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31)

2022. 4. 28. 17:26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31)

긴박하게 돌아가는 위,촉,오 (魏, 蜀, 吳)의 계산(計算)

 
육손은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며 친히 호위 병사를 대동하고 전 전선에 걸쳐 적정(敵情)을 살핀후, 즉시 장수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이리하여 육손은 급히 소집된 장수들을 향하여 자신감이 넘치는 말을 한다.

"지난 두 달간 장군들에게 말하기를 하늘에서 삼십만 대군이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러분들은 믿지 않았소. 이제 말하는데, 우리를 도울 삼십만 대군이 지금 당도했소 !"

"어,엇 ?"

"으,응 ?"

장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영문을 몰라하였다. 그러면서 주변을 살펴보는데 삼십만은 커녕 보이는 군사라곤 군영을 오가는 아군 병사들 뿐이 아니런가 ?

그리하여 누군가 두리번 거리며 물었다.

"대도독, 대군이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

그 말을 듣고 육손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힘주어 말한다.

"두리번 거릴 것없소. 내가 말한 삼십만 대군이란, 바로 지금의 혹서와 역병, 장기요 ! (장기:남방 지역 숲속에서 발생하는 온열병) 무더위가 오자, 촉군은 군영을 숲속으로 옮기고 병사들은 열 명중 세 명은 병으로 쓰러지고, 나머지도 사기가 저하되었다는 정보가 들어왔소. 촉군의 상황이 이러하니, 이게 하늘이 내린 우리를 도울 삼십만 대군이 아니고 뭐겠소 ?"

"아 !... 과연 !"

"그렇군요 !"

"아니, 이럴 수가 ? ..."

육손의 자신감 어린 소리에 궁금증을 자아내던 장수들이 일시에 탄성을 지른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칠십 만 대군이 졸지에 칠십 만 환자로 바꼈군요 !"

하고, 말하니,

"하하하하 !..."

그 말에 장수들은 일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장수들의 웃음이 그치기 기다린 육손이 잠시후 눈 앞의 숲을 가리키며 말한다.

"장군들은 보시오. 지금 저 앞의 숲속이 무슨 마른 장작더미 같이 보이질 않소 ? 작은 불씨 하나면, 유비와 그의 칠십 만 병사는 저 안에서 잿더미가 될 것이오."

"대도독, 화공을 쓴다는 겁니까 ?"

주태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렇소 ! 과거 주유의 적벽 불씨는 조조군을 모조리 불태웠지만 오늘의 불씨는 적벽의 불씨보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맹렬히 타올라 유비와 그의 칠십 만 대군을 잿더미로 만들거요 !"

...

유비의 허락으로 공명을 찾아온 마량은 촉군과 오군의 대치 국면의 진지 도본(陳地 圖本)을 내보이며 말했다.

"폐하께서 거느리신 칠십오만의 대군은 지금 강을 끼고 칠백여 리에 걸쳐 적과 대치중입니다. 폐하께서는 이 도본을 승상께 보내시면서 다른 의견이 계시거든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공명은 진지 도본을 받아 보더니 대뜸 안색이 변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왜 그러십니까 ?"

"도대체 누가 폐하께 이런 진지를 펴라고 말했는가 ? 그 놈은 역적 정도가 아니라 화근 덩어리이니, 당장 참해야 한다 !"

마량이 공명의 노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대답한다.

"저, 승상 ! 진영의 이동은 모두 폐하께서 직접 결정하신 것이며 누구의 음모도 아닙니다."

공명은 그 소리를 듣고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쉬며 탄식한다.

"아아 ! 한조(漢祖)의 운수는 이로써 끝나는구나 !"
"도대체 어찌 된 일인데 탄식을 하십니까 ?"

"촉군은 이제 완전 패망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네, 진지를 숲속에 구축했으니 적이 불로써 공격해 오면 그를 어떻게 막아내며, 군사 또한 칠백여 리에 걸쳐 포진해 놓았으니 적의 집중공격을 어떻게 방비하며, 강을 끼고 지나치게 전진했으니 만일 패했를 땐, 무슨 수로 물을 거슬러 퇴각하겠나 ? 이런 진지를 펼쳐서는 백전 백패이니, 아아 슬프도다 !.. 그대는 지금 곧 급히 돌아가서 나의 의견을 황상께 전하라. 먼 길에 고생한 줄은 알고 있으나, 일각을 지체하지 말고 지금 곧 떠나야 할 것이네 !"

"그동안 동오에 패한다면 어찌합니까 ?"

마량이 공명의 말을 듣고 보니 하나도 틀린 말이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전선으로 돌아 가려는 심정은 변함없으나, 그 길이 장장 천 리 길인지라, 위급함을 알리려 하여도 시일이 걸리는 지라 이렇게 물었다.

"손권과 육손은 조비가 배후를 칠까 염려되어 끝까지 추격해 오지는 않을 것이니, 만약 그대가 도착했을 때 황상께서 변을 당하시게 되는 경우라면 백제성(白帝城)으로 피신토록 하라. 내가 그런 경우에 대비해 예전에 백제성 어복포(魚腹浦)에 진지(陳地)를 미리 구축해 놓았으니, 만약 육손이 거기까지 추격해 온다면 육손 스스로가 생포당할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네."

"소제가 그동안 어복포에 여러 차례 갔사온데, 진지를 구축하는 병사는 한 명도 못 보았습니다. 헌데 어찌된 연유로 그곳을 지나 피신하라 하십니까 ?"

"장차 두고 보면 알 일이니, 더 이상 묻지말고 황상께 드릴 편지를 가지고 빨리 떠나도록 하라."

마량은 승상 공명의 크나 큰 염려의 말을 듣고 더 이상 묻지 아니하고 바로 길을 떠났다.

공명은 마량을 돌려보내고 즉시 조운을 불러들이는 동시에 군마의 조달을 준비 시키고 지원군과 전략물자의 차출을 지시하였다. 한시라도 지체하면 촉은 파멸을 면키 어렵겠다는 위기감이 그를 업습했기 때문이다.

...

동오를 정벌중인 유비의 촉군이 무더위를 피해 군영을 숲속으로 옮기고 오군과 대치하고 있다는 소식은 위(魏)의 사마의에게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사마의가 조비를 알현하였다.

"아뢰옵니다. 오촉(吳蜀)간 효정 전선에서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원정간 촉군이 더위를 피해 산속에 들어가 진을 쳤다 하는데, 칠백여 리에 걸친 사십개 진영이라 합니다."

"음 !..그런데 그게 어때서 ?"

"패전의 조짐입니다."

"응 ?"

조비는 자세를 바로 고치며 사마의에게,

'말해 보시오. 어째서요 ?"

하고, 대답을 재촉하였다. 그러자 사마의가 말한다.

"유비가 틀림없이 패망할 조짐입니다."

"왜지 ?"

"첫째, 습지에 주둔하는 것은 병법에서 금기(禁忌)입니다. 둘째, 칠백여 리에서 어찌 대항할 것입니까 ? 셋째, 수목이 잘 타는 혹서기이다 보니, 육손이 화공을 쓰면 유비는 괴멸 될 것입니다."

"아 !... 중달 ? 지난번에 유비가 원정을 나섰을 때, 단언했었지 ? 육손은 말입니다. 유비의 적수가 되지 못하니, 분명 촉군은 필승, 오군은 필패라고..."

조비의 이러한 반문을 받자 사마의가 그의 앞에 무릅을 꿇어 보인다.

"폐하, 신의 오판입니다. 신은 유비가 총 공세로 나서 막강하다고 보았으나, 뜻밖에도 육손에게 그런 음모와 지략이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육손이 몇 달 동안 연전연패 하며 수비에 치중한 것이 알고보니, 교병지계(驕兵之計)였고, 그 목적은 유비군이 지치기를 기다렸가, 치명타를 날리려는 거였지요. 신의 판단 착오로 우(憂)를 범했으니 벌하여 주십시오."

"음 ! 됐소. 됐어 ! 그대만 오판한 것이 아니라 짐이 판단할 때도 유비의 필승이었소. 음 !... 현 정황에 의하면 오군이 촉군을 대파하고 나서 어찌 나올 것 같소 ?"

"신이 볼 때는 육손이 유비를 격파하면 그 여세를 몰아 성도로 진격하겠지요..."

"음 ! 그렇지, 손권이 오매불망 천촉을 탐냈으니 말야.."

"폐하께 청컨데 이십만 대군을 내주시면 육손이 서진(西進)을 한 후에 그들의 퇴로를 끊고, 형양(荊陽)을 취하겠습니다. 패하면 처벌하십시오."

"이 보시오 중달 ? 친히 오를 정벌한다구 ?'

"신의 평생 소원이 바로, 폐하를 위해 전공을 세우는 겁니다."

"허허허 !.. 이보시오 선생 ? 짐은 믿소, 그대가 친히 출정에 나선다면 틀림없이 대승을 거두겠지 ! "

"망극하옵니다 !"

"허나, 그대를 보낼 수가 없소. 그저 짐의 곁에 남아 책략이나 내 주시오. 위험한 전쟁터에 나설 생각일랑 하지 말고 ! ...군을 끌고 출정하는 일은 그냥 장수들에게나 맡깁시다. 응 ? "

"무슨 말씀이신지요 ?"

"짐은 조인(曺仁)을 대장군 삼아 십만 군사로 유수(濡須)로, 조휴(曺休)를 좌장군 삼아,오만 군으로 동구(洞口)로, 조진(曺眞)을 우장군 삼아, 오만군으로 남군(南郡)으로 나가되, 모두 다 비밀리에 나가 때를 기다리고 있으라 이르시오. 그래서 육손이 유비를 격파하고 서천으로 나가거든 일제히 동오의 본거지를 공략토록 하라 말하시오."

"영명하십니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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