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41
2021. 4. 14. 07:44ㆍ초 한지
★ 19금(禁) 초한지(楚漢誌) - 41화
☞ 혼란한 정국, 말세의 시작
※ 2019년 12월 31일, 저녁 뉴스시간에 눈길이 가는 소식이 있었다. 그것은 중국 시안(西安)에 있는 아직 발굴하지 않은 진시황(秦始皇)의 병마용갱(兵馬俑坑)에서 진시황 때의 유물이 또다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환관 조고가 승상 이사를 이용하여 태자 부소와 장군 몽염을 죽여버리니 이제 그는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조고는 이사에게 지시하듯 말했다.
“이제는 우리를 방해할 자가 아무도 없으니, 황제의 유해를 온량거로 모시고 함양으로 돌아갑시다. 함양에 도착하여 상(喪)을 발표하고, 호해 공자를 이세황제(二世皇帝)로 즉위(卽位)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함양에 도착할 때까지는 황제가 살아계시는 것처럼 아침, 저녁의 수랏상도 반드시 진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사는 조고의 고압적인 태도가 몹시 아니꼬웠다. 그러나 이제는 좋든 싫든 간에 운명을 같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하여 일행은 함양을 향하여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시신을 실은 온량거 안에는 조고 이외에는 아무도 출입을 못하게 하였다.
게다가 황제의 수랏상을 생존했을 때와 똑같이 아침, 저녁으로 꼬박 진상했으므로 시황제가 죽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였다. 죽은 시황제의 시신(屍身)이 썩어가는 냄새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찌는 듯 한 무더위가 계속되어 시체 썩는 냄새는 코를 찌를 지경이었다.
“아니, 어디서 이런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야?”
“누가 아니래. 며칠 전부터 고약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악취가 코를 찌르네!”
시종과 호위병 사이에 이런 소문이 퍼져나가자, 조고는 냄새의 구실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소금에 절인 생선 십여 대의 수레를 황제의 온량거 앞뒤로 따라오게 하면서,
“황제께서 소금에 절인 생선을 준비하라 명령하시어 부득이 냄새나는 생선을 가지고 가는 길이니, 모든 신하들은 냄새가 다소 고약하더라도 폐하께 대한 충성심으로 참아 주기 바란다.”
하는 특별한 지시까지 내리게 되었다.
이리하여 20여 일 만에 함양에 돌아오자마자, 황제의 상을 공포하고 호해를 후계자로 옹립하니, 그가 바로 대진제국의 이세황제였다.
시황제의 명에 의하여 방사(方士) 노생(盧生)이 해동국 조선(朝鮮) 땅으로 영생한다는 불로초를 찾아 떠난 서불(徐市)을 찾을 수 없어 잠적한 태악산(太岳山)에서 만난 노인으로부터 받은 ‘천록비결(天錄秘結)’이라는 책이 가리키는 예언인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의 뜻을 시황제는 ‘북방 오랑캐’로 잘못 해석하여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고 만리장성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일에 알고 보니 정작 진나라를 망친 사람은 북방 오랑캐가 아니고 시황제의 둘째 아들 호해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진나라를 망친 자, 호해가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의 술수로 이세 황제로 등극하게 된 것이었다.
조고는 호해를 등극시킨 바로 그날 밤에도 ‘경축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호해에게 미녀들을 안겨 준다. 이렇게 호해를 미녀들의 품 안에서 놀아나게 해 놓고, 황제의 권력을 제 뜻대로 휘두르려는 계획이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라.
호해는 본래 좀 모자라는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계집만은 지 애비를 닮아 둘째가라면 섭할 정도로 좋아하였다.
그는 등극을 하고 나자 조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인생을 즐기고 있을 것이니, 모든 국사는 그대가 알아서 처리하시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면 모든 국사는 폐하의 황명으로 소인이 전담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진나라의 황제가 누구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 되어버렸다.
새 황제가 등극하면 나라에는 할 일이 많은 법이다. 승상과 대부, 재상도 새로 임명해야 하고, 시황제의 국장(國葬)도 속히 치러야 할 형편이었다.
조고는 이사에게 은밀히 말했다.
“황제께서는 민심을 일신하기 위해 승상을 비롯한 모든 대부와 재상들을 깨끗이 갈아 버리라는 분부가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소인이 극력 반대하여 승상만은 계속 유임하게 되셨으니 승상은 그런 줄 아시고, 오늘부터는 새 황제를 위해 배전(倍前)의 충성을 다해 주시옵소서.”
조고가 이런 식으로 나오니 자존심이 강한 승상 이사도 조고 앞에서는 머리를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나를 위해 그처럼 애써주셨다니 고맙기 그지없소이다. 이 기회에 귀공도 큼직한 벼슬자리 하나쯤 얻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귀공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어차피 두 사람이 공동운명체가 된 이상 피차간에 사이가 좋아야 할 것 같아서 이사는 조고의 환심을 사고자 엉뚱한 제안을 해 보았다.
불알이 없는 환관에게 벼슬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사는 그러한 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면서, 조고의 비위를 맞추려고 일부러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이다.
조고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흥! 네가 이제야 나를 알아본 모양이구나.’
그러나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황제 폐하께서는 소인에게도 특별한 은총을 내려 주셨습니다.”
“특별한 은총이라니요? 어떤 은총을?”
“황제 폐하께서는 소인에게 황공하옵게도 낭중령(郞中令)이라는 특별한 직함을 내려 주셨습니다.”
“낭중령? 우리 직제(職制)에 없는 벼슬자리가 아니오?”
“황제 폐하의 황명이면 그만이지, 직제 같은 것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조고가 약간 나무라는 듯 한 기색을 보이자, 이사는 당황하여 손을 흔들며 말했다.
“벼슬자리를 얻으셨다니 어쨌든 축하합니다. 낭중령의 직책은 어떤 것이던가요?”
“폐하의 말씀에 의하면, ‘낭중령’은 폐하를 대신하여 무슨 일에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직책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사는 그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조고에게 머리가 수그러졌다.
시황제의 장례는 그가 죽은 지 두 달여가 지난 9월에 치러졌다. 그의 시신은 그가 생전에 마련해 두었던 여산묘릉(驪山墓陵)에 매장되었는데, 장례식에 동원된 인원은 무려 30만 명에 달했다.
그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무덤에는 수많은 진귀한 보물들도 함께 매장하였고, 아방궁에 살고 있던 3천 궁녀들 중에서 아기가 없는 궁녀들은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순장(殉葬)시켰다.
‘천하에 둘도 없이 사후(死後)에 지옥에 떨어질 놈. 이미 떨어져 뜨거운 지옥 불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겠지만...’
명색이 궁녀였을 뿐이지 시황제와 단 한 번도 살을 섞어 보지 못한 궁녀들이 2천 명이 넘었지만, 그들은 단지 궁녀였다는 이유 하나로 무참하게 산채로 생매장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게 진시황이라는 전대미문의 전제 군주는 살아서는 죄 없는 백성들을 수백만 명씩 학살하더니, 죽은 뒤에도 수천 명의 여인들을 생매장으로 끌고 들어갔으니 진시황 이 자야말로 인류 역사에 전무후무할 악마(惡魔)라 할 것이다.
진시황이 죽고 나자,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불평들이 전국 각지에서 머리를 들기 시작하였다.
시황제가 살아 있을 때에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 이미 대택향(大澤鄕)에서 반기를 들고 일어났었다.
그런데다 정작 시황제가 죽었다는 소문이 널리 알려지게 되자, 전국에 숨죽여 있던 지사와 의사들이 빼앗겼던 조국을 되찾으려고 우후죽순처럼 들고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그 옛날 오(吳)나라를 본거지로 삼고 무력 봉기한 항량(項梁), 항우(項羽)가 있었고, 패현(沛縣)을 근거지로 삼고 무력 봉기한 유방(劉邦) 등이 있었다.
이같이 세상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권력 장악에만 급급한 조고와 이사의 눈에는 이런 것이 보일 턱이 없었다.
낭중령 조고가 승상 이사에게 물었다.
“태자 대신에 호해 공자가 등극했다고 하여 세상에서는 뒷공론이 몹시 분분한 모양입니다, 불안한 정국을 어떻게 하면 속히 안정시킬 수 있겠소이까?”
이사에 대한 조고의 말투가 어느덧 달라져 황제가 신하에게 내리는 어투로 변해있었다.
이사는 속으로,
‘어디 두고 보자. 네가 언젠가는 나의 손에 나가떨어질 날이 있을 것이다.’
라며 입술을 깨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충성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정국이 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불안한 정국을 속히 안정시키려면, 현 정권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불평객들을 철저하게 숙청해 버려야 할 것이오.”
이사는 옛날의 동료들을 그냥 살려두어서는 승상 행세를 하기가 거북할 것 같아서 그런 제안을 하였다. 조고는 이사에게 반문했다.
“불평을 가진 자들을 철저하게 숙청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불평객들이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입니까?”
“전조(前朝)에 고관 벼슬을 지낸 사람들 모두가 불평객들이지요. 그 사람들은 신제(新帝)에 한결같이 반감을 품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 어떤 역모를 일으킬지 모르니,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자들을 모조리 없애야 한다는 말씀이오.”
“승상의 생각에 저도 동감입니다.”
그리고 조고는 잠시 뜸을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어 말한다.
“지금 함양에는 몽씨(夢氏) 성(性)을 가진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들도 몽염 장군 관계로 현 정부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니 그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그들도 불평을 하는 자들이므로 후환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응당 죽여 없애야 할 것이오.”
조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골치 아픈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일이오?”
“승상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선제(先帝)의 후궁(後宮)들 몸에서 태어난 공자가 모두 서른한 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구(舊) 세력들이 그들을 업고 제위(帝位)를 찬탈(纂奪)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인데, 그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실상인즉, 조고가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태자 부소가 보위에 올랐다면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연한 비밀로 승상 이사와 환관 조고가 결탁하여 태자와 몽염 장군을 없애고, 둘째인 호해를 옹립한 것을 나머지 공자들도 눈치를 챘던바, 다른 공자들도 ‘그렇다면 나도 한 번...’하는 생각이 일어서 그중 일부가 구 세력과 결탁하여 제위를 넘겨다보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조고로서는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기에 조고는 이번 기회에 승상 이사를 앞세워 골칫거리를 일시에 해결할 생각이었다.
이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선제께는 매우 불충스러운 일이나, 정국의 안정과 국가의 기틀을 신속히 확립하기 위해서는 모든 공자들도 한 사람도 남기지 말고 없애 버리는 것이 상책일 것이오.”
조고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상책이겠습니까?”
“물론이지요. 국가는 사람의 신체와 같아서 환부는 과감하게 도려내 버려야만 건강을 제대로 유지할 수가 있는 법이오.”
“승상의 말씀은 들을수록 명언이시옵니다.”
조고는 이사가 이처럼 강경하게 주장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는 옛날 동료 고관들을 그냥 살려 두어서는 승상의 권력을 자기 뜻대로 휘두를 수 없다고 보았기에 구 세력을 영원히 배제(排除)시켜버리려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폐하로부터 윤허를 받아드리면 승상은 불평객들을 모조리 평정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오. 불만을 가진 자들을 모조리 제거해야만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오.”
“좋습니다. 승상께서 이처럼 자신 있게 말씀하시니, 소인이 어떻게 하든지 폐하의 윤허를 받아내겠습니다.”
조고는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시국에 대한 불평불만을 가진 자들을 깨끗이 제거해 버리려면, 적어도 4~5백 명은 죽여 없애야 할 판인데, 그런 끔찍한 일을 이사에게 떠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고는 속으로 크게 웃었다.
‘이거야말로,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아닌가? 흐흐흐...’
얼마 후 조고는 대궐에서 나와 이사에게 말했다.
“모든 것은 승상의 뜻대로 하시라는 폐하의 윤허가 내려졌습니다. 승상께서는 이참에 정국에 불평불만을 가진 자들을 깨끗이 제거함으로써 정국을 신속히 안정시켜 주시옵소서. 폐하께서는 승상을 누구보다도 신임하고 계시옵니다.”
이에 이사는 신바람이 나서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인물들을 모조리 체포하여 학살하기 시작했는데, 그 행태가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바보 같은 놈...’
게다가 몽염 장군의 후환을 없앤다고 몽씨 성을 가진 사람은 어린아이까지 모조리 잡아 죽였고, 호해의 동생들인 31명의 공자도 모조리 죽여 버렸다.
제 딴에는 적성분자(敵性分子)들을 철저하게 제거해버리면 자기 세력이 막강해지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리라.
이사는 공자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고, 마지막으로 부소의 아들 ‘자영’까지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자 조고가 말리며 말했다.
“자영 공자만은 죽이지 말라는 황명이시옵니다.”
“왜 자영 공자만은 살려 두라는 말씀이오?”
“태자를 흠모하는 민심이 그의 아들인 자영 공자에게 쏠려 있기 때문에 그를 죽이면 오히려 민심이 이반될 우려가 있으므로 말리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이 말은 ‘황명’이라고 내세운 조고 자신의 생각이었다.
‘자영’까지 죽여 버리면 민심이 돌아설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자영만은 남겨두어 민심의 소란을 잠재우기 위한 계략이었던 것이다.
이런 점으로 따진다면, 학식이 뛰어난 이사보다도 무식한 조고의 정무(政務)감각이 훨씬 높은 것이 아닌가 싶다. 조고는 이처럼 무서운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사가 기존의 권력층을 싹쓸이해버린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처럼 기존 세력을 모두 일소해버리고 새로운 자기 세력을 구축한 뒤에 조고 한 사람만 제거해버리면 온 세상은 자기 것이 된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사가 권력층 소탕에 열을 올린 이유가 바로 그 점에 있었고, 조고의 수모를 끈기 있게 참아 온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었다.
조고는 조고대로 이사를 교묘하게 이용해 왔지만, 이사는 이사대로 조고를 이용하여 실권을 장악한 뒤에는 조고를 무슨 명목으로든지 한칼에 베어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두 사람은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정적(政敵)이라 할만하다.
이사가 수많은 권력층 인사들을 한꺼번에 제거해 버리자, 민심이 크게 동요했다.
“승상이란 자리가 국정을 보살피는 게 아니고, 사람 잡아죽이는 자리란 말인가?”
“이사가 유능한 인사들을 모조리 잡아다 죽여 버리는 것은 황제까지 몰아내고, 결국은 자기 자신이 제위에 오르려는 사전 정지작업이 분명한 것이 아닌가?”
백성들 간에는 이와 같은 유언비어가 파다하게 퍼져나갔다.
이것은 백성들 간에 비난성 여론이기도 하였지만, 조고가 배후에서 이와 같은 유언비어를 계획적으로 퍼뜨려 나간 것이었다.
그런 유언비어가 널리 퍼져나간 어느 날 조고는 부랴부랴 황제 전에 달려가 이렇게 고하였다.
“폐하! 큰일났사옵니다. 승상 이사가 반역을 도모하고 있사옵니다.”
호해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라? 승상이 반역을 도모한다고? 그렇다면 그놈을 당장 잡아들여 참형(斬刑)에 처하라!”
“황명을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이리하여 이사는 즉시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게 된다.
고문은 처절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이사는 마침내 없는 죄를 스스로 불어 버렸다.
죄명은 무시무시한 '반역도모죄(反逆圖謨罪)'였다.
이사와 그의 일가족은 수레 위에 결박을 당한 채 백성들의 조소를 받으며 함양 거리를 끌려 다니다가 마침내 형장(刑場)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 옆에 있던 아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탄식하였다고 한다.
“아들아! 우리가 고향에서 낚시를 다니던 때가 얼마나 좋았더냐!.”
이사를 증오의 눈으로 바라보던 백성들도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측은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권력이 무엇이기에 권력의 세계가 이처럼 무자비한 것일까?
남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한 자는 장차 자신의 눈에서는 피눈물을 흘릴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귀 있는 자 듣고, 눈 있는 자 볼지어다.’
조고는 권력 투쟁에서 승상 이사에게 KO승을 거둠으로써 진나라는 사실상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되었다.
그러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조고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제 42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