별한 손님(VIP) 접대를 위해 초빙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 뉴 수단의 나콰톰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며 항상 즐겁다고 했다.

어떻든 골고루 음식을 가져와 먹고 있는데, 요리사가 다가와 맥주를 마시겠냐고 물으며 권했다.
우리는 500cc 한 병씩을 마셨다.

먼저 영빈관에서도 보았지만 이곳의 음료수(콜라, 사이다, 환타 등)도 모두 500cc짜리로 다 마시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냥 병 채 마시거나 빨대로 빨아 마셨다.

배불리 먹고 밖으로 나오는 길에 나는 군인들이 시멘트 몰탈로 방금 쌓아 놓은 식당 앞의 정원 경계석 부분을 실수로 발로 밟아 무너뜨리고 말았다.

군인들이 부족한 자재를 가지고 열심히 쌓아 놓은 것을 무너뜨렸으니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어 영부인의 비서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식사를 마친 쿨 총리가 나한테 음식이 입에 맞느냐고 물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대답해 주었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우리 일행이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이곳에 선교사(?)로 나와 있는 서양 사람들 몇 명이 늦게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가 맥주를 마시기 위해 닭튀김 등을 모두 가져다 안주로 먹어버렸으니 그들이 먹을 몫이 없었다.
괜스레 그들의 몫까지 먹어버린 것만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무척 맑게 갠 데다 공해가 없는 청정지역이라 그런지 호흡하는 공기가 너무 상쾌하게 좋았다.
잠시 식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우리 일행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 앉았다.

이곳의 기온이 몇 도인 지는 모르겠으나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보다 훨씬 더 더웠다.
현재 이곳의 나콰톰(Nakwatorm)은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로부터 북쪽으로 이동한 지역 즉, 북위 약 5도 정도의 지역에 위치한 곳이다.

그리고 전 회에서도 기술한 바와 같이 백나일강과 청나일강을 근접하고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캄팔라보다 다소 습도가 높아서 이곳이 더 더운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햇볕을 직접 쪼이면 땀이 줄줄 흘렀으나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시원해서 견딜 만했다.
우리가 쉬고 있는 장소에서 10m 남짓 이격 된 장소에 군인들이 또 다른 집을 짓고 있었다.

줄자가 없어서 나무토막으로 자(尺) 대신 길이를 재면서 톱으로 자르는 모습 등이 우스꽝스러웠다.
한편,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군인이 있는가 하면 옆에서 총을 들고 앉아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 군인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총을 들고 구경하는 녀석은 보초근무 중이었고, 일하는 녀석은 막사를 짓는 사역병이었다.
일하는 모습이 사실 열심히라고 표현했지만 우리 한국인에 비하면 무척 게으른 편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앉아 담소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에 부러운 눈치였다.
내가 담배를 피울 줄 아느냐고 묻고 한 개비씩 주었더니 무척 좋아해서 아예 개봉한 담배를 갚째 주면서 동료들과 나누어 피우라고 주었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이 우리보다 늦게 식사를 마치고 나온 후 그들의 숙소 앞에서 팔뚝만 한 무선전화기를 들고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어디론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서양 사람들이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아닌가 싶어서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왔다는 엔지니어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CIA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면서 이곳에 미국의 CIA 정보원들이 선교사로 위장해 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른척한다고 했다.

이곳에는 실제 선교사도 와 있지만 그들 속에는 CIA 정보원들도 섞여 있다고 했다.
즉. CIA 정보원들도 공식적으로는 위장 선교사로 파견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미국의 세력이 이곳 오지에까지 뻗쳐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통화내용은 CIA 정보원들이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을 본국에 보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23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