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한지 34 화

★ 19금(禁) 초한지(楚漢誌) - 34화

☞ 환관(宦官) 조고의 전횡(專橫

환관(宦官)이란, 궁중에서 근무하는 남자 내시(內侍)를 말하는데, 내시는 달려있는 불알을 인위적으로 떼어내 성기능을 불가능하게 만든 성 불구자를 말한다.

궁중에는 왕비(王妃)를 비롯하여 비빈(妃嬪)과 수많은 궁녀(宮女)들이 살고 있는 바, 정상적인 사내들을 수시로 출입시켰다가는 치정(癡情) 사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궁중에서 남자 시종을 쓸 때는 반드시 불알을 떼 낸 다음 사내구실을 할 수 없도록 만든 고자(鼓子)를 쓰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내시 즉, 환관은 사내구실을 못하는 신분이다 보니 지체가 매우 낮은 부류로 취급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비록 신분은 낮으나 항상 왕을 비롯한 귀인들 곁에서 시중드는 관계로 그들의 세도(勢道)는 재상(宰相)조차도 무시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황제(皇帝)의 비서실장 조고(趙高)도 일개의 환관에 지나지 않았지만 황제를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이라면 승상(丞相)도 감히 어찌하지 못했다. 신분은 보잘 것 없어도 실질적인 세도는 장상(將相)들의 뺨을 칠 정도였던 것이다.

조고는 여자를 모른다. 아니 알기는 해도 남근(男根)이 잘려 나가고 없으니 비록 여자가 곁에 있더라도 어찌해 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그의 인생 관심은 재물(財物)과 세도(勢道)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권력이란 한 번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지속적으로 탐하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일까, 조고도 황제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하다 보니 나중에는 제 자신이 황제라도 된 듯 한 착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황제를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알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저나 나나 다 같은 인간일 뿐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조고는 황제의 일거수일투족과 음탕한 사생활 전반을 낱낱이 알고 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밤마다 황제에게 계집을 바치는 일은 조고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그러므로 궁녀들은 조고의 눈에 들기 위해 저마다 온갖 뇌물을 가져다 바쳤다.

조고의 눈 밖에 나면 제아무리 천하의 미인이라도 황제의 콧김을 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유로 조고의 코는 자꾸만 높아만 가고 있었다.

‘황제는 여색(女色)에 미쳐 돌아가는 광인(狂人)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황제는 내가 아닌가!’
조고가 황제에게 계집을 골라 바칠 때는 계집을 발가벗겨 세밀히 신체검사를 하였다.

자신은 직접 성행위를 할 수 없어도 황제의 안전을 위한다는 구실로 젊고 예쁜 계집의 몸뚱이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만져보고 들여다보기’를 일상으로 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황제가 골라 바친 계집과 동침할 때도 조고는 방의 한편 구석에 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현대의학으로 보면 조고는 분명 관음증(觀淫症) 환자라 할 것인 바, 직접 할 수는 없어도 눈으로 보고 즐기는 이상한 놈이 분명하다.

어느 사내가 계집과 하는 적나라한 성행위를 지켜보는 사람을 옆에 두고 마음껏 즐길 수가 있을까? 그러나 진시황은 그런 생활을 반복하며 밤을 보내왔다.
그는 아마도 ‘환관은 오직 내시일 뿐 사내도 사람도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그러나 조고는 그와 반대로,
‘나는 황제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사람이다. 황제의 운명은 오직 내 손에 달려 있다’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처럼 권력이란 그것을 쥐고 있는 자의 허와 실이 인간의 마음에 혼란을 일으키는 마약 같은 것이었음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조고는 어떤 일이라도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승상이나 대부를 조용히 불러,

“이 일은 이렇게 처리하시옵소서. 소인이 말씀드리는 것은 폐하의 황명이시옵니다.”
하고 말해 버리면 그것으로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조고는 이렇게 권력 행사에 재미를 붙이게 되자, 황제가 중신(重臣)을 직접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되었다. 권력을 제 마음대로 휘두르기 위해서는 황제를 자신이 독점하고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이 무렵에 벌어진 창해역사에 의한 황제의 암살 미수사건은 조고가 권력을 독점할 절호의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조고는 어느 날 황제에게 이렇게 품했다.

“오늘은 황제 폐하께 각별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무슨 일이냐? 어서 말해 보아라.”
조고는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황제 폐하께옵서는 성품이 관인후덕(寬仁厚德)하시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계시옵니다. 연나라의 자객 형가(荊軻)와 한나라의 자객 창해공(蒼海公)이 저지른 암살시도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 원인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폐하(陛下)께서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시는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 사료되옵니다. 폐하께서 그런 불순분자들을 일체 만나 주지 않으셨다면, 그런 불상사가 어찌 일어났을 것이옵니까?”
시황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지. 그자들이 짐을 아무리 죽이고 싶었어도 짐이 만나주지 않았다면 그런 사태도 없었겠지. 그건 네 말이 옳도다.”
“폐하! 그렇사옵니다. 하오니 이제부터는 외래객은 물론이고, 승상, 대부와 중신들도 직접 만나는 것은 삼가하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외래객을 만나지 말라는 말은 이해할 수 있어도 승상이나 중신들까지 만나지 않으면 정사를 어떻게 다스려 나가겠느냐? 그것만은 말이 안 되는 소리로다.”
그러나 조고는 천만의 말씀이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품한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황제 폐하는 언제나 ‘신성불가침의 천상의 어른’이라는 권위를 보이셔야하옵니다. 승상이나 재상들이 비록 고관이기는 하오나 그들과도 빈번히 만나시다보면 ‘황제의 존엄성’이 쉬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 ‘신성불가침의 존엄성’을 유지해 나가시려면 누구와도 직접 만나지 마셔야 하옵니다.”
“승상과 재상들을 만나지 않으면 누구와 정사를 논의해 간다는 말이냐?”
“그 점은 염려 마시옵소서. 폐하께서 승상부에 하교(下敎)하실 일이 계시면 소인이 중간에서 전달하면 될 것이옵고, 승상부에서 폐하 전에 품결(稟決)할 일이 있을 경우에는 소인을 통하여 서장(書狀)으로 올리게 하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나이까?”
“흐음...”
시황제는 조고의 충언을 그럴듯하게 생각하였다. 아무리 군신지간이라도 얼굴을 자주 대하다보면 황제의 위엄성이 떨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음~ 모든 정사는 비서실장인 너를 통하여 하달하고 상신하는 게 좋다는 말이지?”
“예, 그러하옵니다. 그렇게 하셔야 폐하의 존엄성이 더욱 위엄 있게 되실 것이옵니다. 또 그렇게 하셔야 자객(刺客)들의 접근도 막을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자객들에게 여러 차례 봉변을 당했던 시황제는 ‘자객’이라는 말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 왔다. 그리하여 자기도 모르게,

“그러면 오늘부터는 아무도 만나지 않도록 할 테니, 모든 일은 네가 중간에 서서 처리하도록 하라.”
고 말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조고의 술책에 시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말려들고 말았다.

※ 註) 일개 환관의 농간에 놀아나는 진시황을 보면서 저런 쪼다가 어떻게 천하를 통일했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음을 첨언하면, 붕신, 쪼다로 여색만 밝히다 보니 전후좌우를 분간하지 못하고, 간이 작아져 겁쟁이가 되어버린 불쌍한 인간ㅇ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일국의 제왕이 조정의 대신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 내시를 통해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요즘 말로 지나가던 소도 하늘을 보고 웃을 일이다.

그러나 조고의 간지(奸智)가 얼마나 발달했던지 시황제의 통치 방법을 그렇게 바꿔놓고 말았다.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조고는 그날로 승상과 재상, 대부를 한자리에 모아 놓고 이렇게 선포한다.

“황제 폐하께서는 오늘부터 모든 사람을 만나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그러하오니 승상부에서 폐하의 재가(栽可)를 받으실 일이 있으실 경우에는 반드시 문서로 작성하여 소인에게 제출해 주시옵소서. 폐하께옵서 승상부에 하명하실 일도 역시 소인을 거쳐서 하달하실 것이옵니다. 이것은 황제 폐하의 황명이시옵니다.”
승상 이사를 비롯하여 모든 중신들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그냥 들어 넘기기에는 너무도 중대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승상 이사는 몹시 못마땅한 어조로 조고를 나무랐다.

“그대는 무슨 당치도 않은 말을 하고 있는가? 승상인 나도 황제 폐하를 직접 만나 뵙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승상으로서는 당연한 노여움이었다. 조고는 승상의 반발이 있을 것을 사전에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더욱 공손한 어조로,

“지금 승상께서 말씀하신 대로 행정 수반이신 승상조차 황제 폐하를 직접 만나 뵙지 못하고 국사를 문서로만 상신한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인 것 같사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소인도 승상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옵니다. 그러나 황제 폐하께서는 소인더러 승상부에 그대로 하달하라는 황명을 내리셨으니 소인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사옵니다.”
조고는 어디까지나 ‘황명’을 내세웠다. 승상 이사도 ‘황명’이라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황제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고, 이미 그 절대적인 결과를 수없이 보아 오지 않았던가?
이러다 보니 다른 재상과 중신들도 감히 더 이상 ‘황명’의 부당함을 논할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그날부터 승상 이사조차 모든 국사를 조고와 상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니 모든 국사가 마치 조고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조고는 아침부터 밤중까지 황제와 생활을 같이해 오면서 황제가 뒷일을 볼 때에는 밑(똥구멍)을 닦아주고, 목욕을 할 때에는 때를 밀어주고, 잠자리에 들 때에는 계집을 골라서 안겨주고, 황제의 방사(房事)가 끝났을 때는 뒷물까지(황제의 거시기를 깨끗하게 닦아주는 일) 시켜주었다.

이와 같은 일을 스스로 도맡아 다해 오면서 실질적인 권력을 한 손에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승상 이사는 조고의 간섭이 크게 못마땅하였다. 조고의 농간으로 국사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나라를 바로 잡으려면 환관 조고를 단호하게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고를 제거할 사람은 시황제밖에 없는데, 조고의 방해로 시황제를 직접 배알할 기회가 없음을 어찌하랴?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이제는 승상 이사조차도 싫든 좋든 간에 조고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만약 조고가 자기한테 앙심을 먹고 시황제에게 엉뚱한 고자질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때에는 자기 자신의 목도 보장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고는 자기를 대하는 승상 이사의 행동거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크게 만족스러워했다.
‘흐음... 이제는 승상도 나를 두려워하고 있구나!’

이렇게 조고가 황제를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壟斷)하는 사실이 날이 갈수록 널리 알려지게 되자, 뜻있는 선비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탄식해 마지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국정을 농단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진나라가 망할 날도 머지않았구나!”
그러나 그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도 놀란 사람은 정배(定配) 중이던 태자 부소였다.

부소는 그 소식을 듣기가 무섭게 만리장성 축영도감(築營都監)인 대장군 몽염에게 달려가 상의하니 몽염도 펄쩍 뛰면서 말한다.

“국가의 정사를 일개 환관에게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태자께서는 황제 폐하께 급히 상소문(上疏文)을 올리셔서 조고를 당장 참형에 처하도록 하시옵소서. 조고를 지금 제거해 버리지 않으면 후일 태자께서 등극하시는데 큰 어려움에 부딪칠 것이옵니다.”
“고맙소이다. 이 일은 단순히 나의 등극과 관계되는 문제를 넘어 국가의 기강과 존망에 관계되는 일이오. 따라서 황제의 노여움을 사는 한이 있어도 상소문은 반드시 올려야 하겠소.”
이리하여 부소는 시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황제 폐하! 그간 기체후 일양만강하시온지요? 듣자옵건대, 폐하께서는 조정의 중신들을 일체 접견하지 않으시고 내시 조고를 통해서만 국사에 관한 교지를 내리시는 까닭에 이제는 승상조차 조고 앞에서는 머리를 못 들게 되었다고 하온데, 국가의 기강이 이처럼 문란해지면 어찌 온전히 나라를 보존해 갈 수 있사옵니까? 당장 조고를 능지처참에 처하시고 폐하께서 친정을 베푸시옵소서.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천하통일의 성업도 언제 와해될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소자, 정배지에서 눈물을 머금고 삼가 간언(諫言)을 올리오니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시와 부디 용납하여주시옵소서.”
태자 부소의 상소문은 황제가 머물고 있는 아방궁으로 급송되었다.

그러나 조고의 사전 검열이 없이는 어떤 문서도 황제에게 전달될 수 없다는 사실을 태자 부소와 대장군 몽염은 알기나 하였을까?
부소의 상소문을 모두 읽고 난 조고의 얼굴에 무서운 독기(毒氣)가 솟아올랐다.

“뭐? 나를 능지처참하라고?”
조고는 상소문을 읽어보기가 무섭게 즉석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흥! 태자면 다냐? 누가 누구의 손에 죽게 되나 어디 두고 보자.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다!”
환관 조고의 눈에 핏발이 섰다.

- 제 35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