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몰고 간 기막힌 연가
2026. 1. 1. 20:50ㆍ자유게시방
죽음으로 몰고 간 기막힌 연가
김문억
오래 전 일이다
춘삼월, 그야말로 해동 바람이 실실 불어오는 볕 좋은 날 오후다.
추운 듯 춥지 않고 안 추운 듯이 바람 시린 경칩 절에 고기 망태기를 들고 친구를
따라 산골짜기로 올라간다. 아직 물고기의 입이 열리지 않은 철이라서 지금쯤
중타리나 메기라도 몇 마리 잡으면 매운탕 거리는 되겠다는 기대로 따라 나섰다.
잡것을 먹지 않은 겨울 민물고기는 비린내도 덜 나고 신선한 맛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를 벗어나서 산 구릉으로 들어서자 앞서가던 친구가 발걸음을 멈춘다.
귀를 기우리면서 나 보고도 한 번 들어 보라는 눈치다. 정말 산골짜기에서는
초상집처럼 요란스럽게 울음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개구리 울음 소리다.
아직은 겨울 산 빛으로 썰렁한 이 곳은 그야말로 신천지다.
모내기철이나 되어야 듣던 개구리 울음 소리를 춘삼월 산골짜기에서 듣고 보니
의외였다.
골짜기가 좁아지면서 흐르던 물소리가 점점 크게 산울림을 하는 곳에 다다르자
물길이 떨어지는 낭떠러지에 미리 설치해 두었던 그물망을 들어 올린다.
그물 속에는 겨울나기를 한 암녹색 개구리들이 오골오골 뛰어 오르고 있었다. 겨울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고 개구리를 잡으러 온 것이라는 것을 그 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몇 군데 더 설치한 그물망을 들어 올리고 보니 꽤 많은 개구리를 잡게 되었다. 몸매가 날렵한 수놈도 있지만 배통이 빵빵한 암놈이 더 많았다.
친구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한 쌍의 개구리들이 동면을 하기위해 산골짜기로 올라가 교미를 하고 돌 짝 밑에서 겨울나기를 한다. 해동이 되면서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비 오는 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얼마 전에 봄을 부르는 단비가 종일 온 적이 있다. 바로 이때다 하고 몸이 좀
가벼운 수놈이 먼저 물이 고여있는 논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자신의 짝이 알을 분만하기위한 첨병으로서의 봄나들이를 하는 셈이다. 그렇게 숫놈이 먼저 적당한 산란 장소를 찾으면 그 때부터 내 사랑 짝꿍을 불러 내리기 위해 그야말로 아름다운 목청을 가다듬어서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고 한다. 구애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정혼이 된 마누라가 물 끼가 자박자박한 곳에 알을 까서 올챙이 새끼를 얻기 위한 삶의
지혜요 번식의 방편인 것이다. 그 소리를 어여쁘게 들은 암캐구리가 남편 개구리가 부르는 목소리을 찾아서 골짜기에서 내려간다. 만삭의 임신을 한 귀하신 몸이라서 쉽게 펄쩍거리지는 못 하고 흐르는 물살을 타고 자유형 헤엄으로 떠내려간다. 그러다가 그만 앗, 불사! 낭떠러지에서 못된 인간이 막아놓은 그물 속으로 들어가고
만 것이다. 목청을 짜서 노래하던 남편은 기다리다가 몸 져 누었으리라.
글 맛을 더하기 위해 여기서 잠시 못 된 시인 이야기를 한 편 더 편집 하고자 한다.
필자가 처음 시조를 쓸 무렵 80년대 초 이야기다. 이 사람이 신춘문예에 응시하여
당선의 영광을 누린 일이 있는데 선에 든 당선 작품 내용이 바로 그 개구리 이야기다. 식욕을 참지 못 하는 인간의 욕망이 지금 같이 개구리를 막 잡아서 튀김도 해 먹고
개구리 탕도 해 먹고 나면 자연이 파괴 되어서 여름밤의 오키스트라 연주도 듣지
못 할 것이라는 제법 그럴싸한 고발적인 작품을 주제로 하여 당선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나만 알고 아무도 모르는 문제가 있다. 그 배라먹을 인간이 바로
개구리를 너무 잘 잡어 먹는 인간이다. 그렇게 개구리 맛을 들여놓고 나서 그 작품을 썼다고 하니 경험치고는 이런 위선이 없다. 위선이다 최선이다 따지기 전에 작품과 현실을 어찌 구분하여 저울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준이 모호하여 한동안 헷갈리게 되었다. 선을 앞세워서 붓을 움직여야 하고 筆보다는 行을 우선한다는
다짐도 흔들렸다.
아무튼 알배기 마누라를 그악한 인간에게 빼앗기고 간절히 울고 있는 수놈의 세레나데는 허공으로 사라지는 비창이 되고 말았으니 그 해의 봄나들이는 그리 유쾌한
일은 못 되었다.
나는 그 날 개구리 바구니를 담당하는 조수 노릇을 하면서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기구한 운명의 개구리 세 마리를 주인 모르게 슬그머니 놓아 준 일이 있음을
처음으로 고백한다. 탕은 징그러워서 못 먹고 튀김은 몇 마리 먹었음을 아울러
처음으로 고백한다.
지금 돌이켜 생각 해 보면 개구리를 실컷 잡아먹고 신춘문예 당선을 이끌어 낸 그
인간이나 아닌 체 하다가 결국 고소한 튀김 냄새를 참아내지 못 하고 개구리 몇 마리를 먹어치운 이 인간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어휴!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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