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人山翁(시인산옹)

2025. 12. 20. 14:57좋은글

菜根譚

제 157장 : 市人山翁(시인산옹) : 잡배와 사귀느니 산속의 노옹을 사귀는 게 낫다.

 

交市人    不如友山翁    謁朱門    不如親白屋    聽街談巷語

교시인    불여우산옹    알주문    불여친백옥    청가담항어

 

不如聞樵歌牧詠    談今人失德過擧    不如述古人嘉言懿行

불여문초가목영    담금인실덕과거    불여술고인가언의행

 

저잣거리 사람과 사귀는 것은 산골 노인을 벗하는 것만 못하다.

권문세가에 줄을 대며 굽실대는 것은 오막살이 집안과 친한 것만 못하다.

항간의 뜬소문을 듣는 것은 나무꾼의 노래와 목동의 피리 소리를 듣는 것만 못하다.

요즘 사람의 실덕과 허물을 들추는 것은 옛사람의 뛰어난 말과 떳떳한 행실을 논하는 것만 못하다.

 

 

교시(交市)는 크게 3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위진남북조와 수당대에 북방의 이민족과 교역한 변경 무역을 말한다.

일명 호시(互市)라고도 했다.

북방 이민족들로부터 기마병이 사용하는 말을 구입하고 그들에게 쌀 등의 생필품을 공급하는

쌍방무역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수나라 때는 변경 주(州)에 교시감(交市監)을 두고 ‘교시’를 관리했다.

당나라 때 호시감(互市監)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둘째, 남북조 당시 남조에서 관부(官府)가 돈을 내어 민간인이 생산한 물품을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일명 화시(和市)라고도 했다. 당나라 때는 화매(和買)로 칭하기도 했다.

 

셋째, 상품이 교환되는 통상적인 시장을 말한다.

가게가 죽 늘어서 있는 거리를 뜻하는 우리말의 ‘저잣거리’와 같다.

여기서는 세 번째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주문(朱門)은 붉은 칠을 한 문으로 곧 권문세가를 상징한다.

백옥(白屋)은 하얀 띠 풀로 지붕을 덮은 집으로 곧 가난한 오막살이를 의미한다.

가담항어(街談巷語)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오가며 나누는 얘기를 뜻하는 말로 항간의 뜬소문을 말한다.

초가목영(樵歌牧詠)은 나무꾼과 목동이 부르는 노래와 피리 소리를 총칭한 말이다.

실덕과거(失德過擧)는 덕을 잃은 것과 허물을 지나치게 들추는 것을 말한다.

가언의행(嘉言懿行) 아름답고 훌륭한 언행을 의미한다.

교시인(交市人)은 저잣거리 사람이라는 뜻으로 곧 상인을 지칭한다.

 

상인은 이익을 남기는 게 본업이다.

이익을 구하는 일에 여념이 없는 사람과 사귀는 경우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

차라리 그런 시간이 있으면 산중이 순박한 늙은이와 벗하는 것이 낫다고 언급한 이유다.

권문세가에 기대 몸을 굽실대는 것은 관직을 얻기 위한 것이다. 떳떳할 리가 없다.

그러느니 차라리 오두막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과 벗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 것이다.

항간의 뜬소문을 듣느니 차라리 나무꾼이나 목동의 노래를 듣는 게 낫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 사람의 실덕과 허물을 들추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옛 선현의 가언의행(嘉言懿行)을 논하며 뒤따르는 것만 못하다.

 

嘉言懿行 = 아름다운 언행과 좋은 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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