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출장기행문 (21)

2022. 5. 23. 07:23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 아프리카 출장 기행문 (21)

우리가 유숙할 숙소에 대해 소상하게 낱낱이 밝힌 이유는 초청자가 우리에게 엄청난 신경을 써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실상 우리가 볼 때는 이들(뉴 수단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곳의 실정은 우리에게 이 정도의 대우를 위한 배려도 그들에겐 엄청나고 대단한 것이었다.
작업도구는 물론 자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환경 속에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나무와 갈대숲, 그리고 흙을 이용하여 숙소를 지어놓은 것에 시멘트 몰탈을 덧칠해 놓은 것이 전부였다.

비록 질은 매우 떨어졌지만 세면기, 변기, 샤워꼭지 등을 설치하고, 벽면을 시멘트 몰탈로 칠한 후 타일을 붙인 것, 그리고 방충망을 설치한 것 등은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불편함을 덜어주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

우리 대한민국의 실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삶이라는 그 무엇인가를 향한 미래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삶을 갈구하고 있었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펴보니 이러한 집들이 약 20채 정도 있었는데, 어김없이 하나 같이 큰 나무 밑에 지어져 있었고, 집 앞에는 잔디를 심어 정원을 만들어 놓았거나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잠시 후 우리는 숙소 건물과는 색다르게 지어지고, 좀 커 보이는 건물로 안내되어 내부로 들어갔다.
건물의 모양은 원형(Dome style)으로 지어졌고, 내부도 비교적 넓은 편이었으며, 천정도 꽤 높았다.

출입구 문 옆에는 뉴 수단이 독립 후 사용할 견본(Sample) 화폐가 붙어 있었다.
건물 내부는 전등을 켜지 않아 다소 어두웠지만 창문의 커튼을 젖히자 그런대로 밝아졌다.

실내는 들어오는 입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장자리 부분에 동그랗게 소파를 연결하여 붙여놓았고, 그 앞에 서류나 음료 등을 놓을 수 있는 탁자를 배치해 놓은 것으로 보아 회의장 소일 것이라고 짐작되었다.

코만도 쿨 총리를 비롯한 모든 일행이 이곳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내가 쿨 총리한테 맨 중앙에 앉으라고 하고, 우리 일행은 나머지 자리에 격식 없이 앉았다.

이곳 사람들의 의식은 우리처럼 격식을 그다지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앞에서도 밝힌 바 있다.
총리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 장소는 외부에서 VIP 손님이 오면 접대하는 장소 즉, 영빈관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여기까지 오게 된 우리에게 매우 감사하다는 쿨 총리의 인사와 함께 이곳의 여러 가지 실정 등을 말해주었다.

그 내용은 식사 후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은 바가 있으므로 후에 밝히고자 한다.
아주 유난히도 새까맣게 검은 피부를 가진 남자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총리에게 자기네 나라 토속어로 뭐라고 보고하는 듯했다.
쿨 총리는 잠시 후 대통령 영부인이 우리를 환영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고 말해주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영부인이라고 하는 여자가 들어왔다.
키가 나보다도 한 10Cm나 더 커 보이는 아주 건장한 여인으로 덩치가 매우 우람했고, 엉덩이는 오리처럼 뒤로 툭 튀어나온 체구였다.

그녀는 우리를 처음 대하는 First lady 답지 않게 슬리퍼를 신고 들어왔다.
우리는 당연히 총리가 앉아 있는 자리를 양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역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영부인이 앉을 별도의 의자가 없자 군인이 밖에서 의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군인이 의자를 전해주자 역시 영부인도 아무런 격식 없이 출입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는 우리 일행과 인사 소개를 주고받은 후 먼저 우리 일행이 열악하고 누추한 이곳을 방문해 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환영한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이곳 실정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곳의 식자층(識者層, 지식인)은 영어를 매우 잘 구사했다.

나는 듣고 말할 수 있는 영어실력이 능통하지 못하지만 반은 알아듣고, 반은 흘려버리면서도 그럭저럭 의사소통에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일 뿐이다.

영부인이 우리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이곳에 온 한국인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자신은 뉴 수단의 대통령 부인으로 이곳 마을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북부 수단과의 전쟁에서 부상당한 상이용사와 전쟁미망인 그리고 전쟁고아들이다.
특히 현재 이곳에 수용되어 있는 고아 수는 약 250 여 명에 달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생계를 유지시켜주어야 할 책무가 국가에 있고, 자신은 영부인으로서 그 일을 담당하고 있다.
뉴 수단은 너무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고, 자신들은 너무도 가난하다.

북부 수단과 19년 동안 전쟁을 치러왔고, 지금도 대치 상태에 있다.
하지만 뉴 수단은 개발가치가 있는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인 바, 이를 여러분(한국인)이 개발하여 우리나라(뉴 수단)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여러분들이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불편한 점이 많겠지만 편히 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간혹 북부 수단에서 야간에 비행기로 이곳 지역을 폭격하고 돌아간다.

그러나 이곳의 집들은 모두 나무 밑에 지어져 있으므로 적들이 폭격 위치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혹시 밤에 폭격 소리가 들리더라도 놀라지 마라.
그렇지만 나는 영부인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여행자 보험도 깜빡 잊고 미 가입 상태로 이곳까지 온 데다 뉴 수단 체류는 일단 대외적으로나 공식적으로 볼 때 불법입국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순간 만약 이곳에서 죽게 된다면 한 마디로 개죽음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그녀는 보다 정확한 이곳의 실정에 대해서는 점심식사 후 자신의 비서와 함께 직접 눈으로 확인해주기 바란다고 말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 22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