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19)

2022. 5. 21. 06:47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 아프리카 출장 기행문 (19)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본 대지의 평원 위에 간혹 사람이 사는 듯한 집들이 보였다.
아주 작은 모습의 돔(Dome) 형태이거나 우리나라의 옛날 시골 원두막 같이 생겼다.

그리고 동물들이 사육되는 우리(축사) 같은 것이 따로 있었다.
한참을 비행하다 보니 꽤 넓고 긴 강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 강은 빅토리아 호수로 이어지는 나일강 상류라고 했다.

나일강은 백나일강(White Nile River)과 청나일강(Blue Nile River)으로 구분하여 칭한다고 하는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지금 비행하고 있는 상공에서 내려다보이는 나일강 상류는 백나일강이라고 했다.
나일강은 이곳 우간다와 수단에 걸쳐 아프리카 대륙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거대한 강이다.

나일강 주변의 평원은 고원지대로 형성된 노년기 지형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비행기에서 지상을 내려다본 육지는 온통 초원지대의 녹음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얼마쯤 비행했을까, 온통 새까맣게 물들어 있는 산야(山野)가 시야에 들어왔다.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보이지 않아서 나는 혹시 사철광 또는 자철광 제대로 뒤덮인 지역이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 정도였다.

바보스러운 생각이지만 나는 만약 이곳이 모두 자철광이라면 개발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겠구나 하고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인공적으로 불을 질러 수목을 모두 태워 땅을 기름지게 하고 새로운 싹이 돋아나도록 하기 위한 곳이라고 코만도 쿨 총리가 말해주었다.

지금까지 비행 중 고원지대의 평원이 펼쳐진 곳만을 보았는데, 이번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산악지대가 나타났다.
아마도 이름은 알 수 없으나 분명히 이름이 붙여진 무슨 산맥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산악지대를 뒤로 하고 얼마쯤 지나자 비행기는 왼쪽으로 선회하더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행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기장은 곧 우리 비행기가 착륙할 것이라고 방송으로 알려주었다.
허허벌판 위에 수목만 우거져 있는데, 어디에 착륙한다는 말인가?

공중을 한 바퀴 돈 비행기 앞에 나무 숲 사이로 길게 뻗친 황토 흙바닥이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우리 비행기가 착륙할 비상 활주로로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평활한 흙바닥이었다.
과거 우리나라의 여의도 백사장의 비행장을 상상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비포장 흙바닥 활주로에 먼지를 일으키면서 우리를 태운 쌍발 비행기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는 분명히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출발했다.

지금은 우간다가 아닌 전혀 다른 나라인 뉴 수단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럼 어디에서 입국 수속을 한단 말인가?

그 실마리는 곧 풀렸다.
이곳의 실상은 이러했기 때문이다.

첫 회에서도 밝혔다시피 수단은 현재까지 대외적으로는 한 개의 국가와 한 개의 정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19년 동안 남북 수단이 내전을 치르면서 대치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남부 수단(뉴 수단)은 북부 수단(수단)으로부터 독립된 자치 정부를 가지고 있으며, 인접 국가들도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엔테베 공항에서 우리 비행기(Eagle Air)가 착륙할 목적지는 이곳 남부 수단의 나콰톰(Nakwatom)이라는 것을 알고 이륙시켰던 것이다
즉, 엄밀히 공식적으로 말하면, 뉴 수단 아니 외교적으로 볼 때는 수단에 불법 입국을 한 셈이다.

오전 10시 15분에 엔테베 공항을 출발한 지 약 2시간이 채 안 된 낮 12시 07분(비행시간 약 1시간 35분) 경 우리는 수단(뉴 수단 지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짐을 챙기고 있을 때 언제 왔는지 벌써 무장군인 10 여 명과 두 대의 국방색 지프차, 그리고 자주색 웨곤 지프차 한 대가 도착해 있었다.

두 대의 국방색 지프차 중 한 대는 정면을 향해 미제 M60 중기관총이 장착되어 있었고, 또 다른 한 대는 웨곤 지프차로 승합차와 비슷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들 모든 차량은 일제 중고차들로 매우 고물차였지만, 국방색 차량은 대통령 영부인의 경호용 차량이었다.

그리고 자주색 차량은 이곳을 찾는 손님(귀빈)을 실어 나르는 접대용 치량이었다.
바로 이 차량에 짐과 우리 일행을 태우고 어디론가 쏜살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앞 차량은 경호 차량으로 기관총을 장착한 차였는데, 뒤 짐칸 양쪽 가장자리에 각각

개인 소총으로 무장한 병사 4명씩 8명이 밖으로 발을 내놓고 걸터앉아 사방을 주시하면서 달렸다.

내가 탄 차량은 자주색 내빈 접대용 승합 지프차였다.
그리고 우리 뒤를 따라오는 차량도 역시 경호용으로 국방색 승합 지프차였다.

운전은 모두 군인들이 했다.
갑자기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살벌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 20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