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334

2022. 5. 2. 19:26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34)

말년의 유비 (상)

 
육손이 석진(石陳)을 빠져 나오기가 무섭게 전군을 이끌고 본진으로 돌아가려 하자, 다른 장수들이 불만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대도독이 제갈양의 팔진(八陳)에 혼이 났다고 해서 천신만고로 얻은 승리마저 버리고 쫒겨가는 이유가 뭡니까 ?"

말할 것도 없이 그 질문에는 육손을 비웃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육손은 어디까지나 진실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진정한 위험은 뒤에 있소. 우리가 유비와의 결전에 집중할 때 조비가 강동을 기습하게 되면 우리는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오. 허니 이제는 돌아가 우리의 후방을 방비해야만 하오."

"아 아 ! ..."

"그렇군요 !"

장수들은 그제서야 육손의 뜻을 알아차리고 감탄하였다.

육손이 본진으로 귀환하자 손권이 제갈근을 대동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제갈근이 주변 정세에 대한 보고를 하였다.

"대도독께서 유비를 공격할 때 조비도 움직이기 시작 했습니다. 조인에게 병사 십만을 주어 유수(濡須)로 보내었고, 조휴(曺休)를 좌장군으로 삼아 병사 오만과 함께 동구(洞口)로 보냈습니다. 또, 조진(曺眞)을 우장군 삼아 병사 오만을 내주면서 남군(南郡)으로 보냈습니다. 모두 이십만 대군입니다."

육손이 그 말을 듣고,

"주공께서는 이미 예상하셨을 터인데, 이들의 움직임에 어떤 대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하고, 주군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손권이 자신감에 넘치는 어조로 말한다.

"조비는 우리가 대비하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거침없이 나오는 것이네, 그가 모르게 조용히 움직여, 여범에게 삼만을 내주어 조휴를 막게 했고, 조항에게도 삼만을 주어 조진을 막으라 했소. 조항이 주변의 지형을 낱낱히 파악해 병사들과 매복하며 기다린 끝에 위의 선봉장을 죽였소. "

"그렇군요, 조항과 여범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지요. 그건 그렇고, 조인은 누가 맡았습니까 ?"

육손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한 끝에 반문한다.

"흠 ?"

"흠 !"

"하하하하 !"

육손의 질문을 받은 손권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제갈근도 웃는 바람에 육손은 그 웃음의 의미를 알지 못하여 고개를 갸웃둥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제갈근이 육손을 향하여 입을 열었다.

"다름 아닌, 대도독께서 맡으셨습니다."

"엉 ?..."

육손이 어리둥정한 눈으로 제갈근을 바라보자, 그의 입에서 바로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

"주공께서 형양 각지에 대도독의 깃발을 꼿고 수비에 집중하라 하셨지요. 조인이 대도독의 깃발들을 보고, 대도독께서 돌아오신 것으로 알게 했던 겁니다. 이제 곧 조휴와 조진의 패전 소식도 전해질 것이니 며칠 내로 조인은 싸우지 않고 그냥 물러날 것입니다."

"참으로 영명하신 주공의 조치이십니다. 탄복이 절로 나옵니다."

육손이 손권을 향하여 말하였다. 그러자 손권은 기분이 좋은 표정으로 말한다.

"자,자 ! 같이 한 잔 합시다."

손권이 술잔을 들자 육손도 제갈근도 각기 술잔을 들어 보였다.

이렇게 술 한잔을 각기 마신 뒤에 손권이 입을 열었다.

"이릉 대전에서 우리 동오는 대승을 거두었고 유비의 촉은 대패하여 위,촉,오의 커다란 변화가 생기게 되었소. 그대들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 "

육손이 대답한다.

"이릉 대전에서 촉군은 칠십만 대군이 전멸하다시피 하여 회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도 이기기는 했으나 , 십만이 되는 병사를 잃었으니 손실이 적지 않지요. "

"음 ! 더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이번 전쟁을 치르는데 모든 것을 소진했으나 조비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며 군대를 양성하며 군비를 보충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공,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 위, 촉의 현재의 상황은 위가 강하고, 오와 촉은 둘 다 약한 형국입니다. "

"그렇다면 다시 묻겠소. 우리가 어찌하면 좋을 것 같소 ?"

"손유 동맹을 다시 맺으시려구요 ?"

"흠 !...자유 ? 당장 백제성으로 가서 우리 손에 들어온 촉의 병사들과 전함, 거마 등, 모두 유비에게 돌려 주시오."

" 아, 영명하십니다 ! 명을 받들겠습니다."

...

한편, 백제성으로 피신한 유비는 육순이 넘은 몸으로 오랜 전쟁으로 인한 출정 피로도가 가중(加重)된 데다가 자신이 세운 전략(戰略)으로 막대한 피해를 당한 패배의식으로 울화병까지 생겨 자리를 보전하고 드러누웠다. 여러날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하고 있으니, 걱정하던 조운이 다가와 말한다.

"폐하, 죽이라도 좀 드십시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마량이 뒤이어 울면서 아뢴다.

"폐하 !.. 부디 대업을 생각하시어 옥체를 보존하시옵소서 ! 으 흐흐흑..."

유비가 마량의 음성을 듣고 눈을 떠 그를 보며 거친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마량 ?... 그간 전쟁터에서 성도로..동분서주 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네...가서 좀 쉬게나.엉 ?.."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마량이 눈물을 흘리며 물러간다.

유비가 자룡을 보며 자신감이 없는 어조로 말한다.

"자룡 ! 솔직히 말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네, 아무래도 이젠 가망이 없을 것 같아."

"폐하,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아니되옵니다. 아시겠습니까 !"

조운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문 쪽으로 눈을 돌리며 묻는다.

"공명은 아직 오지 않았는가 ?"

"사람을 보내 폐하의 명을 보냈으니, 수 일내로 승상과 세자께서 오실겁니다."

"자룡 ! ... 왜 이렇게 늦는거야.. 자네가 좀 다녀오게. 가능한 빨리, 어서 데리고 와."

유비는 병석에 누워서도 안타까움이 극에 달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허나, 폐하께서 죽이라도 잡숟는 것을 보고 떠나겠습니다."

"음 !... 자네가 떠나는 것을 보아야 입맛이 돌아올 것 같아."

유비가 이렇게까지 대답하니 자룡으로서도 떠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폐하, 지금 곧 떠날 것이니 반드시 죽을 드셔야 합니다."

하고 신신당부를 하니, 유비는

 

"그래, 어서 다녀와."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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